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국회의 국정조사다. 검찰, 특별검사 수사와는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전대미문인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보기 위한 것이다. 어떤 공직도 가져본 적이 없는 최순실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개인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 접근을 위한 시도 차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목적도 갖고 있다. 더군다나 비선 최순실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로 민심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만큼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순실 게이트’는 언론 등을 통해 수많은 의혹들만 쏟아지고 있을 뿐 진실이 속 시원히 규명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변명으로 일관해 민심의 분노만 키우고 있고 검찰 수사마저 특검으로 수사라인이 바뀌면서 법적 규명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이러니 국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하겠나. 생각 같으면 당장 어떻게 라도 하고 싶지만 법치국가의 국민답게 많이 참고 또 참는다. 촛불을 켜고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치는 것으로 이런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고작이다. 국민들이 이번 국정조사에 거는 기대는 물에 빠진 사람
요즈음 정치권을 보면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정치권의 대응 태도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라는 국가의 최대 현안 앞에서 당장이라도 결단을 낼 것 같이 하더니 결국은 이리저리 살피기에 바쁜 모습이다. 국회에 던져진 문제는 ‘하야’와 ‘탄핵’, ‘질서 있는 퇴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이다. 국민들 대다수는 ‘즉각 하야’를 답으로 선택했다. 매주 이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가 이를 대변한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국민들이 궂은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놀기 삼아 서울시내에 나왔을 리 만무하지 않는가.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을 되돌려 받겠다는 외침이다. 정치권을 믿지 못하니 주인인 국민이 몸소 나선 것이다. 이처럼 누가 봐도 뻔한 답을 정치인들만 아직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리당략(黨利黨略)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극과 극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인다. 주제 파악 못한 채 그저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 경쟁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그렇고 내년 대선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민주당 등 야당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이라는 한 사람이 벌인 잇속 챙기기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최순실은 오로지 사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구석구석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의 갖은 비리와 ‘갑질’을 저질렀다. 문화계를 주무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등 정부 인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2018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이권을 친조카에게 챙겨주기 위해 조직위원장을 갈아치운 정황까지 드러났다. 딸을 위해서는 승마대회 승부조작을 서슴지 않았고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을 하도록 해 문체부 국·과장의 옷을 벗긴 장본인이다.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 딸의 이화여대 편법 입학, 단골 병원 원장의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배려 등 국정농단을 넘어 교육계와 스포츠계, 문화계까지 초토화시켰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일탈로 전개돼 가던 이런 ‘최순실 게이트’는 그 의혹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53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해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이 당초에는 최순실이 혼자서 대통령을 팔아 설립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
취재기자들 세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뻗치기’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는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다. 반드시 취재를 해야 할 사람이 공개적인 인터뷰 등을 거부하며 요리조리 피해 다닐 때 이 사람을 어떻게든 만날 요량으로 확률이 높은 특정 장소에서 마치 잠복 형사처럼 무작정 기다릴 때 이 말을 쓴다. 이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검찰청사 앞 취재진의 모습도 ‘뻗치기’다.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주요 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면 조사를 마치고 언제 귀가할지 모르지만 청사 앞에서 몇 시간이 되던 무작정 기다린다. 시쳇말로 다른 경쟁사 기자에게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다. 반드시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도 없어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모든 기자들이 갈망하는 특종도 할 수 있어 ‘뻗치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일종의 어떻게 되겠지 하는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강한 말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같은 ‘뻗치기’를 하고 있다. 검찰 수사내용과 언론 폭로를 통해 실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됐다.
정치판에서나 간혹 쓰이던 ‘국정농단’이라는 말이 세간의 화두로 등장했다. 농단(壟斷)은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하 편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비유해 쓴 말 아닌가. 이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누군가가 끼어들어 전횡을 일삼다 발각이라도 됐다는 말이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렵고 믿어지지가 않지만 엄연한 현실 상황이다. 그것도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 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난 일이다. 이 때문에 전 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허탈감을 넘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아침마다 신문의 톱기사 자리에 자랑스럽게(?) 오르고 있는 ‘최순실’이 바로 국정농단의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한 개인의 일탈인 스캔들 정도로만 생각했다. 의혹이 양파껍질처럼 연이어 터져 나와 ‘최순실 의혹’이 되더니 이제는 ‘최순실 게이트’로 확대됐다. 경악할 일이다. 대통령의 권세를 등에 업고 위세를 떨친 전형적인 호가호위(狐假虎威)이자 권력형 비리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누가 여우이고 누가 호랑이인지 분간이 안 된다. 최순실의 위세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넘은 흔적까지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최순실은 20대 국회의 국정감사 때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야당 국회의원 입에 단골로 올랐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화여자대학교 학내 갈등의 중심에 또다시 등장했다. 그의 딸이 다니는 대학교다.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교 일로 엄마가 등장해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은 바로 ‘치맛바람’이다. 초중고교도 아닌데 대학에서 웬 ‘치맛바람’일까 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여자대학인 이화여대가 엄청난 ‘치맛바람’에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들고 일어났고 최경희 총장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130년간 쌓아 온 이화여대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판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이 지금까지 보도한 의혹들을 보면 승마 선수인 최순실 씨의 딸은 여러 가지 편법을 등에 업고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생이 됐다. 이화여대는 체육특기자 특례 입학 대상 종목에 지금까지 없었던 승마를 갑자기 포함시키는 배려를 했다.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일을 지나 획득한 최 씨 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소급해 수시 전형에 반영하는 은덕(?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줄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옭아 묶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그릇된 말이나 행동이 결국에 자신에게 화(禍)가 돼 돌아올 때 쓰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을 부쩍 달구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딱 이 꼴이다. 경제단체의 본분을 잊은 채 엉뚱한 짓을 저지르다 여론의 뭇매를 신나게 맞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기업들이 주요 회원인지라 안팎으로 녹록하지 않은 대내외의 경영 환경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를 놓고 밤새 고민하며 토론해도 시원찮을 판에 난데없는 ‘존재의 이유’ 논란 속에 휩싸인 것이다. 전경련 해체압박까지 받고 있으니 말이다. 전경련을 옭아매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말 그대로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혹으로만 넘기기에는 정황들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실체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도 전경련 주도로 내로라는 대기업들이 갹출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아예 금시초문이었다. 혹시 닥칠지 모를 극심한 불경기에 대비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는 등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기업들이 무엇
‘밀당’이라는 말이 있다. ‘밀고 당긴다’의 줄인 말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 싸움을 의미한다. 잘해 주다가 못해 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다소 의도된 행동이면서도 연인 간 더욱 성숙된 사랑을 얻어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목표하는 바는 다소 다를지 모르나 노사간 협상장에서도 이런 ‘밀당’은 있다. 사측과 노조는 상대에게서 최대한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하겠지만 때로는 밀리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당길 줄을 알아야 접점을 찾고 타결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밀고 당기기가 힘을 균형을 잃고 의도치 않은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결과를 낳는다. 최근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동계와 사측간의 ‘밀당’이 심상찮다. 금융노조와 철도, 보건 등 공공부문이 성과연봉제의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 투쟁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가 올 초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서 30개 공기업은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은 올 연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도록 한 권고가 빌미가 됐다. 말이 권고이지 사실상 명령이나 다름없다. 이를 어긴 공기업에 대해서는 총인건비 동결과 같은 정부 차원의 불이익을 주겠다
2016년 9월28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의 첫 고동을 울린 날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법인데다 숱한 논란의 담금질까지 당한 끝에 탄생한 만큼 시행이라는 첫 발의 역사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검은 돈’의 뿌리를 뽑아낸 금융실명제에 버금가는 엄청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욱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 중에 최상위로 분류되는 공직사회의 고질적 부정부패를 걷어내기 위한 것이니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남다르다 하겠다. ‘클린 코리아’를 향한 진일보다.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과 폐습을 근본적으로 갈아엎을 기회를 맞았다. ‘김영란법’ 탄생의 배경은 2002년 부패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가 끊이질 않으면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의 결정타는 2010년 ‘스폰서 검사’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향응과 금품 수수에도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 김영란법 입법의 불쏘시개가 됐다. 별도의 법 제정에 대한 여론이 들끓은 것은 당연하다. 검찰이 제식구를 구하기 위해 내세운 ‘직무 관련성’이 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이다. 겨울에도 거의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따뜻한 기후, 한라산, 성산 일출봉 뿐 아니라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화산섬과 용암동굴, 비취빛 바다 등 다양한 자연 관광자원으로 모든 한국민의 자랑이자 늘 가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제주 하면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는 이른바 ‘3무(無)의 섬’으로 사람 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 뿐 아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는 1순위 신혼여행지였고 육지와 다른 독특한 생활문화로 마치 이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중국인들에게는 그들의 선조인 진나라의 방사 서복(徐福)이라는 사람이 진시황의 명에 따라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들렸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감성 풍부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의 섬이 제주이다.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제주’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제주가 영원히 지켜졌으면 했던 청정 이미지를 잃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부쩍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강력 범죄 때문이다.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이 난데없이 중국인 관광객한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살해됐다. 중국인 관광객 8명은 음식점에서 주인과 손님을 폭행하는가 하면 중국인 관광가이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