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여행업을 품어야" 두번째

2014.10.02 16:57:10

크루즈업계의 트랜드 리더, 백현 (下)

Special Interview
롯데관광 부사장 백현


Q. 현재 한국에서 국적 크루즈선사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불가능합니다. 항공사를 예로 들어 볼까요. 비행기가 1대일 때와 3대일 때의 필요비용이 거의 같습니다. 인건비, 수리비, 선식비, 용품비 등 최소한의 일정비용이 든다는 거죠. 세계적인 크루즈선사들은 한 번에 100척 가까이 운영합니다. 국적선사 1,2척으로는 그들과 경쟁이 안됩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힘듭니다. 크루즈육성법안의 선내 카지노를 허가 해준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 크루즈선사들도 카지노를 절대 수익창출의 수단이라 보지않습니다. 서비스의 하나일 뿐입니다.

Q. 국적 크루즈선사들이 출범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현재 중국의 크루즈 아웃바운드 시장이 100만 명입니다. 일본이 40만, 한국은 1만 5천명입니다. 그 중에 전세선 포함, 롯데관광이 50%를 소화하고 있고요. 중국처럼 아웃바운드 시장이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 크루즈선사가 출현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럼 3면이 바다고, 해운, 조선산업이 발달된 한국이 왜 크루즈산업은 안되냐.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사대부 중심의 농경사회였습니다. 배타는 것을 하류직업으로 여겼죠. 저희 어렸을 때만해도, 바다에 놀러간다고 하면, 물조심해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 만큼 우리나라는 바다에 대해서 ‘무섭다, 천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크루즈가 대중적인 여행이 된 것도 바다와 친했던 역사가 깔려있기에 가능했죠.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바다에 대한 동경심이 떨어집니다. 만약 국적 크루즈선사를 한다면, 한국 관광상품의 다변화를 위해서 연안 크루즈는 어떨까 생각해본 적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온 외국 관광객들이 비행기로 속초를 가서 동해, 남해, 서해를 크루즈로 돌아보는 식이죠.


Q. 제주 국제크루즈포럼에서 현 크루즈 기항지여행 행태의 큰 문제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구체적인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 관광업계가 풀어야할 3대 과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크루즈 기항지상품을 마이너스로 덤핑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중국 크루즈기항객을 모시기위해서 한국 여행사들이 과다경쟁을 펼치는 바람에 수익이 마이너스인 투어상품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여행사들이 그 손실액을 어떻게 메울까요. 관광객들을 쇼핑만 하게 하는거죠. 최근 컴플레인이 많습니다. 관광하러 왔는데 쇼핑만 하다간다. 얼마 전에 제주도관광공사에서 중국인 기항지 관광객들에게 설문지를 돌렸어요.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답변이 1위 ‘쇼핑’, 2위 ’면세점’입니다. 정말 큰 문제에요. 사실 비행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도 다 ‘마이너스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중국사람들이 비자를 따로 받고 오기 때문에 괜찮다 이겁니다. 중국사람들이 쇼핑을 많이한다는 논리로 여행패키지 자체에 출혈이 좀 있어도 자유 경쟁시대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신들 나름대로 다양한 상품에 마음가는 만큼 소비를 하고, 국가에 세금만 제대로 납부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크루즈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중국 전담여행사가 손해를 만해하기 위해서 만든 쇼핑위주의 기항지여행상품을 중국여행객들은 반강제적으로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크루즈가 들어오면 관광객, 선사, 여행사, 지역경제, 국가 모두 서로 윈윈해야 하는데, 지금 돈 버는 곳은 쇼핑센터와 면세점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주도지사를 만나서 설득도 하고 해서 제주도에 크루즈를 들어오게 했는데, 결국 무엇을 바라보며 왔는가.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크루즈법안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선사의 장 또는 선박의 대리점이 크루즈 승선객의 상륙허가를 준다’. 이 조항을 수정해야합니다.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부는 상륙허가의 권한을 선사에 일임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품질 위주의 기항지관광 상품을 만들 수 있고, 그 입소문으로 더 많은 크루즈 관광객들이 방문해서 국가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것은 안전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기항지여행을 하다 버스사고로 관광객이 사망했다 했을 때, 세월호처럼 보험도 안든 영세한 여행사들이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큰 책임공방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매년 코스타 크루즈사와 진행하고 계시는 전세 크루즈에 대한 소회 부탁드립니다.

 제가 2000년 당시 해외영업부장 할 때부터, 매년 200대씩 전세기를 띄워서 여행상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 많이들 가시는 중국 장가계, 황산, 태국 치앙마이, 일본 북해도, 도야마, 대만, 호주 멜번, 유럽 전세기, 캐나다 메이플 등 현재 우리나라 여행상품 중 20-30%는 제가 다 개발했습니다. 사실 전세 크루즈도 그런 전세기 경험의 연장선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크루즈 전세는 비행기보다 몇 배 까다롭습니다. 계약서만 해도 항공기는 3장인데 크루즈는 10장이 넘어요. 빌렸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크루즈 직원들이 승객들의 팁으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정 이상 모객을 못하면 패널티를 내야합니다.

 이 전세 크루즈는 국가를 위해서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해도, 세계적인 크루즈선사들이 한국에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롯데관광이라는 여행사가 인천, 부산에서 전세 크루즈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그 선사들이 동북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거거든요. 그것은 국가 브랜드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구요. 우리가 열심히 할수록 해외 선사들도 더 많이 들어옵니다. 크루즈를 먼저 빌리고 나중에 판매를 하는 패키지 전세도 전세계적에서 2010년 제가 처음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보다 더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크루즈에 올인했던 5년 동안 5만명이었던 크루즈 관광객이 90만명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불가능한 것들을 되게 만들어왔습니다. 내년에도 전세선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지난주에 계약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Q. 최근 인천항만공사와 재능 대와 함께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 MOU를 체결하셨습니다.

 그것도 국가적인 차원입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향후 연안크루즈든, 국적선사든,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외국 크루즈선사든, 언젠가는 전문 크루즈 인력이 필요할 텐데, 많은 경험이 쌓여있어야 더 발전하죠. 현재 많은 외국 크루즈선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지만 실상 한국인 직원들이 별로 없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외국의 선진 기술과 서비스를 많이 배워야합니다. 매년 저희 전세 크루즈에도 몇 십 명씩 인턴을 태웁니다. 누군가는 크루즈가 뭔지 알려주고 배우는 경험을 하게 해야합니다.


Q. 감사하게도, 크루즈산업 발전의 국가적인 큰 기틀을 다져주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궁금합니다.

 사실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한다면, 한국사람중에 북한에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겁니다. 2003년에 시험삼아 진행했었던 개성관광도 기획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여행은 평화의 패스포트다(Tourism is a Peace Passport)’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광업계 종사자로서, 많은 분들이 보고 싶으셨던 것을 보게 해드리고, 더 나아가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생각해봅니다. 올해 제주도국제크루즈포럼에서 원희룡 도지사가 북한 기항의 크루즈를 제안한 것으로 압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말씀드려온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가 북한입니다. 앞으로 동북아 크루즈시장은 계속 커질 텐데, 만약 강원도 속초를 출발해서 북한의 원산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본 북해도, 일본 니이카타를 오가는 크루즈 여정을 만들 수 있다면, 동해는 카리브해나 지중해 못지않은 세계적인 크루즈시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강원도도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세계인구 70억 명 중 해외여행 인구가 10억 명, 그 관광수입은 1조달러(1000조)에 달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은 142억불로, 세계의 1.4%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전세계 관광산업 성장률이 3.4%, 크루즈는 6.4%로 훨씬 높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하여 크루즈를 포함한 한국의 관광 인프라 확충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취재,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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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 프로필 |

 현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 비상근이사, 코레일 관광개발 비상임이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BSP특별위원회 위원, 서울특별시 관광협회 일반여행업위원회 위원, 제주특별자치도 크루즈 발전협의회 및 크루즈 산업 진흥 특구 위원, 한국공항공사 자문위원, 강원도 발전 협의회 의원, 경희 대학교 관광대학원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제 39회 관광의 날 기념식 대통령상 표창, 한국관광연구학회 관광경영인 대상 수상, 카니발 그룹 코스타 크루즈 선정 2011, 2012 2년연속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우수 여행사상 수상. 현 롯데관광개발(주) 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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