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크루즈계의 초석

2014.06.30 16:21:54

유인태 크루즈 인터내셔널 대표

자고로 산사람은 산사람답고, 바닷사람은 바닷사람다워야 한다. 거친 산세의 위엄 어린 호연지기가 느껴져야 산사람이다. 거친 파도를 뚫고가는 뚝심과 푸른 낭만이 절로 보여야 바닷사람이다. 여기 명실공히 ‘크루즈사람’이라 할 만한 이가 있다. 한국 크루즈업계의 탄탄한 주춧돌이자 지난 15년간 세계 유수 럭셔리 크루즈와 리버 크루즈 선사들의 한국 총판을 도맡아온 크루즈 인터내셔널(www.cruise.co.kr)의 대표이사 유인태.

그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마치 근사한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세심한 배려와 사려 깊은 언행, 삶의 먼발치에서 찬찬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선장같은 풍채의 아름다운 여유. 그와 만나면 누구라도 ‘사람을 향한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라는 진정한 크루즈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 릴레이 인터뷰의 4번째 주인공. 그는 그 누구보다 온전히 크루즈사람답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이번 인터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하나 많이 생각했습니다. 제가 중언부언하는 스타일이라서요(웃음). 아무튼 제 소신껏 말씀드리겠습니다.


Q. 한국 여행업계의 시작부터 함께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행사에 처음 입사한 것이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율화되었던 때죠. 그때만 해도 여행업이라는 게 비즈니스로 인지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처음엔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시장의 변화에 편승했다고 할까요.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업이 저의 캐릭터와 잘 맞아요. 역마살이 있는지 한 곳에 오래 못 있는 스타일인데 이 일은 항상 새롭잖아요. 생각할수록 감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Q. 크루즈업계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셨는지요.
 크루즈를 처음 접한 것은 90년대 초반에 미국 여행박람회에서였습니다. 당시 해외에서는 확실히 자리를 잡은 시장이어서 이후 관심 있게 지켜봤죠. 90년대 후반이었나요. 세계 여행 자율화가 되고 10년이 지나면서 고객들이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여행 패턴에 눈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크루즈 시장에 큰 잠재력을 느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현 크루즈 인터내셔널의 전신인 투어터치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크루즈는 1년 후의 일정까지 픽스되어 있습니다. 급박하게 만들어지는 여타 여행상품과는 달리, 고객이 여유있게 먼 일정까지 예약할 수 있으니 그 또한 큰 매력이었습니다.


Q. 투어터치를 시작하실 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비행기에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가 있듯, 크루즈도 4성급 ‘대중’, 5성급 ‘프리미엄’, 최고 6성급 ‘럭셔리’가 있어요. 종류도 다르고 선사도 천차만별인데, 당시 제가 크루즈에 대한 변별력이 없었죠. 모르면 다 똑같이 보이잖아요. 당시 눈여겨봤던 선사가 있어서 계약하겠다고 날아갔는데 책임자들이 놀라더군요. 제가 크루즈에게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웃음).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느냐 하길래 대뜸 “방 6개만 줘봐라”. 럭셔리 라인 선사들은 가치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절대 무료 팸투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승낙해주더군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저의 열정을 좋게 봤다고 합니다. 그 곳이 6성급의 최고 럭셔리 크루즈사인 ‘실버시 크루즈’(SilverSea Cruises)사였습니다. 저도 직접 타보고난 후에야 그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죠. 돌아와서 바로 판매를 시작했고, 시즌 목표량을 완판 했습니다. 반 년도 안되서 한국 탑승객이 두 배로 늘었구요.


Q. 한국 최대 GSA 총판을 보유하고 계시지만, 6성급 럭셔리 크루즈 라인은 독보적이십니다.
 여행도 그렇고 개인의 삶도 그렇고 자칫 잘못하면 내 것만 좋다고 할 수 있거든요. 위험한 표현이고 위험한 발상이죠. 다양한 크루즈 중에 럭셔리 크루즈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여행을 원하느냐죠. 내가 얼마의 버짓으로 어떤 여행을 즐길 것이냐. 거기서 중요한 것이 여행사의 역할입니다. 여행사가 상품에 대한 변별력이 있으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줄 수가 있어요.

 음…. 만약 지금 제 앞에 크루즈 여행을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반 명품은 A와 B의 그 변별력이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럭셔리 크루즈는 가격에 대한 변별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막상 타보신 분들은 한결같이 비싸지 않다 말씀하십니다. 왜일까요. 럭셔리 크루즈는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입니다. 일반 크루즈와는 달리 가격에 모든 기항지관광 요금은 물론, 승선 전의 호텔 요금까지 포함되어있습니다, 선상에서 돈 쓸 일도 전혀 없구요. 세계 최고의 쉐프가 직접 최상의 요리를 만들고 최상의 와인을 제공합니다. 일반 크루즈에서 내가 손님이었다면 럭셔리 크루즈에서는 내가 주인이죠. 합리적인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Q. 럭셔리 크루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한번은 일 때문에 같은 크루즈를 마닐라에서 제가 먼저 타고, 홍콩에서 부인이 타야했던 일이 있었어요. 배가 홍콩으로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룸메이드가 “너 오늘 기분 되게 좋아 보인다”라면서 “와이프가 오니까 기분 좋은거 아니야?” 하더군요. 저는 그 때 좀 충격이었습니다. 룸메이드가 단지 방만 청소하고, ‘굿모닝’ 립서비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알고 그를 케어해준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럭셔리 크루즈는 승객과 승무원의 비율이 1:1입니다. 여정 동안 오직 나만을 위해 상주하는 승무원이 있다는 말이거든요. 내가 카푸치노를 좋아하는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 고기는 미디움 아니면 로우로 먹는지 매번 말하지 않아도 기억해주고 케이터링해줍니다. 그것이 럭셔리 크루즈만의 특권입니다.


Q. 리버 크루즈는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반응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부러 사서 고생하러 가는 배낭여행이 아니라면, 즐기고 쉬고 오는 게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일텐데. 유럽 여행을 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게 제일 힘들죠. 짐 싸고, 장시간 기차 타고, 숙소까지 가서 또 짐 풀구요. 리버 크루즈는 그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4성급 호텔로 유럽 4개국을 이동 걱정 없이 200만원 정도에 여행한다면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육로 여행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진귀한 유적지 탐방도 가능하죠.

 최근 한국 여행객분들에게 가장 빠른 피드백이 오고 있습니다. 미국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폭발적인 인기구요. 암스테르담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거쳐 흑해까지 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이 대표적인 리버 크루즈 코스입니다. 이제는 러시아 볼가강,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중국 양자강, 이집트 나일강. 아프리카 짐베지강까지 물 있는 곳이면 다 갑니다.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 일정으로 러시아의 문학, 발레, 음악, 건축을 컨셉으로 한 13박 14일의 리버 크루즈가 저희의 내년 주력 상품입니다.


Q. 크루즈와 리버 크루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크루즈는 바다를 다니기 때문에 안전하다면 배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리버 크루즈는 폭과 높이가 한정되어 앞뒤로 길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나머지 콘셉트는 비슷합니다. 선내에 호텔, 식당, 스파시설, 휘트니스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갑판에 수영장을 갖춘 리버 크루즈 선사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Q. 크루즈 이야기로 되돌아 오겠습니다. 한국 총판을 맡고 계신 코스타는 중국발 한국 최대 기항 크루즈선사입니다. 중국 및 미래의 한국 크루즈 시장에 대한 소견 부탁드립니다.
 요즘 중국 크루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천혜의 광고효과라 볼 수 있죠.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봐요. 다만 세월호 사태가 한국 크루즈 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큽니다. 사실 페리의 문제도 아니고, 크루즈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니구요. 기본을 지키지 않고 그것을 용인해준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인데. 안타까운 일이죠.

 글쎄요... 한국 크루즈 시장이 당장 커지면 좋지요. 그렇지만 세상 모든 게 억지 부린다고 될까요. 이런 때일수록 크루즈 여행을 시장에 ‘바르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할 것같습니다. 선사들이 정당한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만족한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시장은 발전하리라 봅니다.


Q. 지금까지 크루즈 업계 일하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언제이실까요.
 생각할 때마다 변해요. 지금 고2, 중3인 아들과 노르웨이로 가족 크루즈 여행을 갔던 일이라든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부인이 홍콩에서 크루즈를 탄 날 홍콩 야경을 보면서 같이 샴페인을 마신 일이라든지 좋은 기억은 참 많죠.

 크루즈를 생각하면서 달려왔던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같구요.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행업이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잖아요. 내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할 거라 믿습니다.


Q. 업계에서 젠틀하시고 사람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십니다. 인간 유인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취미라든가 개인적인 꿈. 또 좋아하시는 책, 영화 등등.
 취미라면 잠자는 거(웃음). 술 마시는 거나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구요. 음악도 좋아해서 요즘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에 빠져있습니다. <어린왕자>와 <쇼생크탈출>처럼 휴머니즘이 담긴 책과 영화를 좋아합니다.

 제 인생 말년의 꿈은 제주도에 집짓고 농사짓는 것이었는데, 얼마 전에 취소했습니다. 처남 농사일 도와주다가 반나절 되니까 허리를 못 피겠더라구요(웃음). 체력이 되는 한, 저의 여러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크루즈 컨설턴트로 계속 업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저는 일할 때 제일 재미있고 행복해요.


Q. 마지막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무엇이신지요.
 ‘신의’(信義). 믿음과 의리죠. 크루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를 믿어준 실버시 크루즈선사분들에 대한 신의. 제가 어려울 때 고객분들이 저를 도와준 것에 대한 그 신의.


많은 것을 느끼게 된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글. 신승광 기자


------------------------------


|약력|
원광대 무역학과 졸업. 88년 대한통운 여행사 입사. 91년 국일여행사(현재 모두투어) 입사. 2000년 (주)투어터치(현 크루즈 인터내셔널) 설립. 전 모두투어 전무이사. 현 크루즈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겸 자유투어 대표이사. 코스타(Costa), 실버씨(SilverSea), 리젠트 세븐시즈(Regent Seven Seas), 크리스털(Crystal), 오리엔트 익스프레스(Orient Express) 열차&크루즈, 오세아니아(Oceania),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 폴 고갱(Paul Gauguin), 씨본(Seabourn)등 국내 최대의 해외 크루즈 GSA 보유. 바이킹(Viking)과 아마 워터웨이즈(Ama Waterways)등의 리버 크루즈를 독점 판매하며 크루즈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국내 최초 크루즈 전문잡지 ‘The Cruise' 발간. 크루즈 전문 교육과정 ’크루즈 플래너‘ 설립. 08년 코스타 크루즈 아시아 Best 판매상 수상. 13년, 14년 2년 연속 코스타 크루즈 한국 탑 세일즈 파트너 수상.



쉬퍼스저널 mediakn@naver.com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미디어케이앤 서울특별시 서초구 법원로3길 19, 2층 2639호 Tel: 02)3411-3850 등록번호 : 서울, 다 06448, 등록일자 : 1981년 3월 9일, 발행인/편집인 : 국원경(010-9083-8708)
Copyrightⓒ 2014 미디어K&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