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속 중소 해운사 잇단 폐업… 해운업계 양극화 가속

  • 등록 2025.01.31 17: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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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 해운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대형 해운사들은 글로벌 해운 시장 호황을 맞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반면, 중소 해운사들은 자금난과 경영난으로 인해 잇달아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이에스동서가 자회사 아이에스해운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020년 글로벌 해운업 호황에 발맞춰 해운업 진출을 선언하며 자회사 아이에스해운을 설립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아이에스해운은 2022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2023년 아이에스동서가 신규 선박 취득을 위해 120억 원을 출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아이에스동서는 15년 만에 해운업 철수를 선택하게 됐다.

 

지난 21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시장이 호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소 해운사들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해운협회(해운협회)에서 탈퇴하는 회원사가 속출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국내 주요 해운사인 HMM, 현대글로비스, 팬오션을 포함해 160여 개 외항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해운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2025년도 정기총회에서 장기 체납 및 폐업으로 인해 26개 회원사의 퇴회를 결정했다. 이들 중 20곳은 폐업, 영업 중단, 해운업 철수 등의 사유로 협회를 떠났다. 대표적인 탈퇴 회원사로는부국해운서일에이젼시쉬핑뱅크오션해운유진해운 △CJ대한통운아이에스해운 △HJ중공업 등이 있다.

 

탈퇴 회원사 상당수는 해운협회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협회비를 체납했다. 이들의 체납액 규모는 총 106,167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운업계 대형사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해운업계의 양극화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해운업계 1위인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0% 증가한 32,19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5% 늘어난 113,42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해운 호황 속에서 대형 해운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중소 해운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며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으로 해운업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대형 해운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신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급증하는 물동량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중소 해운사들은 주로 벌크선 중심으로 운영되며, 컨테이너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벌크선 시장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해운동맹 체제가 아니라 완전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에 취약하다. 여기에 글로벌 건설 경기 둔화로 벌크선 운송 수요까지 줄면서 중소 해운사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운영비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대형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중소 해운사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중소 해운사의 경영 악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에서는 중소 해운사의 잇단 폐업이 국내 해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국내 대형 해운사는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 중소 해운사는 아시아 노선에서 각각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한국 해운 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왔다중소 해운사들의 몰락이 곧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 해운사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위한 보조금 지급, 정책적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소 해운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HMM과 같은 대형 해운사만 살아남고 국내 해운업계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는 앞으로도 대형 해운사와 중소 해운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도 국내 중소 해운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국승준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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