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벙커링, 한국은 후발주자가 될 것인가

  • 등록 2017.03.22 14: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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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경쟁력 강화 위해 부산항 LNG 벙커링 터미널 구축 서둘러야



 작년 10월 국제해사기구(이하 IMO)가 2020년 모든 해역을 대상으로 선박배출가스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전 세계 해운·항만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운업계는 규제 준수를 위해 저유황유나 LNG 등 연료유 교체 및 후처리 설비(Scrubber) 설치 등의 대안을 모색 중에 있으며, 특히 Maersk, CMA-CGM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신조 선박 발주 시 LNG 추진 선박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로테르담, 싱가포르, 닝보-저우산, 요코하마 등 세계 주요 항만 또한 IMO 규제 시기 확정에 따라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 물류 중심을 지향하는 부산항의 관련 사업 추진은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며 국제적인 움직임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한국가스공사, 조선 4사, 에너지회사, 해운회사, 선급 등 14개 기관이 이미 ‘LNG 벙커링 협의체’를 구성, IMO 규제 결정 4년 전인 2012년 5월부터 이미 LNG 벙커링 논의를 시작하여 2015년에는 부산항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 민간사업이 제안되었으나 여러 이견의 발생으로 3년째 제자리걸음 중에 있다.


 그 사이 일본, 중국의 주요 항만들은 인프라 구축 등 동북아 LNG 벙커링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항의 동북아 허브 항만으로서의 경쟁력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공해상 선박배출가스 규제 강화,

글로벌 해운·항만업계 발 빠르게 선제 대응


 지난 해 10월, IMO는 제 7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전 해역을 대상으로 선박배출가스의 황함유량을 0.5%로 제한하는 글로벌 해상환경 규제 강화 적용 시기를 2020년으로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주요 컨테이너선사들은 LNG 추진선으로의 전환이 용이한 LNG ready 선박을 발주하고 있으며 Maersk, CMA-CGM 등의 메이저 선사들은 선박연료로서 LNG 공급을 위해 주요 에너지 공급업체와 잇달아 MOU를 체결하는 등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운반선, 크루즈 선 등 컨테이너선 외 선종에서도 LNG 추진선박이 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시류에 편승하는 주체는 비단 선사들 뿐만이 아니다. 세계 주요 항만들은 IMO 규제 시기 확정 이전부터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을 계획, 규제시기 확정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로테르담항의 경우 쉘(Shell)사가 LNG 벙커링 사업을 위해 GATE 터미널 임대 및 LNG 벙커링 선박을 발주해 지난 해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박에 LNG 벙커링을 수행 중에 있다.


 싱가포르항은 2020년부터 선박에 LNG 벙커링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2013년부터 LNG 벙커링 표준화 사업 수행 중에 있으며, 2018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 할 예정이다. 또한 싱가포르항은 LNG 추진선박 확대를 위해 신조선박에 대한 지원 및 5년간 입항료 면제 등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Keppel사에서 LNG 추진 예인선 프로젝트를 확정한 상태이다.


 벨기에 지브리제항 역시 2014년 LNG 벙커링을 위한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설립, LNG 벙커링 선박 발주 이후 2017년 세계 최초의 LNG 벙커링 선박인 ‘Engie Zeebrugge’호를 인도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본·중국, 동북아 LNG 벙커링 거점 선점 위한
공격적인 정책 추진


 가까운 일본과 중국 또한 동북아 LNG 벙커링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대응방안 마련 및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의 경우 요코하마항을 LNG 벙커링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해 6월부터 12월까지 총 7차례의 검토회의를 거쳐 약 100억 엔 규모의 3단계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 항만, 민간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 단계별 LNG 벙커링 운영 방안을 구체화했다. 요코하마항은 북미항로상 LNG 벙커링 거점의 측면에서 향후 부산항과 경쟁관계를 형성할 일본 최상의 벙커링 거점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국가정책인 ‘국제컨테이너전략항만’으로의 육성·거점화를 추진 중에 있어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크루즈선 등 다양한 다수의 선박이 기항하고 있다. 또한 요코하마항 인접지역에 다수의 LNG 인수기지가 입지, 기존시설 활용이 가능하여 탱크 등 추가적인 벙커링 인프라 구축이 불필요하다는 강력한 이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요코하마항은 LNG 추진선에 대한 수요 창출 및 공급체계, 제도 및 국제 연계를 통해 LNG 추진선의 궁극적 문제점인 경쟁력 있는 LNG 가격 실현 방안을 마련, LNG 벙커링 거점 실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또한 2013년부터 LNG 추진선 및 LNG벙커링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으며, 국가보조금 정책 등에 따라 2015년 기준 1,100척의 LNG 추진선박 발주, 지속적인 벙커링 인프라 확충 등 경쟁력 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수운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1,600척의 LNG 추진선이 운항, 건조 및 발주되었으며, 이 중 운항 중인 선박이 99척, 건조 중인 선박이 400척이며 발주 된 선박이 1,100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기준 중국에 6개소의 LNG 벙커링 인프라가 개발, 이 중 5개소가 운영 중에 있으며 절강성 저우산항에 외항선 대상의 LNG 벙커링 인프라의 개발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이 저우산항의 LNG 벙커링 터미널은 동북아 벙커링 거점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부산항, 일본의 요코하마항과 경쟁관계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중국의 LNG 벙커링 수요는 2020년 내륙수운을 중심으로 약 200만 톤, 연근해 및 원양 선박으로 확대될 경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북아 벙커링 거점 경쟁에 뒤쳐진 부산항


 하지만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부산항은 LNG 벙커링 사업에 대해 3년째 논의만 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12년 5월 ‘LNG 벙커링 협의체’를 구성, 비교적 조기에 LNG 벙커링 관련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추진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벙커링용 LNG 가격 연구와 LNG 벙커링 표준화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다각도로 관련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2015년 7월 부산항 종합서비스 항만 조성 등을 위해 LNG 벙커링 등 민자 유치 추진을 표명했으며, 이어 2016년 9월 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 고시에서는 부산항 항만서비스 개선을 위한 LNG 벙커링, 수리조선 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2016년 10월, 해양수산부, 울산항만공사 등이 국제벙커링컨퍼런스에 참석한 후로는 국제 주요항만당국 간 LNG 벙커링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 LNG 벙커링 인프로 구축 및 기반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항 관리운영 주체인 부산항만공사는 세계 주요 항만당국과는 달리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며, 민간사업 제안 입지에 대한 통항 안전성 문제 제기 등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부산시-항만공사-민간사업자 등 지혜 모아
조속한 사업 추진 필요


 향후 LNG 벙커링은 기본적인 항만서비스로서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부산항이 입지한 동북아 지역은 아시아-유럽항로 벙커링 수요의 18%, 북미항로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되며 LNG 벙커링의 주요 공급 거점으로 급부상 할 전망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2030년 이후 북극항로가 상용화 될 경우 LNG 벙커링의 주요 거점은 동북아 지역의 거점항만과 북유럽 항만들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준비 차원에서도 LNG 인프라 및 터미널 구축은 필수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부산항은 주요 고객인 컨테이너선사, 크루즈선사 등이 LNG 추진선박을 지속적으로 발주하고 국제적으로 원활한 LNG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다국적 에너지기업 및 주요 항만당국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상황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여 환경보호와 고객 지향적 서비스 항만 구축을 통해 부산항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LNG 벙커링 공급 시장은 신규시장으로서 시장 선점을 위한 성공요소로 가격 경쟁력, 장기적/안정적 LNG 공급 및 우수한 LNG 벙커링 인프라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LNG 도입방식 및 안정적 공급을 위한 사업전략 수립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부산항 신항 터미널 구조를 활용한 Pipeline to Ship 방식, 즉 접안 선박에 직접 LNG를 급유할 수 있는 방식 적용을 통해 고효율 저비용의 최적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방안 또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금년 내에 부산항LNG 벙커링 터미널의 입지선정이 마무리되고 2018년부터 본격적인 개발 사업이 착수되어야 지연에 따른 더 이상의 잠재적 기회 상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항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임을 인식하고 정부-부산시-민간사업자 간 조속한 사업 추진만이 동북아 허브항만으로써 부산항의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김은비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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