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상선 컨테이너 운반선 모습. [사진=장금상선]
장금상선그룹이
컨테이너선 비중을 축소하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중심으로 선대 구성을 재편하며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원유 운반선 시장의 회복 기대가
커지자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최근 중고선 매입과 장기 용선 계약을 병행하며 30척 이상 규모의 VLCC 선대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매입을 추진 중인 중고선은
노르웨이와 벨기에 선사로부터 인수를 협의 중인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VLCC 14척을 포함해 총
19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중고선
매매 계약의 총 규모는 약 18억6950만달러로 추산된다. 영국 선박 중개업체 깁슨은 “장금상선이 매입을 추진 중인 15년 선령 VLCC의 선박 가치는 통상 5900만~6000만달러 수준”이라며 “이번 거래 가격은 평균 대비 10~15%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VLCC 시황 회복 기대와 중고선 공급 부족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금상선은
중고선 매입과 함께 용선 계약을 통한 선대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들과 기존
계약을 연장하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약 14척 규모의 VLCC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중고선 매입과 용선 계약이 모두 마무리될 경우 장금상선의 VLCC 운용 규모가 100척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장금상선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선 규모와 비교해도 상당한 변화다. 장금상선이 보유·운용
중인 컨테이너선은 약 75척, 선복량 기준으로는 약 14만TEU 수준이다. VLCC 선대가
확대될 경우 장금상선의 사업 구조에서 원유 운반선 비중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장금상선은 자회사 흥아해운
등을 통해 탱커선 사업 경험을 이미 축적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대 재편이 기존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선대 재편은 컨테이너선 사업 축소와 병행되고 있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컨테이너선 6척을 매각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대형 선사 MSC를 상대로 컨테이너선 약 30척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장금상선의 주력 컨테이너 사업인 인트라 아시아 노선의 수익성 악화를 사업 전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에서 호찌민·자카르타·싱가포르로 향하는 주요 동남아
노선 운임을 반영한 KSEI는 2022년 말 1509에서 지난해 말 963으로 약 36% 하락했다. 중국 노선 운임 지수(KCI)와 일본 노선 운임 지수(KJI) 역시 같은 기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인트라 아시아 항로 전반의 시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지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장금상선의 매출액은 2022년 4조9264억원에서 2024년 3조4019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8020억원에서 5430억원으로 줄었다. 컨테이너 운임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VLCC 시황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동부 걸프 지역에서
중국 닝보로 향하는 27만톤급 VLCC의 지난해 3분기 평균 운임은 84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 확대와
이에 따른 장거리 수송 수요 증가가 운임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회복 가능성도 중장기적인 VLCC 수요 확대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정책 조정 가능성이 논의되면서 원유 생산과 수출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과거 일평균 최대 300만배럴
수준의 원유를 생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생산량이 확대될 경우 미주와 아시아를 잇는 장거리 항로에서
원유 운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VLCC 운임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VLCC 중심으로 선대 확대를 추진 중인 장금상선에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회복 시기와 규모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는 분명한 중장기 변수”라며 “제재 국면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비공식 선단 비중이 줄어들 경우 VLCC 수요가
늘어나 운임을 떠받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중심에서 원유 운반선 중심으로의 선대 재편을 본격화한 장금상선이 시황 변화에 맞춘 전략적 전환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