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제패한 크루즈계 선구자

2014.06.16 16:23:02

 대한민국이라는 크루즈 불모지를 향한 신대륙 원정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처녀항해처럼 시작은 무모했고 작금의 풍파는 보란 듯이 거세다. 허나 모진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크루즈관광의 대중화를 위해 달려온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들’. 중국 크루즈산업의 발전규모가 매년 업계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세계 최고 크루즈 선사들의 이목이 한중일 동북아시아로 집중된 이때,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여기에 답이 있다.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지난 15년간 한국 크루즈 산업의 신항로를 개척해온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의 한국 지사장 이재명씨다. ‘투어 마케팅 코리아’(Tour Marketing Korea)의 대표로 미국 렌터카 체인 ‘엔터프라이즈 홀딩스’(Enterprise Holdings)와 하와이 리조트체인 ‘프린스리조트 하와이’(Prince Resort Hawaii)의 홍보까지 겸하고 있는 그보다 여행업 전반에서 크루즈를 반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올곧고 촘촘했던 대화 속에서도 그는 유독 ‘한국 크루즈 산업의 미래’라는 말에 편안한 미소를 발한다. 중국 크루즈 시장 1위로 우뚝 선 ‘로얄 캐리비안’의 성공비결과 다가올 한국 크루즈 시장의 미래를 점쳐본다.

Q.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쉬퍼스 저널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 청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투어 마케팅 코리아의 대표이자 세계 3대 선사중에 하나인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한국 지사장 이재명입니다.




Q. 간단한 약력 및 크루즈 업계에 입문하게 되신 계기 부탁드립니다.
 1991년 모두투어에서 여행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94년 당시 아마존 출장을 가기 위해 마이애미를 거쳐야 했는데, 항구에서 큰 크루즈 한 척을 보고는 ‘아 저런 배 한번 팔아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 있었죠. 그러다 97년, 당시 하나투어 권희섭 부회장님께서 싱가포르의 썬 크루즈라는 회사의 계약을 따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분위기도 볼겸 처음 크루즈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더군요. 그렇게 썬 크루즈의 한국 사무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2년 뒤 미국 최대 관광박람회인 파우와우(IPW)에서 로얄 캐리비안을 만났습니다. ‘이건 내가 해야겠다’하는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시아에 오피스조차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15년 동안 매년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2004년 싱가포르에 아시아 오피스, 2007년 중국 오피스가 생기고 아시아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참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현재 대중 크루즈 라인 ‘로얄 캐리비안’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크루즈 라인 ‘셀러브리티’(Celebrity) 그리고 럭셔리 크루즈 라인 ‘아즈마라’(Azamara)까지 3곳의 한국 지사를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루즈 선사마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을텐데요.
 그렇습니다. 아직 크루즈가 생소하신 분들은 일단 부담 없지만 크고, 멋진 ‘섬씽 스페셜’한 배를 찾게 됩니다. ‘로얄 캐리비안’이 딱 그렇습니다.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을 보유한 선사답게 암벽 등반, 스케이팅, 서핑 등의 타사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어뮤즈먼트들이 즐비합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드림웍스’(Dreamworks)와 제휴되어 가히 업계 최고입니다.

 한두 번 크루즈를 타신 뒤면, 좀 더 럭셔리한 배에 관심이 가실 수밖에 없습니다. ‘셀러브리티 크루즈’는 그러한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드립니다. 규모는 ‘로얄 캐리비안’과 비슷하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죠. ‘셀러브리티 크루즈’는 재구매율이 70%에 달합니다. 그만큼 만족하신다는 증거입니다. ‘아즈마라 클럽 크루즈’의 경우, 최고 등급의 럭셔리 라인으로 소수정예의 고객을 최정예 스탭이 에스코트하는 시스템입니다. ‘셀러브리티 크루즈’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 배가 작기 때문에 한국분들께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추천 드리는 배는 아닙니다. 크루즈 여행을 많이 하실수록 럭셔리 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십니다.


Q. 현재 중국시장에서 ‘로얄 캐리비안’의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세계 1위의 선사인 ‘카니발’(Carnival)사를 제치고 중국시장은 저희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사실 본사에서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경제발전 추이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일예로 2000년대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치고 실패도 겪었죠. 하지만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투자해야합니다. 중국은 뭐든지 큽니다. 한해 광고비만 수십만 불, 상주하는 직원만 100명이 넘습니다. 일본에도 그렇게 투자할 수 없습니다. 경쟁사인 ‘카니발 크루즈’의 ‘코스타’(Costa)사가 저희보다 먼저 중국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지금은 저희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2013년 자그마치 50만명의 중국인이 저희 ‘로얄 캐리비안’의 크루즈를 이용했습니다.


Q. 중국시장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을까요.
 사실 중국은 굉장히 특이한 시장입니다. 보통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상이 늘어나면 처음 비행기 여행 붐이 불고 그 후에 크루즈 여행 붐이 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국은 두 가지 붐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또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나 캐리비안해에서 타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시작인데 반해, 중국은 처음부터 근해 크루즈 여행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그만큼 예측 불가한 곳입니다. 본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 관심과 투자는 계속됩니다. 내년부터 현재 운항하고 있는 14만 톤급 마리너호, 보이저호에서 추가로 17만톤급 아시아 최대규모의 ‘퀀텀’(Quantum of the Seas)호와 7만톤급 ‘레전드’(Legend of the Seas)호 그리고 12만톤급 ‘셀러브리티’사의 ‘밀레니엄’(Millennium)호까지 총 5척이 중국을 모항으로 운항될 예정입니다.


Q. 중국 때문에 한국의 크루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분들도 크루즈 여행은 다 가실 수 있습니다. 100만 원 정도 평균 해외여행 경비를 생각하면, 호텔보다 크루즈 요금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한국분들은 해외여행 가실 때, 한국분들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휴일이 길지 않은 국내 여건상, 크루즈로 갈 수 있는 곳이 중국과 일본 정도입니다. 큰 흥미를 못 느끼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선례로 비추어 볼 때,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인식변화와 홍보 전략입니다.

 2008년 제가 랩소디호로 한국 최초 크루즈 모항 스케줄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정부기관과 업계 관계분들께 크루즈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바다에도 세계적인 크루즈선들이 오갑니다. 작년에는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의 한국지사도 설립됐고, 롯데관광도 매년 '코스타'사의 배로 인천 모항 풀차터(통전세)를 운항 중입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저희 '로얄 캐리비안'은 기업차터. 여행사 등의 그룹차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암웨이 코리아'(Amway Korea)가 '마리너'호에서 3000명 단위의 기업 풀차터를 개최합니다. 큰 리스크 없이 참가자들의 SNS를 통한 큰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러한 인센티브 투어가 한국 시장의 현실에 맞는 홍보 전략입니다. 2015년 하계시즌에는 '보이저'호가 홍콩을 운항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업들의 인텐시브 투어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부모님 효도여행이나 상조회사의 크루즈여행같은 대가족단위 여행 패키지가 길게보면 중국과같은 크루즈 여행 붐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Q.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로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힘써오셨는데, 그동안 가장 좋았던, 안 좋았던 추억은 무엇일까요.
 안 좋은 건은 없습니다(웃음). 무엇보다 2008년이 기억에 많이 남죠. 레전드호로 한국 최초 모항을 시도하면서 많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5번 항차에 2,200명을 태웠으니 나름 선전했지만, 탑승자 평균연령대가 높아 지속적인 크루즈 고객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2010년 다시 모항을 시도하면서는 정말 많은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첫항차부터 한달을 배에만 있었습니다. 빨리 인계하고 내려야 하는데 아직 한국인에 맞는 서비스가 준비가 안되어있으니 계속 부족한 것들이 보이더군요. 계속 있으니까 다들 손님인지 직원인지 나중에는 햇깔려 할 정도였습니다(웃음). 결국 그해 21번 항차에 7,200명을 태웠고 힘들었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이제 어딜가든 배에 아는 사람이 있구요. 저에게는 큰 재산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몇 번 크루즈 탔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70번? 100번? 한국에서 크루즈에 대해 안다는 사람은 있지만 저만큼 배를 많이 타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드물겁니다.


Q. 최근 ‘안전’이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안전은 저희 ‘로얄 캐리비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경쟁사인 ‘카니발’은 2012년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부터 작년 멕시코 만에서 전기가 끊긴 사건까지 굵직한 사고가 많았습니다. 저희 ‘로얄 캐리비안’은 창사이래 대형 사고가 한 번도 없습니다. 덕분에 카비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고, 저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도 손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저희의 가치가 증명된 셈이죠. 손님들이 기항지 관광을 할 때 저희 상주직원들은 실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안전훈련을 합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고객분들이 안전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고, 저희는 안전에 대한 콘텐츠를 더욱 확충시켰습니다. 더 좋은 기회입니다.


Q. 올해 쉬퍼스 저널이 ‘에코 포트 포럼’(Echo Port Forum)을 준비합니다. ‘로얄 캐리비안’사의 환경정책이 궁금합니다.
 과거 크루즈선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불렸습니다. 바다에 쓰레기도 버리고, 배 밑에 붙어 다니는 해양생물이 로컬 고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도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배 안에 인‘바이럽먼트 오피스’(Enviorment Office)가 따로 있습니다. 물 한 방울이라도 그냥 버리지 않습니다. 오아시스호와 같은 22만 톤급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이 작은 배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환경 단체에 기부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이제 환경에 신경쓰지 않으면 외면을 받는 시대입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포부와 꿈을 알고 싶습니다.
 남자가 일을 떠나서 이야기하기 힘든데, 회사 직원들과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결혼한 친구들도 많고 오래 있다 보니 가족같아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 비축도 많이 하고 있구요(웃음).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서 1주일에 한 번씩 재택근무를 하게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 시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내년부터 환경이 굉장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3-4년 안에 어떻게 변화할지 굉장히 흥미로운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적응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 지금의 최우선 과제겠죠.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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