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와 연예계의 콜라보 (上)

2014.11.06 13:41:37

BSB Cruise 2014 참관기

스타 마케팅과 결합한 크루즈산업. 미국의 새로운 빅 마켓 창출.
경제력 갖춘 팬, 안정과 품위 원하는 스타들의 요구 맞아. 범국가적 시너지 발현.
선사의 홍보효과 및 스타의 수익에도 큰 기회, 기획력과 연출력은 아직도 진화중.



 9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보이밴드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이하 BSB). 혹자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좀 놀아봤다하는 30-40대에게 그들의 음악은 '눈부신 젊은 날의 OST'였다. 'Everybody', 'Larger than Life'와 같이 90년대를 상징하는 사운드의 장본인인가 하면, 'Shape of my heart', 'As long as you love me'등과 같은 노래는 브라운아이즈나 SGWannabe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템포 발라드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96년 데뷔 이후 멤버변동없이 언 20년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해온 그들은 아직도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보이밴드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BSB가 매년 팬들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이름하여 'Backstreet Boys Cruise(이하 BSB 크루즈)'.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로즈투어(Rosetours)가 주최하고 세계 1위의 크루즈선사인 카니발사(Carnival)가 협력하는 이 연례 행사는 80년대를 풍미했던 또다른 보이밴드, 뉴키즈온더블럭(New Kids On The Block)의 'NKOTB Cruise'와 더불어 크루즈산업과 연예계의 가장 성공적인 콜라보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는 매년 10월말 개회되는 BSB 크루즈의 2014년 이벤트를 참관하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마이애미를 출발, 바하마의 할프 문 키(Half Moon Cay)를 기항하여 귀항하는 3박 4일의 일정이다. 개인적으로 BSB의 빅팬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년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한국 크루즈산업의 또다른 발전 가능성 그리고 마케팅 측면에서의 그 세부적인 디테일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다면 미국의 크루즈산업은 어떻게 이러한 세계적인 보이밴드와 서로의 손을 잡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맞다. 크루즈산업의 주타켓층은 40대중반이상의 경제력 있는 중산층 및 고소득층이다. 96년에 데뷔한 BSB의 팬들은 이제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그들은 한때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보이밴드와 짧은 여행을 떠나는데에 몇 백만 원 정도의 금액을 흔쾌히 지불할 의사가 있다. 이제 그만큼의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크루즈를 경험하고, 그곳에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그것은 크루즈선사 입장에서도 잠재적인 재구매고객을 만들기에 최적격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다. 보이밴드 입장에서도 금상첨화다. 일단은 돈이 된다. 일반적인 매스 크루즈가격이 1박에 100달러 이하임을 가정할 때, 3박 4일의 일정으로 작게는 천 달러, 많게는 수천달러의 프리미엄을 붙여 그만큼의 수익을 남긴다. 또한 한번에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안에는 지상시설과 버금가는 음향, 조명 그리고 다양한 위락시설들이 완비되어있어 팬들과 함께 여행은 물론, 지속적인 스타 브랜드 관리에도 이상적이다. 물론 크루즈 전세가격 및 행사운용을 위한 비용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을 가지고 안정된 생활을 영유하길 원하는 왕년의 보이밴드에게 수익과 팬서비스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뮤직차터는 절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연유로, 200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이러한 크루즈산업과 연예계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기획되기 시작했다. '릭 스프링필드(Rick Springfield)'부터 '케니 지(Kenny G)', '보이즈투맨(Boys 2 Men)'까지 장르와 인종을 초월한 수많은 뮤직차터(Music Charter)들이 시도되었고, 실수와 성공을 반복하고 있는 지금. 그 기획력과 연출력은 아직도 진화중에 있다.

 비 내리는 24일 오전, 세계 크루즈산업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마이애미항(Port of Miami)을 찾았다. 세계 1위, 2위의 거대 크루즈 선사 카니발과 로얄 캐리비안의 본사 건물이 보란 듯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최고(最古)의 크루즈 터미널인 만큼 많은 인파와 선적물로 부산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외부와 내부 모두 무척 여유로웠다. 무엇보다 현대화된 시설과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크루즈 터미널은 우리가 최고지'라는 국제적인 자부심과 휴향도시 마이애미만의 국지적인 투어리즘 마케팅이 정점에서 만나 운용의 효율성과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듯했다. 출국 수속은 간단하고 신속했다. 출항시간 4시를 3시간 앞둔 오후 1시. BSB 크루즈 2014가 열리는 카니발사의 엑스타시호(Ecstasy)에 승선했다.

 91년 핀란드에서 건조된 7만 톤/최대승선인원 2050명 규모의 엑스타시호에는 이미 전세계에서 모인 많은 팬들로 북적였다. 미국 전역,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남미, 유럽, 아시아의 팬들이 이벤트만을 위해 이곳에 모두 운집한 것. 가장 저렴한 인사이드 캐빈 가격이 항만세, 팁포함 130만원선인 것을 감안할 때(가장 비싼 스위트 캐빈의 가격은 300만원을 호가), 전 세계에서 모인 팬들이 지불해야할 왕복항공료와 다양한 추가비용을 더한다면 이 이벤트는 단순히 한 보이밴드의 팬미팅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라는 거대 상업자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히트 관광상품인 것이다.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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