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해운기업 CSR 노력

2013.10.02 13:31:59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가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오늘날 CSR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기업이 적지 않고, CSR에 앞장선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운·물류업계에서도 CSR에 무관심해선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의 해운기업을 중심으로 CSR 활동 사례를 살펴봤다.


해운산업과 CSR ‘찰떡궁합’
 해운·물류는 산업 자체가 세계 경제의 혈관 구실을 한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처럼 항만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 비중이 큰 경우 해운산업은 중요한 사회 인프라로 봐야 한다. CSR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필요한 물자를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수송하는 게 해운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해운기업이 석유, 가스, 철광석 등을 적시적지에 수송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외 해운기업 대부분은 안전과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CSR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전과 환경은 해운산업 기반 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뿐더러 해운기업의 가치 향상으로 이어진다. 두 분야 가운데 안전은 과거부터 해운기업이 반드시 짊어져야 할 화두였다. 선박이 바다에서 사고를 일으킬 경우, 해양오염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환경은 지구온난화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해운업계의 과제로 부각됐다. 선박은 다른 수송 수단과 비교해 친환경이지만, 대형 선박을 운항하려면 많은 연료를 소모해야 한다.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도 적지 않아 환경문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중·일 3국의 해운기업 중에서 일본의 대형선사인 쇼센미쓰이(商船三井)는 2011년부터 ‘안전 운항 강화’와 ‘환경 전략’을 CSR 목표로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쇼센미쓰이 홈페이지에서 CSR 관련 내용을 보면, 상선 미츠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운항’이란 목표에 따라, 선박 운항의 안전성 측정을 위한 객관적 지표 수치를 대부분 이뤄냈다. 다만 중대 해난 사고를 포함해 기름에 의한 해양 오염, 중대 화물 사고, 산재 사망 사고 등 ‘4제로’를 목표로 정했으나, 선박 내 엘리베이터 사고로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탓에 이를 달성하진 못했다. ‘환경 전략’과 관련해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삭감, 대기 오염 방지 활동, 생물 다양성 보전 공헌 등 거의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


 스위스의 지속가능성 평가기업 로베코샘(RobecoSAM)의 2013년 CSR 등급 평가 결과 '브론즈 클래스'에 선정된 닛폰유센(日本郵船)도 ‘안전 확보’와 ‘환경 대응’을 가장 중요한 CSR 과제로 꼽았다. 닛폰유센은 안전 확보를 위해선 우수한 선원 육성이 필수라며, 필리핀에서 운영 중인 상선대학을 통해 일관된 인재 육성·활용 시스템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또 태양 에너지 발전 시스템이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탑재한 선박 등 최신 기술을 채용하고 운항 효율을 높여서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중일 해운기업 CSR 평가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Asia CSR Expert Committee)는 2010년부터 한·중·일 세 나라의 사회책임경영 최우수기업 30개를 선정해 ‘동아시아 30’이란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 동아시아 30을 선정하는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위원회는 한·중·일의 사회책임경영 전문가 10명으로 꾸려졌다. 평가 실무는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주관한다. 위원회는 국가별 CSR 우수기업도 30개씩 선정하고 있다.


 2010년 11월 28일 처음 발표된 ‘2010 동아시아 30’에 해운기업은 선정되지 못했다. 단지 ‘국가별 CSR 30’에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국의 CIMC(중국국제해운컨테이너)가 포함됐을 뿐이다. 하지만 2011년 10월 24일 발표된 ‘2011 동아시아 30’에는 중국원양(China COSCO Holdings·이하 코스코)이 해운기업 가운데 처음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 CSR 30에는 CIMC와 중국해운총공사, 닛폰유센이 선정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제외됐다. 코스코는 지난해 10월 17일 발표된 ‘2012 동아시아 30’에도 포함됐다. 한·중·일 해운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선정된 것이다. CIMC와 닛폰유센도 각각 3년과 2년 연속으로 국가별 CSR 30에 선정됐다. 그러나 한국 해운기업의 이름은 보이질 않았다.


 동아시아 30 선정은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 개발(1단계), 평가대상 기업 중 CSR 보고서 발간기업 선별(2단계), 평가결과 도출(3단계), 최종 편입기업 확정(4단계) 과정을 거친다. 핵심인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은 매년 바뀐다. 2010년 환경·사회·거버넌스 3개 영역 13개 지표로 구성됐던 평가모델은 이듬해 20개 지표로 늘었다. 최종 편입기업 확정을 위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도 강화된다. 이에 대해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기업 경영활동과 사회책임경영 활동의 일치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2010년 네거티브 스크리닝의 기준은 “검찰의 기소 또는 법원의 유죄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엔 “정부기관의 벌금 또는 규제, 심각한 안전 문제로 인한 인사사고”도 포함시켰다. 2012년에는 2011년 “평가 모델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을 위원회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해 각국의 사회·문화적 특징이 평가 결과에 반영되도록 했다”고 한겨레경제연구소는 밝혔다.


 2010년 ‘한국 CSR 우수기업 30’에 선정됐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이듬해부터 제외된 이유는 정량평가와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해운기업에 비해 사회책임경영 수준이 낮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평가 결과 “한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수준은 ‘동아시아 30’ 평가 모델이 제시한 요구사항의 절반 정도만 충족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2 한국 CSR 30’에 선정된 26개 기업들이 제조업에 쏠렸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평가 대상 59개 기업 가운데 30%인 19개가 비제조업이었으나, 선정된 것은 3개 금융기관(케이비금융그룹, 디지비금융지주, 동부화재)와 1개 항공사(대한항공)뿐이었다는 것이다. CSR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해운기업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코스코의 CSR 관심과 성과
 2011년과 2012년 동아시아 30에 뽑힌 코스코는 중국 최대 해운그룹이자 국영기업이다. 코스코는 2011년 중국의 주요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CSR) 지수 조사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매년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자기업 3개 분야 CSR 지수를 조사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CSR 지수는 국제적 CSR 지표 시스템과 중국 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제안서, 세계 500대 기업의 CSR 평가체계를 근거로 작성된다. 2011년 중국 내 300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수 조사 결과는 중국사회과학원이 발간한 ‘2011년 기업사회책임보고서’에 실려, 그해 11월 8일 발표됐다. 조사 결과 코스코는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수를 점수로 매겨 탁월자, 영선자, 추간자, 기보자, 방관자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80점 이상인 탁월자는 비교적 완벽한 CSR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활동정보도 완벽해 모범이 되는 기업이다. 영선자(60~80점)는 CSR 이행을 위한 관리체계를 정립하는 단계, 추간자(40~60점)는 관리를 시작한 단계, 기보자(20~40점)는 관리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초보적 단계, 방관자(20점 이하)는 CSR 이행 정도가 매우 낮고 활동정보가 심각하게 부족한 단계의 기업을 가리킨다. 2011년 조사에서 코스코는 300개 기업 중 유일하게 탁월자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코스코의 CSR 관리체계가 높은 평가를 받는 데 대해 2011년 말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은 2008년 중국 정부가 ‘중앙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의견서’를 유관기관에 하달하면서 국영기업의 CSR 관리 및 활동자료 발표를 체계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2006년 CSR 활동정보를 발표한 국영기업은 149개 가운데 5개에 불과했으나, 2011년 75개로 늘었다. 코스코 외에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스테이트그리드, 차이나내셔널페트롤리엄 등 국영기업들도 70점 이상을 받아 영선자 등급을 받았다. 반면 0점 이하를 받은 26개 기업 중에는 아디다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카콜라 등 다국적 외자기업 19개가 포함됐다. 아디다스는 -4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코스코는 1995년부터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면서 윈난성, 티베트 자치구, 허베이성 등의 취약계층을 도왔다. 코스코의 CSR 활동은 빈곤 퇴치를 위한 희망고등학교와 자선재단 설립,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 건설, 홍수피해 지원 등으로 이어졌다. 코스코는 CSR 활동을 위한 전담조직을 꾸려서 안전과 환경을 중심으로 CSR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홍콩 사회봉사연합회(HKCSS)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수여하는 케어링 컴퍼니(Caring Company) 인증 로고를 2008년부터 4년 연속 받았다. 올해 초에는 홍콩의 기업지배구조 전문 저널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아시아>(Corporate Governance Asia)로부터 ‘베스트 CSR 기업’(중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 이주현 기자

김명근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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