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크루즈포럼과 아시아 크루즈시장

2014.09.11 15:03:42


세계 최다 크루즈 기항지 바하마. 지역경제에 예상보다 낮은 파급.

황금알을 낳는 크루즈산업 되려면 국적 선사, 모항 적극 준비해야.


 바하마(Bahama)라는 작은 섬나라가 있다. 세계 GDP 순위 34위, 면적은 13,880제곱킬로미터로 제주도 면적의 7배 크기. 전세계 크루즈의 모항이라 불리우는 미국 마이애미와 크루즈로 단 하루거리인 덕에 세계 최다 크루즈 기항지다.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와 카니발(Carnival)사의 본사도 바로 마이애미에 있다, 그 만큼 크루즈 운행의 최적지라는 이야기다. 하루가 멀다하고 10만 톤 이상의 대형 크루즈선들이 바하마를 드나든다. 그러나 바하마의 수도 나소의 상인들은 크루즈 기항객들을 더 이상 반기지않는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대형 크루즈선에서 매년 수백만명의 기항객들이 나소를 방문하고 있지만, ‘그들은 구경만 할 뿐, 돈을 쓰지 않는다’라 말한다. 크루즈 역사 30여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에서는 제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개최되었다. 영제로는 ‘아시아 크루즈 포럼 제주(Asia Cruise Forum Jesu)'다. 유럽경제위기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중해와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른 캐리비안 크루즈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중국발 크루즈 붐으로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전세계 크루즈 선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그러한 전세계 크루즈의 시장흐름을 비교적 일찍이 잘 포착했다. 아시아 최대 크루즈 기항지 그리고 동북아시아 크루즈 항로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 잘 기획된 국제행사다. 아닌게 아니라, ’적시적소‘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러나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시아 크루즈시장의 중심은 일본도, 한국도, 제주도 아닌 중국이다. 중국의 크루즈 시장은 매년 100%이상 성장하고 있다. 무서운 상승세다. 2020년에는 전세계 크루즈 시장의 25%를 중국이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제주도국제크루즈포럼에서 세계 2대 크루즈선사 로얄캐리비안과 카니발(프린세스와 코스타는 모두 카니발 코퍼레이션 소속)이 밝혔듯, 당장 내년부터 10만 톤이상의 초대형 크루즈선이 중국시장에 추가투입된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초대형 크루즈선 퀀텀오브더씨즈(Quntuam of the Seas)호는 2016년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능할까 싶은 기적이 바로 옆 중국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말 눈깜짝할 새다.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중국이 크루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중국 산동성 발해륜도유한공사 소속의 2만 5천톤급 중화태산호가 인천항에 첫기항했다. 아직 대형 크루즈라 보기에는 이르나 중국이 본격적인 크루즈 시장 진입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또한 최근 중국의 해운업체들은 법률이 비교적 관대한 홍콩에서 2개의 크루즈 선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몇일전,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이 로얄캐리비안사 소속 셀러브리티(Celebrity)사의 7만 톤급 크루즈선 센츄리(Century)호를 매입했다는 뉴스가 해외 해운언론의 톱을 장식했다. 상술에 능하다는 중국인들, 더 이상 ‘만만디’로만 볼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전세계 대형 크루즈 선사들과 중국 크루즈 선사들의 각축장이 될 한중일 노선. 그 안에 상해 출발 크루즈가 14-15시간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세계 7대 경관의 아름다운 기항지 제주도. 이제 제주는 본격적인 ‘중국발 크루즈 기항지’로 큰 경제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에는 작은 함정이 있다. 바하마의 선례를 우리는 알고 시작해야한다. 크루즈 기항지의 경제적 수혜는 국한되어 있으며, 생명력이 길지 않다. 

 이것이 제주 그리고 한국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실인지를 깨닫기 위해선 먼저 세계 대형 크루즈 선사들의 이윤 창출 방식과 크루즈 기항지 여행의 특징. 이 두 가지를 알아야한다. 세계 대형 크루즈 선사들은 말그대로, 국제적 대기업이다. 흔히들 크루즈 산업을 두고 ‘3無 산업(無세금, 無노조, 無규제)’이라 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비용 고수익’. 그렇지 않다면 그런 대형 크루즈선사를 운영할 수 없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전세계 크루즈선들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본사가 위치한 미국으로부터 공수된다. 소비되는 음식의 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계약된 특정업체와 도매이하의 가격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는 코카콜라보다, 크루즈선사가 미국에서 비행기로 운반해오는 코카콜라가 더 싸다 할 정도다. 결국 기항지에서 조달하는 음식은 냉장이 불가능한 채소, 과일류 및 일부 음식 재료와 선내에 필요한 물 정도. 3000-4000명의 외국인이 제주의 한 호텔에 묵는 것과 비교하자면,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크루즈 기항지 여행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크루즈 여행객들의 기항지 여행은 보통 7~9시간 정도다. 때때로 항구에 정박하여 1~2일 호텔의 기능을 수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7~9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기항지 여행을 즐기느냐는 온전히 관광객들의 몫이다. 그러나 제주를 비롯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면세점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말, 부산 센텀 시티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2,000명이 2시간동안 10억 원어치 물품을 싹쓸이해, 나라 전체가 술렁였다. 이미 쇼핑계의 큰 손으로 소문이 자자한 중국인들이지만, 지상 중국인 여행객보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의 소비수준이 인당 기항지 평균 100달러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과 부산, 제주 모두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한국에서 중국인의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며, 쌍수들고 반길 일이다. 다만, 이런 중국인들의 기항지 관광 패턴이 얼마나 오래 갈것이며, 면세점이 아닌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수익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또한 반나절 정도의 짧은 기항지 관광의 특성상 면세점이 아닌 기항지 관광을 한다해도 실질적인 현지 수익이 크지 않다. 크루즈 선사가 현지 랜드사와 계약하여 만든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은 단체관광객 후려치기로 현지 상권에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바하마 지역 상인들의 성토가 제주도에서 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크루즈 모항 론이다. 제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의 개회식에서는 미래 크루즈산업에 대한 기대와 찬사가 줄 곳 이어졌다. ‘크루즈관광은 아시아 해양관광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 ‘크루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크루즈산업은 해운, 관광, 항만, 조선뿐만 아니라 식자재 공급을 위한 농축수산업까지 망라한 복합 산업,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미래형 성장산업’... 그러나, 아쉽게도 이 모든 주석들은 기항지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분명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융성하며 그 미래형 성장산업에대한 또렷한 발전 의지를 표명할 때. 그 때 비로소 크루즈산업은 한국의 진정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제주도국제크루즈포럼이 성황을 이룰수록 고무되어야 할 것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 한국이다, 21세기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불리는 크루즈산업을 진정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미래형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지는 진정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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