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중심, '퀀텀' 호의 모든 것

2015.10.02 17:38:10

- 현 최대 탑승객 여객기의 8배. 항만과 지역경제에 상징적인 파급효과
- 한국 항만의 인프라 확충 문제 시급하나 동반성장이 가장 큰 과제



 크루즈선 하나로 대한민국 온 항만이 들썩이고 있다. 바로 지난 6월부터 중국시장에 투입된 ‘퀀텀 오브 더 시즈(이하 ‘퀀텀’, Quantum of the Seas)’호의 한국기항이 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초대형 크루즈선박이라는 점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거방문이라는 이슈에 너도나도 연신 플래시 세례를 퍼붓고 있지만, 정작 이 퀀텀호의 자세한 프로필이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이즈부터 내부시설, 최근 이슈까지 쉬퍼스저널이 퀀텀호의 모든 것을 담았다.



SIZE-matter. 세계에서 몇 번째인가

 퀀텀호의 규모와 순위에 대해서는 한국에 소개되는 매체마다 다르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선박 통용 단위인 GT(Gross Tonage. 총톤수)를 기준으로 말하면, ‘세계에서 2번째 규모의 3번째로 큰 선박’이 정확한 표현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크루즈선박은 22만5천 톤으로 동일한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의 ‘오아시스(Oasis of the Seas)’와 ‘얼루어(Allure of the Seas)’호다. 퀀텀호는 쌍둥이 배인 ‘앤섬(Anthem of the Seas)’호와 함께 16만8천 톤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순위 개념으로는 3위이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라는 의미에서 세계 2위라는 표현도 틀리지 않다. 업계와 대중들에게 그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

 이 수치가 피부에 와 닿기 위해서는 최대 탑승객을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환산시킬 필요가 있다. 퀀텀호의 최대 탑승객은 6,400명(승객 4천9백 명, 승무원 1,500명)으로 현재 최대 여객기로 알려진 A380(수용인원 853명)의 8대 분량이다. 크루즈는 일반적으로 승무원도 기항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퀀텀호는 기항지관광을 위한 전세버스만 100대 이상이 동원된다. 이쯤 되면 지방 작은 소도시나 인기 관광지의 경우 그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하는 상황.

 그러나 항공을 통해 유입되는 중국관광객보다 소비금액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발 크루즈여행객들은 각 기항지 지역경제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16만 8천 톤, 전장 350m의 축구장 3개 이상의 크기’라는 물리적인 수치를 나타내는 표현보다 퀀텀호는 한국의 항만과 지역경제에 더욱 더 거대하고 중요한 경제적인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6년부터 5월에는 기존 1위 선박보다 약 2,000톤 커지고, 50명이상 수용인원이 늘어나는 ‘하모니(Harmony of the Seas)’호가 운항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퀀텀호는 ‘3번째 규모의 4번째로 큰 선박’이 된다. 또한 현재 신조 중인 대형 크루즈선들이 모두 출항하는 2020년께는 ‘4번째 규모의 9번째로 큰 선박’으로 세계적인 초대형 선박에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동북아 크루즈시장에서는 향후 10년 이상 그 유명세는 꽤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6년에는 퀀텀호와 쌍둥이배인 ‘오베이션(Ovation of the Seas)’호가 중국을 모항으로 추가 투입되어 운항될 예정이다.



Facilities-Matter, ‘스마트 크루즈’

 기존 선사들보다 혁신적인 어뮤즈먼트 시설로 차별화를 두었던 로얄 캐리비안사가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바로 퀀텀호다. 그 대표적인 시설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바이오닉 바(Bionic Bar)’다. 기존의 펍에서 멋진 제스처와 함께 칵테일을 제조해주던 바턴더의 모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바이오닉 바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로봇이 칵테일을 제조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조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새로운 시설이 ‘스마트 크루즈’라는 퀀텀호의 새로운 정체성에 큰 기여를 한 것만은 인정하자.

 그 다음으로는 ‘버추얼 선실’을 들 수 있다. 크루즈의 인사이드 룸은 가장 저렴하여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여행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창문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있다. 이번에 업계 처음으로 퀀텀호 시도된 ‘가상 창문’은 마치 창문이 있는 것과 같이 바다의 다양한 모습이 벽면 화면에 펼쳐져 발코니가 있는 것이 실내에 밝은 느낌을 준다. 항시 밝고 평안한 바다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크루즈여행이지만, 버추얼 선실에서는 바다에 무서움을 가지고 있거나 발코니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씨플렉스(Seaplex)’라는 다목적 공간에서는 범퍼카와 롤러스케이트, 농구를 선별된 시간대에 즐길 수 있다, 특히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범퍼카의 반응이 좋다. 기존 로얄 캐리비안을 대표하는 시설이었던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사라지고 대신 새롭게 고안된 ‘씨플렉스’는 얼음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가동되는 전력소모를 줄여 지구환경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크루즈여행의 재미를 더 한다.

 이 외에도 선상 위의 전망대 ‘노스 스타(North Star)’와 스카이다이빙 체험시설인 ‘아이 플라이(iFly)’, 그리고 인공파도를 이용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플로우 라이더(Flow Rider)’와 같이 퀀텀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최첨단 놀이시설들이 즐비하다. 럭셔리하고 편안한 여행의 전유물이었던 크루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놀이공원’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정립해온 로얄 캐리비안이 퀀텀호를 통해 비로소 크루즈여행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셈이다. ‘스마트’라는 개념이 결국 최첨단 시설을 통한 편하고, 쉽고, 즐겁게 즐기는 방식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퀀텀’호는 ‘스마트 크루즈’라는 별칭에 걸맞은 크루즈다. 말 그대로 편하고,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최첨단 선박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 크루즈웹진 등의 이용후기에는 퀀텀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말 그대로 멋진 크루즈여행이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놀이공원에서 처럼 긴 시간 줄을 서고, 많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화 되고 있는 크루즈선박 추세에 발맞춰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선과 획기적인 선내시설을 연달아 감행하고 있는 로얄 캐리비안의 파격이 퀀텀호로 인한 피드백으로 과연 향후 어떤 새로운 크루즈를 만들어낼지 그 기대감은 지울 수 없다. 또한 2018년 빅뉴스로 또 한번 아시아를 놀라게 할 로얄 캐리비안이 향후 중국시장을 어떻게 리드해갈지, 그리고 카니발 코퍼레이션과 어떤 구조로 경쟁을 펼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울 것임은 분명하다. 퀀텀호의 기항으로 연일 호된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 항만과 연일 완판행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크루즈시장 사이에서 지금 가장 행복해 할 이들은 어쩌면 미국의 크루즈기업이 아닐까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말이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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