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A.P. Moller-Maersk)가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 ICS)를 떠났다.
ICS는 해운선사의 이익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단체로, 전 세계 40여개 국가, 선복량의 80 퍼센트가 가입되어 있다. 개별 기업이 아닌 각 국가의 선주협회를 회원으로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개 선사인 머스크가 ICS를 탈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12년 이래로 매년 덴마크를 대표하여 ICS 이사회에 등록되었던 머스크의 임원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회를 사임했기 때문에 사실상 ICS의 정책과 업무에 깊이 관여할 의지가 없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머스크는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단체가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의 목표와 기타 주요 사항에 맞추어 로비활동을 하고 있는지 매년 한 차례 검토한다.”며, "ICS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협정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채택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머스크가 ICS의 어떠한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지난 6월 IMO 회원국들이 ICS의 50억 달러 규모 ‘탈탄소 연구 및 개발 기금’ 제안을 거부한 후 나온 것이라 알려졌다. IMO 회원국들은 기금의 공정한 사용과 기술에 대한 접근에 있어 유보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그러자 ICS는 청정 에너지 해양 거점을 건설하고 해운기업, 항만 및 에너지 기업과 협력하여 탈탄소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기후 변화에 대한 ICS의 대응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머스크는 해운단체들이 기술표준과 정책들을 수립하고 알리고, 또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CS 내에서 기후 대응에 대한 견해차가 커지는 가운데 머스크는 지난달 ICS를 떠남과 동시에 세계해운위원회(World Shipping Council, WSC)에 참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WSC는 컨테이너선과 Ro-Ro 선박 등을 운영하는 정기선사들의 연합체이다.
ICS에는 다양한 부문의 선사들이 속해 있기 때문에 탈탄소화에 있어서도 입장차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ICS가 컨테이너 부문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도 없다는 것이 머스크가 ICS를 떠나 WSC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이해된다. 컨테이너 부문은 용선자 또는 화주들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저감에 대해 점점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해운의 다른 부문보다 더 많은 규제 압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C는 국가나 해운단체가 아니라 해운선사의 직접 가입이 가능하며 세계 컨테이너선 사업자의 절대다수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기에 타 협회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아젠다를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 선두에 있는 머스크는 글로벌 목표인 2050년보다 10년 빠른 204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탄소 중립 선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ISC 이사회 탈퇴는 다른 기업에 앞서 선대 확장과 선박의 대형화를 완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친환경 전환에 아낌없이 투자하여 또 한번 시장을 리드하는 머스크의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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