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규제·선복 부담 겹쳐…국내 해운업·조선업의 해법은 LNG

  • 등록 2026.01.11 19: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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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社의레브레사(LEBRETHAH)’호 운항 모습. [사진=한화]


해운업과 조선업은 개별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서 맞물려 움직여 왔다. 해운 시황이 개선되면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늘고, 조선업의 공급 결정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다시 해운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2000년대 이후 이 순환은 변동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 사례가 많았다. 해운 호황기에 집중된 대규모 발주가 수년 뒤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며 운임을 다시 압박하는 구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이러한 흐름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해운사들이 대거 발주한 선박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인도되고 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와 조선업계의 선종별선택과 집중전략이 병행되면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공급 충격은 일정 부분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 시황의 변동성을 조선업의 공급 조절과 규제 대응 전략이 흡수하는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 말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실적 발표 과정에서 세계 교역 둔화와 선복 증가를 언급하며 2026년을어려운 해로 전망했다. ·중 관세 분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팬데믹 시기 발주된 컨테이너선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되면서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약 4.0% 증가하는 반면, 물동량 증가는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복과 수요 간 괴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운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유럽 주요 선사들의 수에즈 운하 복귀 움직임도 변수로 거론된다. 홍해 사태 이후 희망봉 우회 항로를 활용하며 톤마일 효과를 확대해 온 해운업계로서는, 수에즈 운하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 운임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 희망봉 우회 시 컨테이너선의 TEU-마일은 2023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HMM 2026년까지 희망봉 우회 항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선사들이 시황 방어 기조를 이어가면서 급격한 운임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국내 선사들 역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운영 기조에 맞춰 신중한 항로 전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건화물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화물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029포인트에서 2071포인트로 상승했다. 중국의 재고 보충 수요로 철광석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운임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에는 건화물 물동량 증가율이 1.3%에 그치는 반면 선대는 2.4%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해운 시황 둔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조선업계의 대응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국내 대형 조선 3사인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시황 변동성이 큰 컨테이너선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대신,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LNG 수출 터미널 가동 확대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올해에만 80척 이상의 LNG 운반선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6년 산업 전망 조사에서 조선 산업의 올해 수출 규모를 3392000만 달러로 전망했다.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요가 비교적 확실하고 수익성이 높은 LNG 선종에 집중하고, 공급 과잉 우려가 큰 컨테이너선 발주는 후순위로 두는 전략은 수익성과 해운 시황 변동성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친환경 규제 역시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국제해사기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특별회기(MEPC ES.2)에서 논의되던 ‘IMO Net-Zero Framework’ 채택을 1년 연기했다. 규제 확정이 미뤄지면서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중장기적인 탈탄소 기조 자체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선·해운업계는 대응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에 따르면 LNG는 단기적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LNG 연료는 기존 선박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3%,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약 80%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탄소중립 목표에도 불구하고 LNG 수요가 204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NG 추진선 확대는 선박 건조에 그치지 않고 연료 공급 인프라와 기자재 산업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LNG의 극저온 특성상 선박 간 연료 공급 방식(STS)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며, LNG 벙커링 선박과 연료공급시스템(FGSS)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부두·파이프라인을 활용한 LNG 연료 공급을 수행했으며, 향후 광양 LNG 터미널에 STS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운 시황의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피하기 어렵지만, 조선업의 선종 선택과 에너지 인프라 전략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NG 해운·조선·에너지 인프라는 향후 수소·메탄올 등 무탄소 연료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적 기반으로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해운과 조선을 넘어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 속에서, LNG는 당분간 글로벌 해운·조선 산업 질서를 규정하는 핵심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국승준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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