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놓고 극심한 진영 간 갈등구조가 형성됐다.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이를 반대하는 ‘태극기’라는 진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의 이런 진영 간 갈등은 마치 해방 직후 신탁통치 문제를 놓고 우리 민족이 ‘친탁’과 ‘반탁’으로 갈라졌던 70년 전 상황과 똑같다. 당시 신탁통치 찬·반 운동은 나라의 주권이 걸린 문제였다. 그래서 구국 운동이나 다름없었다. 국운을 건 치열한 갈등에다 좌·우익의 이념까지 가세하면서 결국에는 국가를 남북으로 두 동강 내고 말았다. 국가의 운명을 놓고 벌인 대립이었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분단국가라는 숙명을 만든 셈이다. 분열과 갈등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 역사적 교훈이다. 지금은 어떤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사실상 지목된 박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친탁’과 ‘반탁’이 아닌 ‘찬탄(贊彈)’과 ‘반탄(反彈)’ 운동으로 갈렸다. 진영 간 극심한 갈등은 매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국’과 같은 어떠한 명분도 찾아 볼 수 없는 이상한 싸움이다. 그저 대통령의 잘잘못이 ‘있다, 없다’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 양 진영의 다툼으로 결코 승부를 가릴 수 없는 무
삼성그룹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 기업군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첨병인 삼성이 한국인들에게는 큰 자부심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이런 대기업군의 총수가 뜻하지 않게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치욕의 역사적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 창립 79년만에 첫 ‘총수 구속’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엮였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총수가 구속돼 포승줄에 묶여 특검 조사를 받으려 호송차에 실려 나오는 모습은 엄연한 현실이다. 아무 혐의도 없는데 오로지 정치적 논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을 리 만무하다. 국법이 그리 허술하진 않음은 삼성도 알고 권력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박영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에서의 위증 등 5가지다. 혐의 내용을 보면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갖가지 특혜를 제공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주도했다. 승마 선수 육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인’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은 소, 돼지처럼 두 개로 갈라지는 발굽을 가진 동물, 즉 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그것도 전염속도가 빠르고 발병 후 피해가 막심해 발생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1종 전염병이다. 동물의 혀에 염증이 생겨 거품이 있는 침을 흘리고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는 특징이 있고 치사율이 보통 가축 전염병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백신을 투여해도 면역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등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감염 가축을 살처분 하고 감염 농장과 일대 지역을 격리시키는 것이 고작일 정도다.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오지만 지금으로서는 철저한 방역체계로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입자 크기가 워낙 작아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에도 잘 달라붙을 수 있어 한번 발병하면 전파 속도가 엄청나다. 대부분 오염원과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지만 경우에 따라 공기 중에서는 50㎞, 바다에서는 250㎞까지 전파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기 온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37℃를 넘으면 하루 만에 죽지만 4℃ 정도에서는 4개월, 영하 5℃ 이하의 온도에서는 1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
한진해운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법원은 최근 그동안 진행해온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해 2주간의 항고기간이 끝나는 이달 17일이면 파산선고가 내려진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내 첫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한 것이 1977년이니까 꼭 40년 만에 우리나라 해운역사 의 한 장을 장식한 채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기업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다반사이긴 하나 한진해운의 몰락은 나름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한국 해운의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우리 해운업계를 이끌어 오면서 물류 한국의 상징이자 산 역사였다. 출범 2년 만에 중동항로와 북미서안 항로를 개척한데 이어 1983년에는 북미동안 항로를 개설하는 등 한국 컨테이너 업계의 새 역사를 빠르게 써내려갔다. 1986년에는 불황의 여파로 적자가 누적돼 한때 경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발 빠른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상선(대한선주)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선사로 발돋움했었다. 이후에도 몸집 키우기는 멈출 줄 몰랐다. 1992년 국내 첫 4천TEU급 컨테이너선 ‘한진오사카호’ 출범, 미국 시애틀·롱비치 등 주요
서울올림픽 개최 전 해인 1987년에 취재차 남아시아의 한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기자들이 해외에서 본사로 기사를 보낼 수 있는 수단이 전화나 팩스가 고작이었고 그마저도 제한된 전화 회선 때문에 취재기자들끼리 국제전화 쟁탈전까지 치러야 할 정도로 통신수단이 열악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화 연결마저 순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 나중 신청자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점잖게 기다리다가는 날밤을 샐 지경이었다. 거센 항의도 전화국 직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분초를 다투며 기사를 보내야 할 입장이었던지라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나라에서는 과외로 뭐라도 얹어줘야만 일이 해결되는 그런 시대였던 것 같다. 바로 ‘급행료’였다. 말 그대로 ‘급행료’를 주면 금방 일이 처리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후순위로 계속 밀리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무질서의 극치였던 것 같다. 외국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국에서 보고 겪은 사소한 사례이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급행료’가 만사형통인 시절이 있었다. 나잇살 먹은 사람이면 ‘급행료’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는 것은 이 때
연초부터 물가가 심상찮다.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밖엔 없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더군다나 설 명절까지 앞두고 각종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다보니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큰 관심사다. 그런데 농축수산물과 같은 밥상 물가가 뛰고 있으니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말부터 줄줄이 오르고 있는 공공 서비스 요금에다 식품가격 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미 한계수준에 이르렀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조사를 보면 평년과 비교해 가격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농축산물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값이 두 배 이상 껑충 뛴 품목도 적지 않다. 무와 양배추, 당근 가격은 평년의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배추는 50%, 마늘, 대파 등 주요 양념류도 30% 이상 올랐다. 콩 공급 부족으로 콩나물 가격이 17% 오르고 오이, 시금치, 토마토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의 밥상을 채울 친숙한 농산물이다. 뿐만 아니라 난데없는 달걀대란까지 겪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알을 낳는 닭 30%가 AI로 살처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100일을 넘겼다. 이 법은 공정사회 구현과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 확산이라는 취지를 담고 2016년 9월28일 역사적인 출발이 이뤄졌다. ‘클린 코리아’를 내건 야심찬 공직사회 정화법이다. 그런데 불과 시행 100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법 손질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법 시행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한 것 같다. 마치 100일 된 아기에게 얼굴성형 수술하겠다고 덤비는 꼴이나 다름없다. 아기의 얼굴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는 무모함이 엿보인다. 법 시행의 주요 대상인 정·관계의 목소리가 유달리 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김영란법’ 시행 100일인 지난 1월5일 정부 업무 보고에서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 검토를 주문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거들었다. 보완 방안 마련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관련 부처와 개정안 협의로 방향을 선회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농·수·축산물의 예외
혼란과 갈등의 병신(丙申)년 2016년이 가고 2017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뀔 때면 의례히 지난해의 아쉬움으로 새해에 대한 기대와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직 음력 새해의 해가 뜬 것은 아니지만 ‘붉은 닭의 해’라는 2017년 정유(丁酉)년 새해를 맞고도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민 모두 되새기고 싶지 않은 2016년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한해는 한마디로 ‘민심과 대통령의 충돌’로 점철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천심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민심을 파악할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었던 것 같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주류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는 오로지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 경쟁을 하며 민심 읽기를 외면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친박들의 민심 이반적 무한질주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그들의 충성심을 내심 즐기며 묵인했을지 모른다. 16년만의 ‘여소야대’와 선거 참패는 뻔한 수순이었다. 대신에 국정 추진의 동력을 깡그리 상실했다. 사드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또 한번 민심과의 충돌이었다. 사드 부지 선정과 관련한 지역 주민 설명과 같은 사전 조치를 무시했다. ‘불통’ 박 대통령 정부의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AI)이지만 올해는 뭔가 다르다. 과거 같으면 온 언론이 연일 주요 기사로 다루고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대책마련에 부산했을 텐데 올해는 피해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데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온 그 자체이니 하는 말이다. 연례행사로 반복되다 보니 둔감해 진 탓일까. 아니면 계절성 유행병이라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일까. 원인은 단 한가지다. 최순실 사태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이른바 ‘최순실 블랙홀’ 현상 때문이다. 모든 국정이 그렇듯 AI 또한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조차 않은 채 날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데도 그 심각성이 최순실 파문에 묻히고 만 것이다. 이래저래 농민들만 골병 들게 생겼다. 전국의 닭·오리 농장이 고병원성 AI로 초비상이다.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이 AI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AI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난 11월16일 이후 40일만에 AI에 감염됐거나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된 가금류가 전체 가금류의 16%인 2천7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가장 큰 피해를 본 2년 전 AI 사태 때 1천만 마리가 살처분 되기까지 100여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졌다. 국가와 국민을 우롱하고 국정에 개입하거나 농단한 죄이다. 그것도 오로지 사익을 위해 국기를 문란했으니 조선시대였으면 대역 죄인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이 준 대통령의 무소불위 국가 권력을 박 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함부로 휘두르며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이런 이권을 제대로 챙기기 위해 정부 조직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는 국가인사 농단까지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의 40년 인연을 마음껏 활용하며 국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한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다. 최순실은 국가 최고 권력의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출입 하면서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을 불러놓고 국정을 좌지우지한 흔적까지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에게 마치 하인 다루듯 지시하고 정부부처 차관을 수행비서로 취급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은 약과다. 관례에도 없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도록 종용 하는가 하면 엄중해야 할 청와대 출입 보안 매뉴얼을 유린해 국가 안위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경제수석을 앞세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