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항만청에 따르면, 해당 항만의 2022년 대기선박 수가 작년 대비 75% 감소했다고 한다. 국내 물류 플랫폼 기업 트레드링스가 지난 7월 14일 발간한 리포트에서도 LA의 컨테이너선 대기시간이 올해 3월 210시간에서 6월에는 38시간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하니 미 서부 항만의 물류 적체가 많이 개선된 듯 보인다.
그러나 6월에 LA 항만에서 처리한 수입 컨테이너가 445,680TEU로 작년 동월 대비 5% 감소했고 수출량은 9 4,000TEU로 2% 감소한 데에 반해 공컨테이너의 비율은 8% 급등한 338,000TEU였다. 올해 6월 컨테이너 처리량이 877,611TEU 정도로 작년 동월에 비해 다소 개선된 수치라고는 하지만 실제 화물처리보다는 공컨테이너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의 처리 수를 놓고 보자면 선박의 대기 시간이 줄어든 것은 물류능력의 향상보다는 화물량 감소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에서 미 서부로 향하는 무역량이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무역량이 많아지는 여름이 오면서 다시금 물류대란이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LA 항만에 적체되어 있는 컨테이너의 75% 가량은 철도 이송 화물이다. 진 세로카(Gene Seroka) LA 항만청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해상에서 철도로 연결되는 복합운송 화물들이라고 밝혔다. 현재 29,000개의 철도 컨테이너가 LA 항만 부두에 쌓여 있는데, 평균 체류 기간은 7.5일이다. 컨테이너의 약 75%는 9일 이상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물류대란 이전의 컨테이너 체류기간은 2.5일 정도이며 터미널 재고량은 약 9,000대라고 한다.
항만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컨테이너의 체류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로카 청장은 철도 부문에서 더 나아가 전국적 물류 체증의 해결책을 강구해달라 촉구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은 미 연방정부가 내륙운송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특별히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공급망 전체를 총괄하여 상황을 조정할만한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소위 ‘Gig Worker Bill’ 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 의회 법안이다. ‘긱 워커(Gig Worker)’는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초단기 근로자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캘리포니아주는 기업의 핵심 서비스를 수행하는 직원은 직접 고용의 형식을 취하여 노동법을 준수토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트럭 운전자 등 물류기업의 채용에도 영향을 미쳐 신속한 물류개선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해운 성수기로 여겨졌던 여름철이지만, 최근 유럽 항만들의 노조 파업에 이어 북미지역에서도 항만노조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파업이 우려되는 등 또 다시 물류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스마트 항만에 따른 인력감축 등 항만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노동자의 생존권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는 언제쯤 이전의 예측 가능성과 정시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가운데 화주와 선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빠른 물품 운송을 위해 운송수단과 입항지 다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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