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쇼비지니스계의 이모저모

  • 등록 2014.08.27 12:02:40
크게보기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 크루즈 시장, 새로운 홍보전략 모색.
‘금발이 너무해’, ‘블루맨 그룹’ 등 유명 뮤지컬 공연 선내 프로그램화.
크루즈 선조부터 염두 설계. 3D 인테리어 등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고객 확보.

 
 인류의 가장 진화된 여행방식은 무엇일까? 비행기는 당연히 아니다. 최근 많은 항공사에서 밀고 있는 ‘180도 플랫 베드석’. 몇 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고작 발뻗고 누워있을 수 있다는 편의의 댓가로 당신은 몇 백만원의 큰 돈을 지불해야한다. 샤워시설도 전무한 좁디좁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밀담조차 불가능한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차라리 이동에 가깝다.

 언뜻 쉽게 이해되기 힘들지만, 놀랍게도 크루즈는 인류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진화된 여행방식이다. 매일 밤 근사한 식사와 달콤한 와인, 멋진 공연과 선상 노을을 즐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만의 달콤한 밤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당신은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 있다. 그 자체가 여행이다. 준비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리조트로 불리는 크루즈는 말 그대로 육상, 해상의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집대성된 ‘바다 위 꿈의 도시’다. 이런 크루즈 업계가 최근 선내 쇼비지니스의 시설과 쇼프로그램 큰 투자를 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본래 크루즈 선내 쇼비지니스 및 어뮤즈먼트시설은 크루즈 운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1900년대 초반 대서양을 오가던 대형 크루즈선에는 대형 무도회장이 있어 매일 밤 탑승객들을 위한 파티가 있었다. 단체 여행객 및 탑승객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실상은 긴 항해시간이 무료하지 않도록 만든 선내 프로그램의 일종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은 때때로 마술사, 댄서, 곡예와 같은 다양한 장기를 겸하여야만 하였는데, 그런 상황들이 현재 크루즈 쇼비지니스의 기원이 되었다.

 세계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60~70년대 하나둘 대형 크루즈 선사들이 출현하며, 크루즈 산업이 본격적으로 대기업화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크루즈 여행객수에 발맞춰 대형 크루즈 선사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만 갔는데(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크루즈의 역사는 사실상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 점점 커져만 가는 배, 더욱 고급화되는 선내 호텔, 또한 그 어떤 지상의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식사들이 지금까지 대형 크루즈 선사들의 주된 마케팅 요소였다면, 최근은 크루즈 쇼비지니스가 새로운 피력 포인트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수익 창출의 요소들 중 처음으로, 우리는 엔터테인먼트를 보고 있다.”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닉 위어의 말이다. 승무원 포함, 최대 승선인원 94,000명의 세계 최대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씨즈(Oasis of the Seas)"호를 보유한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가 차기 중요 수익수단으로 쇼비지니스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크루즈업계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세계에서 큰 크루즈 시장인 지중해와 캐리비안해에서 크루즈 선사들의 수익이 둔화되고 있다. 지중해는 2013년 대비 25%로 선실이 감소했으며, 캐리비안해는 이미 시장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크루즈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지중해와 캐리비안해에서 대형 크루즈 선사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이때, 그 동안 주력했던 하드웨어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선내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 볼 수 있다.

 크루즈 쇼비지니스는 크루즈 선박 진화의 한계가 가시화된 10년 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대표 크루즈 선사들 중 하나인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Norwegian Cruise Line)’은 2000년대 후반부터 유명 퍼포먼스 팀인 ‘블루맨 그룹(Blueman Group)'을 선내 프로그램으로 본격 투입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간판 뮤지컬인 ’금발이 너무해‘ 또한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선내 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 중이다.

 5성급 크루즈선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 역시 비슷한 시기에 크루즈 쇼비지니스를 시작했지만 노선은 달랐다. 미국 유명 TV쇼 프로그램을 선상에 옮긴 것. 한국에서도 제작된 바 있는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와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출연자와 제작팀이 공연을 하며 탑승객 또한 참가자가 되어 경연을 펼친다. 객석을 메운 다른 탑승객들의 심사로 상을 받는 시스템은 듣기만 해도 흥미롭다.

 크루즈 쇼비지니스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카니발(Carnival)’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뮤직 차터(음악을 주제로 한 크루즈선 풀 차터)를 기획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80,90년대 미국 아이돌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90년대를 대표하는 R&B 그룹 ‘보이즈 투 맨(Boys 2 Men)’ 그리고 8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릭 스프링필드(Rick Springfield)' 등은 카니발과 손을 잡고 매년 뮤직 차터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그러나 2013년 카니발은 획기적 뉴스를 발표하며 업계를 뒤흔든다. 2014년 4월부터 유명 뮤지션들의 릴레이 콘서트를 뮤직 차터가 아닌 정기 운항 선내 쇼프로그램으로 본격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이 공연은 유료다. 기존의 쇼프로그램들이 크루즈 요금에 그 모든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던 반면, 카니발의 이 릴레이 콘서트는 일반석 $20~40, VIP석은 $100~150의 추가티켓을 구매하여야 관람이 가능하다. 육상, 해상의 팬들에게 모두 선사를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이러한 쇼비지니스의 진화가 공연 자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크루즈 신조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시도도 늘어가는 추세. 2014년 11월에 완성되어 2015년부터 중국노선에 투입되는 로얄 캐리비안사의 초대형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씨즈(Quantum of the Seas)'호에는 18개의 프로젝터와 LED 화면을 겸비한 3D 전용 공연장이 들어선다. 이 공연을 위해 로얄 캐리비안은 한화 200억 원을 들여 육상에 리허설 극장까지 완비한 상태.

 점점 더 진화해 가는 크루즈와 더불어 지중해, 캐리비안해에 이은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크루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크루즈 시장 및 크루즈 건조술에서 한국의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가 주시하여야할 점은 무엇일까. 꾸준히 준비해가고 면밀히 검토한다면 언젠간 그것이 새로운 국가적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장임을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글. 신승광 기자


쉬퍼스저널 mediakn@naver.com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미디어케이앤 서울특별시 서초구 법원로3길 19, 2층 2639호 Tel: 02)3411-3850 등록번호 : 서울, 다 06448, 등록일자 : 1981년 3월 9일, 발행인/편집인 : 국원경(010-9083-8708)
Copyrightⓒ 2014 미디어K&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