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풍진페리 선착장에서

2013.02.22 17:41:19

전남 완도는 다도행 해상교통의 중심지입니다. 제주와 청산도 등 섬으로 가는 먼 길 항해는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죠. 완도 여객터미널 입구에는 이 지역 출신으로 해운조합회장이 된 풍진페리 이용섭 회장의 축하 현수막도 여전히 걸려 있습니다.

풍진페리는 완도에서 작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역할을 해오고 있죠. 이런 장거리 선박 말고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해주는 페리도 완도의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30분 내외 거리를 페리가 연결해주면서 왕래를 하는 곳인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완도 본섬은 이제 연륙교가 놓여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죠. 장보고 동상의 늠름한 자태가 나그네를 맞는 완도에서 신지도까지도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고운 모래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송악으로 가면 선착장이 나옵니다여기서 고금도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신지도 송악에서 고금도 상정리까지는 5분 남짓. 타자마자 내린다 할 정도로 가깝습니다. 풍진해운의 페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오가는데, 섬에서 나오는 수족관트럭을 비롯해 공사용 레미콘트럭 그리고 승용차, 나아가 고금-완도 간 마을버스가 풍진페리를 이용해 섬을 오갑니다. 바닷바람이라 아직 차지만 물빛은 저 멀리 봄의 물기를 실어오듯 유난히 빛납니다. 매표직원 혼자서 일일이 손수 표를 끊어주고 페리 안에서는 다른 직원이 자동차들을 일렬로 안내합니다. 겨울철이라도 자동차의 왕래가 잦은 편이지만 송악휴게소의 가게는 낡은 텔레비전 소리만 윙윙대고 썰렁합니다.

승용차 한 대에 2명 탑승하여 도선요금이 9 5백 원. 화물차나 덤프트럭은 톤수에 따라 4만에서 8만 원까지 편도요금을 받습니다. 요즘은 레미콘트럭의 왕래가 부쩍 잦은데, 이는 신지도와 고금도 간에 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 완공된다니 풍진해운 페리가 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페리는 오랜 세월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해왔죠. 페리는 섬사람들이 세상으로 향하는 첫 배였죠. 그런데 이제 세상 변하듯 섬지방도 변했고 앞으로도 변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완도는 이제 도서지방이 아니라 섬과 섬 사이를 모두 다리로 연결된 육지나 마찬가지가 되겠고, 페리로 섬을 오가던 일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겠죠. 편해진 만큼 섬 고유의 풍경은 사라지는 것이죠.

신지도를 페리로 건너가는 고금도는 유자로 유명하죠. 유자 이파리의 푸르름이 봄을 기약하고 있고 이제 계절이 바뀌면 유자도 결실 준비에 들어가겠죠. 섬에서 보면 다른 섬이 육지처럼 보입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만큼 보입니다. 그게 바로 섬이 주는 공간적 풍경일까요? 문득 미문의 프랑스작가 장그르니에의 수필 ''이 생각났습니다. 그 이전 섬에 가면 많이 불편하다고 했는데 "그게 섬 잘못이 아니라 육지 사람들이 길들어진 습관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죠. 섬은 섬입니다. 저마다 개성이 있듯이 섬마다 고유한 모습과 풍경이 있죠. 그게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풍경을 이룬 아름다움이 다도해의 수려함이죠.

우리가 사는 세상도 각자 섬처럼 따로 떠있지만, 다도해의 아름다움처럼 조화로운 삶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섬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 신창섭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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