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CMA-CGM의 컨테이너선. [사진=CMA-CGM]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이 프랑스 대형 해운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올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주춤한 가운데 컨테이너선이 주요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하면서, 양국 간 대결 구도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4일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CGM은 2만1,000~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 발주를 추진 중이다. 총 계약 규모는 약 4조1,520억
원으로, 1척당 건조가는 2억5,000만 달러(약 3,460억
원)에 달한다. 이번 발주에는 6척의 확정 계약과 6척의 옵션 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중국국영조선공사(CSSC), 헝리중공업, 양쯔장조선 등이
참여했다. 가격 면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이 2억5,000만 달러를 건조 적정가로 제시한 반면, 중국 측은 2억3,000만
달러 수준을 언급했으며, 일부 중국 조선소는 2억700만 달러(약 2,900억
원)의 초저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시세가 최소 2억2,000만 달러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파괴’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보다 앞선 LNG 이중연료 추진선 건조 기술력과 높은 납기 준수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10월부터 중국 건조·운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미국 노선이 많은 선사들이 중국발 발주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해당 수수료는 중국 국적 선박에 톤당 50달러, 중국 건조 선박에 톤당 18달러가 매겨지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CMA-CGM과
1만5,5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 총 25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의 연장선에서 더 큰 급의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HD현대중공업이 이번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CMA-CGM은 보유 선박 중 약 30%를 중국에서 건조한 만큼, 중국 조선소와의 협력 관계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양쯔장조선에 2만4,0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다.
시장 점유율
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우위에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컨테이너선 시장 점유율은 86.6%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는 중국 51.2%, 한국 38.2%로
격차가 줄었다. 이는 한국이 LNG 운반선 발주 감소분을
컨테이너선 수주로 보완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다만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가 최근 트럼프 정부의 대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조선소 5곳에 2만TEU급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맡기면서 다시 중국 쪽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컨테이너선
건조가는 이미 LNG 운반선을 추월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174K급 LNG운반선(2억2,700만 달러)이 2만2,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2억550만 달러)보다 비쌌으나, 지난해 6월
기준 컨테이너선이 2억6,850만 달러로 LNG운반선(2억6,400만
달러)을 앞질렀다. 올해는 컨테이너선이 2억7,300만 달러, LNG운반선이
2억5,500만 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 발주 공백 속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글로벌 조선사들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이 됐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기술·납기 신뢰도를 무기로 한 한국의 대결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