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완화…해운업 반등 기대

  • 등록 2025.05.15 12: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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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위축됐던 글로벌 교역 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양국이 상호 부과했던 고율의 보복성 관세를 일시 유예하면서, 해운업계는 물동량 회복과 운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 운항 노선 조정과 함대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과 중국 정부는 상호 부과한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145%의 추가 관세를 30%로 인하하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125%의 보복 관세를 10%로 낮췄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양국 간 교역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해운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독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는중국발 미국행 화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소형 선박 위주로 계획했던 노선을 재검토하고, 대형 선박 투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 역시최근 2주 동안 중국~미국 노선 운항을 약 20% 축소했지만, 수요가 회복되면 즉시 증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간 일부 관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동량 증가세는 분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화물 예약 플랫폼 프레이트오스는과거 3~4월에도 20% 수준의 관세가 유지된 상황에서 선적량이 증가한 전례가 있다이번 90일 유예 기간 동안에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운 전문 분석기관 제네타(Zeneta)운송업체들은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화물 운송량을 늘리려 할 것이라며통상 해상 운송의 성수기는 3분기지만, 이번에는 중국발 미국행 화물 수요가 조기 급증하면서 이른 성수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밀어내기 출하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해상 운임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상 운임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 2,500포인트를 넘었으나, ·중 관세 갈등 여파로 지난 9일 기준 1,345.17포인트까지 하락했다. SCFI가 절반 가까이 하락하면서 해운업계는 긴장해왔으나, 이번 관세 유예 조치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최대 항만인 로스앤젤레스항의 4월 첫째 주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유예 조치로 감소세가 반전된다면, 해운 운임도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물동량 회복 속도와 선박 과잉 공급 문제 등은 여전히 부담 요소라며단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 과잉 상황에서는 운임 반등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은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HMM은 벌크선 운항 비중 확대를 위해 SK해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전략적 대응에 나섰다. HMM 관계자는컨테이너 운임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벌크선과 특수화물선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중 무역 상황과 관계없이 다양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유예 조치가 해운업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 회복세로 이어지기 위해선 양국 간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향후 90일간 진행될 미·중 협상 결과가 글로벌 물류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승준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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