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크루즈선사, '출범' 보다 '운영' 이다

  • 등록 2015.09.25 11: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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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콘텐츠 활용한 선내 프로그램 운영정책, 실효성 크지 않아
- 관광 상품 기획 차원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업 운영 마인드로 접근해야


 현대 상선과 팬스타가 주축이 된 국적크루즈선사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현대 상선이 크루즈선박 구입에 나섰다’는 뉴스가 외신에 보도되면서 ‘말로만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세간의 의구심을 비교적 빠르게 불식시킨 셈이다.

 그러나, 선사의 출범과는 별개로 그 성공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몇 차례의 공식석상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적극 차용한 선내 프로그램 운영’ 등의 토론이 개최된 바 있지만, 향후 10년 안에 50척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 크루즈시장에서 한국국적크루즈선사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검증은 아직 불충분하다. 지난 2년 간 한류 콘텐츠의 크루즈 선상 이벤트를 기획해온 필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선내 컨텐츠 운영 및 국적크루즈선사의 성공적 운영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K-pop 크루즈.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재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선내공연을 추진하며, 더 나아가 SM, YG등 거대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직접 출자하는 형태의 국적크루즈선사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언이다.

 케이팝 아티스트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A급 아티스트의 경우 1회 단독 공연에 5억 원 이상, 광고의 경우 20억 원 이상의 개런티 수준이다, 매주마다 새로운 대형 케이팝 스타들이 크루즈선내에서 공연을 한다면 그만큼의 거대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다. 제아무리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누군가 그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해외에서 개최되는 아이돌그룹의 크루즈 팬미팅의 경우 1년에 한번 차터(전세선)으로 운영된다. 경제력 있는 전세계 30-40대 주부팬층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 원에서 최대 400백만 원대의 티켓 2000장 이상이 완판된다는 가정하에 기획 단계부터 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케이팝 아티스트의 팬 연령층은 아직 낮다, 크루즈요금에 행사의 프리미엄을 더한 높은 가격의 크루즈 팬미팅 티켓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구매층은 아직 넓게 확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확보 되어도 문제다.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안전상의 문제와 팬들과의 친밀감 문제로 크루즈 팬미팅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최근 현대 크루즈가 인천 근해 선상에서 아이돌그룹 ‘샤이니(SHINee)’의 크루즈 팬미팅을 개최한 바 있지만, 몇 시간 동안의 짧은 이벤트였을 뿐 상해와 한국을 오가는 국적크루즈선에서의 이벤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현재 ‘카니발 크루즈 라인(Carnival Cruise Line)’사가 운영하는 ‘Carnival Live!’ 프로그램이 좋은 대안이 될 수는 있다. 이것은 탑승객이 크루즈 탑승 후 선내 기획 공연에 대한 입장료를 추가 지불하는 방식인데, 선사 측에서 아티스트에게 개런티를 선지급하고 아티스트는 하루에 2회씩, 2박 3일에 4회, 3박 4일에 6회 등의 선상공연을 펼친다. 하지만 아티스트는 당장 핫한 톱스타가 아니다. 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록그룹 ‘하트(Heart)'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등 왕년의 스타들이 섭외된다. 프로그램 자체의 반응은 좋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공연에 대한 추가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선사는 낮은 개런티로 섭외가 가능한 한류 아티스트는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정상급 케이팝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동시킨다면, 높은 개런티만큼의 리스크도 높다. 탑승객이 선택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으로는 가족단위의 탑승객이 많을 경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신인 케이팝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한류드라마를 각색한 뮤지컬, 홀로그램 콘서트 등을 선상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라이센스 문제부터 그 또한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마 크루즈 VS 콘셉트 크루즈

 테마 크루즈란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용도로 전세되는 크루즈선박을 통칭하는 단어로써, 앞서 언급한 팬미팅 크루즈도 그 범위에 포함된다. 반면 콘셉트 크루즈는 특정한 주제를 설정하여 크루즈 운영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디즈니(Disney)’ 크루즈사와 ‘남국/북극 크루즈’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국적크루즈선사의 모습은 한국 전통의 맛과 멋으로 무장한 콘셉트 크루즈다. 한류 및 케이팝 아티스트의 영향으로 한국적인 인테리어와 한국 음식과 공연을 만날 수 있는 크루즈가 중국인들에게 큰 경쟁력이 있을 것임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예측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 콘셉트 크루즈’에 얼마만큼 큰 관심을 가질 것인가라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비자 제약으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중국인들의 차선책인 측면이 강한 중국발 크루즈관광이 크루즈로 가장 쉽게 기항할 수 있는 한국을 과연 크루즈선내에서 굳이 느끼고 싶어 할 것인가라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할 문제다.

 중국국적선사 ‘스카이씨(Skysea)’사의 경우 ‘셀러브리티(Celebrity)’사로부터 ‘센츄리(Century)’호를 매입하며 중국식 인테리어와 확충된 카지노 시설 등의 ‘중국 콘셉트 크루즈’로 리모델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가주의 성향이 강하고, 가족이 함께 크루즈여행을 즐기는 중국인의 특성상 이러한 스카이씨사의 전략은 중국시장과 상당히 잘 맞다.



 그러나 중국을 모항으로 한국 콘셉트 크루즈선을 운항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 한류 콘텐츠를 선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라이센스 부분에서의 이해관계가 꽤나 복잡하다. 또한 트랜드에 맞게 매년 업데이트를 한다면 그만큼 추가비용도 높아진다. 한국 전통 문화를 담은 크루즈의 경우 한국 기항지 여행과 충돌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이번 국적크루즈선사의 출범을 계기로 세계적인 크루즈선사로의 도약까지 꿈꾸고 있다면,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기업 ‘겐팅(Genting)’ 그룹의 ‘스타 크루즈(Star Cruise)’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콘텐츠의 국적을 포기하고 크루즈선사 비즈니스 본연의 영업전략 공식을 찬찬히 밟아나아가 세계 4대 크루즈선사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아시아 선사임에도, 전세계 각 곳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하여 홍보와 판매에 다각적인 전략을 펼쳐왔다. NCL(Norweigian Cruise Line)과 같은 기존의 대형 크루즈선사의 지분을 사들이며 몸집도 키워왔다. 국적크루즈선사의 운영을 자국의 관광 상품 차원이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의 수익모델로 키워온 것이 그 성공의 열쇠였던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3년 전 한국 최초의 국적크루즈선사 ‘클럽 하모니’의 ‘1년 만에 사업 철회’라는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정부와 사업주체자 모두 이 사업에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간의 실패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 충분한 시장조사와 철저한 준비작업이 선행되기를 소망한다. ‘해양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크루즈산업은 로맨틱하고 럭셔리한 겉모습과는 달리 글로벌 비즈니스의 첨예한 경쟁으로 점철되는 또 다른 전쟁터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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