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의 견학코스가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갑문을 둘러보는 이른바 항만 내 미니견학인 셈이다. 인터넷에서 신청을 받아 실행하는 것인데, 10명 이상이면 무료로 가능하다.
문제는 견학현장. 견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항만 시설의 구경은 흥미롭지만, 항만의 매연 탓에 창문을 열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항만의 오염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견학을 했다는 다른 지역 항만관계자는 "인천항이 오래되어 비좁은 것은 알고 있으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공기가 탁한 줄 미처 몰랐다."며 환경오염이 심각함을 지적했다.
인천항에서 온실가스배출이 어느 정도이고 그걸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홈페이지에 공식코너도 없을뿐더러 관련 정보가 한 줄도 없다. 환경보고서 같은 체계화된 보고서는 아예 없다.
항만의 청정문제는 현재 글로벌 해운에서 중요한 과제이고 IMO나 EU에서 강력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홍콩항에선 최근 입출항하는 외국선사들이 홍콩항만공사를 향해 청정연료 사용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클린포트 조성을 위한 갈등이 조성되고 있다. 출입하는 선박의 청정연료사용과 이산화탄소배출 감축, 그리고 항만 내 수송수단의 배기가스 감축을 통한 청정항만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국제적 동향이다.
김춘선 인천항만공사사장은 2013년을 '200만 TEU 달성목표'를 위해 자체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목표설정과 노력은 좋다.
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인천항의 물동량은 지리적 여건 탓에 한꺼번에 늘 수 없는 형편이기에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200만을 달성하든 205만을 달성하든 그런 수치가 무슨 대수냐?"고 반문하면서 "김춘선 사장이 그 문제로 직을 거는 배수진을 치는 것도 좀 오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계에 봉착한 사업영역에 대한 과도한 집착보다는 항만의 청정문제 등을 통해 국제적 표준을 맞춰나가는 것이 향후 발전동력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항의 인식전환과 시대에 부응하는 비전수립이 아쉽다."고 말했다.
성장동력을 찾으면서 기본적으로 클린과 효율이라는 요소를 고려한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견학이 불편할 정도로 항구의 오염도가 심각하다면, 거기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건강도 심히 우려된다. 나아가 트럭운전자들의 건강도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이 같은 현안을 도외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항구가 썩어가든 말든 물동량만 늘리는 정책은 이제 구시대적 접근 전략이다."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대목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배려하는 것이 다름 아닌 동반성장이다.
인천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홍보에만 급급한 경영진이나 중간간부들의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다."라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인천항만공사는 특히 크루즈를 향후 발전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렇게 항구 청정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크루즈 운항에 대한 우려도 크다. 크루즈 역시 친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많은 관광객이 탑승하는 크루즈에서 친환경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비환경적 인식으로 크루즈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인천항에는 올 5월 첫 중국 크루즈선이 취항할 예정이다.
글/ 쉬퍼스저널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