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크루즈선사 가능성 있다”

2015.09.07 00:39:59

세계 1위 크루즈기업 Carnival Corp의 COO 알란 버클류 인터뷰



 지난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제주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3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알란 버클류(Alan Buckelew)는 세계 1위 크루즈기업 ‘카니발 코퍼레이션(Carnival Corp)’ 최고운영책임자로 현재 전세계 크루즈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에 ‘코스타’와 ‘프린세스 크루즈’를 운영하며 중국정부와의 합작으로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크루즈선사 운영의 성공비법 그리고 한국 크루즈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상해에 거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란 버클류(이하 알란) : 작년부터 상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중국에서 이탈리아 선사인 ‘코스타(Costa)'와 미국선사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 두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과는 크루즈건조와 연안 크루즈선사 설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탈리아나 미국 사람의 인식으로 중국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시장의 스타일과 트랜드를 읽고 사업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키 피플’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상해는 최적의 비즈니스 도시입니다.


Q 1977년에 크루즈계에 입문하신 후, 현재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의 COO이자 살아있는 업계 전설로 불리십니다. 미국 크루즈산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그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알란 : 일반적으로 세계 크루즈산업의 시작은 60년대 중반으로 보기 때문에 제가 태동기부터 함께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77년 당시만 해도 크루즈산업은 지금보다 상당히 작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항공이동이 보편화되면서 선박으로 6~7일이 걸렸던 대서양 횡단이 비행기로는 6시간으로 크게 단축됩니다. 오션라이너 선박들은 순식간에 과잉상태가 되었죠. 그래서 이 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해보자 했던 것이 크루즈산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대서양 오션라이너는 고객들이 6일 내내 배안에만 갇혀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캐리비안의 아름다운 섬들을 매일 방문하는 크루즈는 새로운 여행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점점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70년대 중반부터 프린세스 크루즈가 제작한 ‘사랑의 유람선(영제 'Love Boat')이 크루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지금 중국시장이 제게는 ‘데자뷰’와 같습니다. 제가 70년대 마이애미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와 현재 중국의 크루즈산업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Q 중국과 미국 크루즈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알란 : 70년대 미국과 현재 중국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타켓층이 분명히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이제 은퇴하고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는 노인층이 대상인 반면, 중국은 25세부터 45세까지 부가 집중된 젊은층입니다. 상대적으로 중국 고객들은 많은 휴가를 쓸 수 없으니 미국은 평균 항해 일정이 7일인 반면, 중국 3~4일 정도로 짧습니다.

 큰 컴포넌트는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TV나 엔터테인먼트, 음식 부분이 조금 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었습니다.




Q
중국을 겨냥한 특별한 홍보 전략이 있다면.

알란 :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각 크루즈선사가 홍보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70~80년대 미국 시장보다 홍보에 더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보비용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예전에는 TV나 잡지, 대형 옥외선전물을 통한 광고뿐이었지만, 이제는 TV 채널도 너무 많고 인터넷에도 많은 홍보가 필요합니다.

Q 무엇보다 ‘카니발 코퍼레이션’이 세계 최대의 크루즈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이 궁금합니다.

알란 :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세계 크루즈산업의 시작을 함께 하면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만약 20년 전에 시장에 진입했다면 굉장히 힘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적으로는 ‘Build & Buying’이라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시장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많은 크루즈선을 빨리 지었죠.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다른 브랜드를 사들이는데 투자했습니다. 이 전략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HAL, 코스타, 큐나드, 프린세스, 2개의 P&O, 아이다, 시본 등 10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9척의 선박을 새로 주문한 바 있습니다.


Q 10개의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합니다.

알란 : 지금까지는 선사끼리 서로 경쟁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회사 스케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이제는 함께 협력해서 일하도록 합니다.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홀딩 컴퍼니이고 분명 결정권과 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브랜드 고유의 색깔과 타켓층은 절대 서로 건드리지 않도록 합니다.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의 특정 시설을 공유하고 싶다고 해도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1개의 회사지만 10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고, 10개의 브랜드지만 1개의 큰 선사로 인식되는 것이 회사 정책입니다.


Q 2006년 코스타가 중국 크루즈시장에 첫 노크를 했지만, 현재는 로얄 캐리비안이 선두의 자리에 있습니다.

알란 : 한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도 있지만,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전세계 각 지역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 브랜드가 특정 지역에서 유독 성장하는 것에는 덜 집중하는 편입니다. 현재 중국을 운항하는 브랜드도 이미 다른 지역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에 새롭게 큰 투자한다면, 수익성이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타’가 유럽과 중국에서 똑같은 수익이 나도 중국으로 배를 옮겨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만약 중국에서 기존 시장보다 더 많은 수익이 난다면 그 때는 더 많은 크루즈선을 중국으로 옮겨 올 수 있습니다. 현재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중국에 아직 작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미 안정된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ean)'은 굉장히 큰 선사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선박이 큰 것이지 ‘코스타’와 ‘프린세스’를 합친 것보다는 작은 선사입니다.





Q
작년 말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중국국영조선협회(CSSC), 핀칸티에리(Fincatieri)와 함께 중국에서의 크루즈건조와 연안 크루즈선사의 조인트 벤처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세계 크루즈업계의 빅 뉴스였습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지요?

알란 : 아직 조인트 벤처가 출범한 상황은 아닙니다. 최종 조율 중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유럽 크루즈건조술의 노하우가 CSSC에 모두 전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단계까지 핀칸티에리가 건조한 후에 중국이 추가 건조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CSSC도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죠.

 연안 크루즈선사의 경우 저희가 지분을 소유하는 개념이 됩니다. 최종 조율이 끝나면 운영방향에 대한 시장 조사가 선행 될 예정이구요. 중국은 크루즈산업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도 아직도 이 시장에 대해 배울 점이 많습니다.


Q 최근 중국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크루즈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예견하십니까.

알란 : 2달 안에 일어난 일이 때문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중국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7%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5%도 일부 서구 국가에서는 간절히 원하는 성장률입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구의 반 이상이 이미 도시화되어 있기 때문에 크루즈업계에는 이미 충분한 고객층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최근 3% 하락했죠. 하지만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이미 오랜 시간 전세계 주식시장의 등락에 매우 익숙해져있습니다. 중국에게는 주식시장이 비교적 새로운 형태이기 때문에 수치로 받아들이는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환율의 경우도 크루즈산업은 같은 위안을 쓰기 때문에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소비가 위축되겠지요. 중국이 제조시장에서 소비시장으로 변모하는 데는 10년 정도 시간이 걸리리라 예측됩니다. 중국 정부도 노력 할 것이고 우리도 노력할 것입니다.


Q 최근 한국정부는 국적크루즈선사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운영에 대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란 : 한국은 인구 5천만 명에 소득수준도 높아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입니다. 북쪽이 막혀있는 일종의 섬이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선박 아니면 비행기를 이용해야합니다. 한국 정도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모두 국적선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모든 사업은 스타트업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크루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일어서서 없었던 새로운 플레이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부의 정책을 많이 지지해달라는 것입니다.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없으면 저는 전망조차 할 수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카니발 코퍼레이션’과 버클류씨의 향후 계획과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알란 : 먼저 세계 1위 크루즈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사와 선주, 직원에게 꾸준히 수익을 가져다주며 탑승객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하는 크루즈기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로 제가 67세인데, 이제 제 인생에서 은퇴를 고민해야하는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현재 추진하고 있는 2개의 조인트 벤처 출범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내년 중반부터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일을 할 예정입니다.


Q 크루즈업계의 전설, 알란 버클류씨의 ‘인생 슬로건’이 듣고 싶습니다.

알란 : ‘나의 모든 댓가는 다른 사람에게로 부터가 아닌, 나에게로부터 온다(All my rewards come from me, not from others)'입니다. 누구에게라도 “직장의 보스나 부인, 친구의 덕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미디어케이앤 서울특별시 서초구 법원로3길 19, 2층 2639호 Tel: 02)3411-3850 등록번호 : 서울, 다 06448, 등록일자 : 1981년 3월 9일, 발행인/편집인 : 국원경(010-9083-8708)
Copyrightⓒ 2014 미디어K&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