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노력항 터미널에서

  • 등록 2013.02.19 09: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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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에 노력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이름도 특이하죠. ‘늙을 노()힘 력()자를 사용한다는군요. 늙을 때까지 힘써서 일하라는 뜻일까요. 그래서인지 바닷가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띕니다.

노력항은 장흥의 정남진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작은 포구인데 원래 노력도라는 섬이었죠. 6년 전 다리가 놓였고 3년 전에는 노력도-제주 성산포 간의 고속페리도 개통되었습니다.

회진 대교를 건너 노력리 마을을 반 바퀴 휘감아 돌면 제주도까지 가장 빠른 길인 장흥 노력항 여객선터미널이 나옵니다.

대 명절인 설 밑이고 날이 추워서 그런지 대합실은 한산합니다. 오늘(2 4)은 오후 3시 반에 한차례 제주행 노선밖에 없다고 매표소에서 일러줍니다. 2월은 가장 손님이 적어서 매일 출항 시간이 달라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직원이 귀띔해 줍니다. 다도해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 위로 곳곳에 양식장이 있어 어촌 사람들 삶의 현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매생이국으로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노력도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주 가는 페리가 생기면서 어장이 다 망가졌어요. 거기가 이 섬에서 제일 물 좋은 황금어장이었죠. 낚시대만 넣으면 고기가 잡혔던 곳이에요. 공사 통에 다 망가졌고 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고 어민들만 생고생입니다." 그나마 페리 취항으로 식당과 펜션들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하나가 잘되면 또 다른 하나가 허물어지는 전형적인 악순환이죠.

지속 가능한 접근법은 없었을까요. "공사가 번개처럼 진행되어 마을 사람들조차 페리 항구가 들어서는지 몰랐어요. 어떻게 6개월 안에 공사가 끝날 수 있느냐고요." 톤을 올리는 주민의 말에 그동안 복잡하게 얽힌 내용이 묻어 있는 듯 합니다. "한번 언젠가는 난리가 날 거예요..."라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육지에서 제주 가는 최단거리 코스로 1시간 50분이면 도착하는 노란색 오렌지 호의 모습 이면에는 마을 주민의 불만이 들립니다. 김과 매생이가 제철이고 날은 여전히 나그네의 귓불을 시리게 하는 겨울이지만, 봄이 한 걸음씩 찾아오고 있는 청정 남도 바다의 노력항.

연안 페리만이 정박해 출항을 기다리고 있고 목선들이 포구에 줄지어 선 빈 배만 출렁대며 닻을 내리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2월의 노력리 항구의 풍경입니다.

"구정 무렵이 제일 비수기여서 한산합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과 바다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글/ 신창섭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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