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크루즈와 3박 4일

  • 등록 2012.10.31 1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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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서

크루즈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배를 여러 번 타봤다고 했더니 몇 박 며칠 크루즈 여행 했느냐고 묻기에 오사카도 가봤고 헬싱키도 가봤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건 크루즈가 아니라고 교정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배운 한 수는 크루즈와 페리를 구별하는 것이었다. 

차까지 싣고 가면 페리(Ferry)고 그냥 사람만 타고 여행가면 크루즈(Cruise)라고...

그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탔던 건 페리였다.

 다 비슷한 배 아니냐고 궁색한 대답을 했지만 나는 크루즈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배에서 먹고 자며 유람 여행인 크루즈는 타이타닉 영화 장면서 보았던 그런 배 아닌가.

부산에서 출발하지만, 서울을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역에서 크루즈의 서곡이 시작된다고나 할까.

마침 KTX 기내 잡지를 펴니 하모니크루즈 광고도 보여 반가웠다.

부산행 KTX 6호차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여행 가방이 큰 승객들이 자리를 많이 해 '이분들도 하모니 타러 가는구나' 내심 생각했고 배에 가서 한 번 맞나 봐야지 했는데 실제 몇 명은 예감대로 함께 가게 된 것이다.

어차피 크루즈여행이 기항지에 정박 후 육상 관광을 하는 코스로 잡혀있는바 부산발 하모니크루즈의 출항지를 부산과 서울역으로 따로 나눠 이를테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KTX 요금을 하모니크루즈 요금에 연동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좀 더 저렴하고 실용성 있는 크루즈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개인적으로 부산도 모처럼 발걸음이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크루즈덕에 우정의 재회도 설렜다.

출항 시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좀 있기에 친구와 점심을 했다.

광복동 언저리 백반집은 나그네에게 향토 맛을 선사했다.

부산 토박이인 친구는 크루즈 여행가는 나에게 "보소 크루즈는 느긋하게 하는 거니 서둘지 말고 밥 찬찬히 먹고 가도 된다 아이가" 투박한 말 그대로 크루즈 개념어였다.

친구가 시내에 있는 터미널이 아니고 다리 건너 영도에 생긴 신 크루즈 터미널이라고 챙겨주어 부산역에서 오가는 셔틀은 영도 국제 크루즈터미널에 나를 내려 주었다.

도착해 보니 크루즈 터미널 바로 앞에 해양박물관도 있어서 시간상 겉만 보고 지나쳤다.

사전에 정보를 좀 더 알아놨으면 미리 와서 겸사 구경도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선상과 노을

하모니크루즈는 일단 모든 해상 이동을 일몰 이후에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밤을 이용해 잠자고 이동하고 낮에는 기항지에서 관광하는 식의 여정이다.

노을과 함께 뚜웅~하는 소리와 함께 설렘과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라 출발한다.

선상에는 많은 사람이 나왔다.

배에서 육지를 보는 모습은 다르다. 그 것은 마치 역지사지의 마음과 같다고나할까.

2만 5천 톤급의 배를 육지에서 보면 크게 보이지만 내가 그 배를 타고 멀어질수록 부산 시내 불빛이 아스라이 보이다 그만 사라진다.

간단한 세상 이치를 머릿속에 헤아리니 배는 오륙도를 벗어나고 바다만 보였다.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 소리를 들으니 정말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자 떠나자......

저녁 식사

첫 공식 일정은 밥 먹는 일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거늘 그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배 안에서 근사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페리와 다른 것이다.

크루즈는 여행 비용에 선내에서 밥 먹고 잠자는 숙박 요금이 다 포함되어 있지만 페리는 그냥 운반이다. 밥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크루즈는 식사와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저녁 시간이면 멋진 슈트를 갈아입고 식당으로 가는 선남선녀의 모습을 자주 보지 않았던가? 나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근사하게 움직여본다.

7층 식당은 규모도 규모려니와 음식을 차린 뷔페 상이 일류 호텔 분위기 그대로였다.

저녁 식사시간은 8시 반까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와서 알아서 먹으면 된다.

함께 같은 배를 탔지만, 행동은 각자가 자유다.

기본적인, 상식적인 예의만 갖추면 된다. '크루즈를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는 이렇게 하던데' 하는 연상을 해도 좋을 것이다.

20여 가지의 요리를 한 번의 식사에 다 시식해볼 수 있다는 게 욕심일까.

 나는 모처럼 내 속에서 식탐이 발동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허기에 덤비기라도 하듯이 나는 서둘렀다.

그러나 나름 서너 번에 걸쳐 이렇게 요모조모 먹겠다는 전략을 세우면서 접시를 들었다.

돼지고기 김치볶음이 뷔페의 순서상에도 앞에 있었지만, 입맛에 당겼다.

나중에 주방장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필리핀 친구들의 간이 좀 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뷔페 코스에서 승객들을 안내하던 필리핀 요리사 한 분이 자신이 직접 요리한 것이라고 말해  '역시 그렇구나' 했다.

두 번째 내가 채운 접시는 살라미(Salami)와 치즈 그리고 빵이었다.

모처럼 먹어보는 것들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라미 애호가인데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워 출장길이나 이런 기회를 푸짐하게 이용하는 편이다.

하드롤에다 치즈와 살라미를 겹쳐 햄버거 형태로 자작해 베어먹는 맛은 은은하고 맛이 아주 깊다고나 할까.

서빙을 하는 필리핀인들은 상냥하다. 친절하다. 그리고 테이블 세팅도 민첩하다.

나는 그 틈새에 아이스커피를 청했고 25살 먹은 필리핀 처녀는 정말 맛난  아이스커피를 맥주컵에 한잔 제조해 갖다 주었다.

어둠의 바다에서 풍요의 접시를 놓고 앉아 있는 이 순간 나는 잠시 바다 위에서 항해 중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도서실

폭식도 괜칞을 것이리라.

내일 사무실에 나갈 일도 없고 그걸 굳이 걱정 삼을 이유도 없다.

나는 그냥 크루즈하고 있을 뿐이다.

도서실에 잠시 앉아 포만감의 배를 식힌다. 배에서 배를 식힌다는 생각을 하니 내 스스로 좀 우습다.

아마도 클럽 하모니의 여러 기능적인 공간 중에서 가장 소담한 장소가 아닌가 싶다.

몇 개의 책, 걸상과 책꽂이로 구성된 이 방은 그냥 앉아 나를 편히 쉬게 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 공간이다. 크루즈가 먹고 놀고 자는 공간의 복합이라고 했지만 이럴 때 책을 펴들고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노는 미학일 것이다.

맥주 마시고 음악을 듣고 하는 것도 노는 것이지만 크루즈에서의 독서는 나름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빈둥대며 노는 것도 나름의 격이 있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이 덩치 큰 배에는 도서실 말고도 그런 공간이 곳곳에 있다. 아니 내가 그런 공간을 확보하면 그게 바로 운치있는풍경이되는 구조다.

갑판에서 길게 평상을 펴 놓고 큰 대자로 누워 책을 읽으며 별을 본들 누가 탓하랴.

그 점에서 크루즈는 인문적이고 당연히 복합적인 즐거움 속에 그러한 즐거움도 자리 잡아야 그야말로 폼이 좀 난다는 생각도 해 본다.

실제 선주협회 철강협회에서 하모니크루즈 선상에서 공동세미나를 계획하고 열었다니 이것이야말로 발상의 전환아니겠는가.

그런 모임이나 플랜이 더 많아지면 크루즈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고 더욱 세련된 크루즈가 될 것이다. 크루즈는 다양한 형태의 회의나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고 그 점에서 하모니크루즈 회사도 좀 더 적극적인 아이디어 창출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사히 맥주 한 잔

배와 술.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다. 그냥 술꾼식 접근이 아니라 바다가 주는 낭만적 이미지와 술은 묘한 연출과 분위기를 준다. 호들갑으로 이야기하면 운명적이리라.

클럽 하모니에는 이런 공간이 5층에도 있고 6층에도 있다.

밤바다를 안주 삼아 두런두런 이야기하거나 홀로 음미를 하든 그것 역시 자유다.

아사히 생맥주는 참으로 목젖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오늘따라 진토닉보다 맥주를 택하고 싶은 나의 갈증은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른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보면서 한잔한다는 그림은 충분히 낭만적이다. 영화 같은 장면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서로 대화가 풍요로워지고 소통이 활발해 지면 더욱 좋으리라.

클럽 하모니의 박재현 주방장은 식사보다 술 마시고 담소하는 분위기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크루즈 여행객들이 같이 만들어가야 할 대목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술 마시길 권유한다고.... 무엇을 하든 자유이지만 밤바다와 한 잔의 술로 육지에서 고단한 인간관계나 업무의 중압감을 덜고 편한 시간을 갖는 것도 크루즈의 매력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런 게 크루즈를 한 단계 높이는 문화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사히 한 잔에 취했는가 아니면 환청인가?

어디선가 'i am sailing...i am sailing'의 곡조가 들려오는 듯했다. 내가 흥얼거리고 있었다.

밤바다

밤 배가 밤바다를 지난다.

갑판에 나간다.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냥 파도 소리만 들린다.

바다의 한가운데서 보는 하늘도 역시 깜깜하다.

출렁이는 형체는 무섭기도 하고 자장가 같기도 하다. 문득 이 모든 것에 묻혀버린 세상이 온다면 생각하니 겁이 난다. 공해상 심야의 바다에서 보니 바다는 쉼이 없다.

파도가 출렁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밤바다에 많은 배가 오간다.

두 가지 경우를 관찰한다.

화려한 불빛에 조명이 밝은 배는 크루즈선이고 선수와 선미에 두 개만 등이 켜진 배는 화물선 같다고 할까.

그걸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쪽에서는 먹고 사는 일로 바다를 항해하고 있고 여기서는 유람하러 밤을 잊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우리는 육지에서 일하다가 크루즈에서 쉬고 있고 화물선은 육지에서 쉬다가 밤을 잊고 목적지로 항해하고 있다.

서로 다른 항해이지만 한발 물러서 생각하면 살아가는 이치가 그게 그거다라는 갑판 위 철학을 만든다.

이 오밤중에 태풍과 파도가 아무리 거칠어도 가야만 한다.

시원하다. 탁 트인다.

출항 전 울산에서 왔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기차니 비행기 여행만 하다가 배를 타니 너무 시원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 내 마음 안에 똬리 틀고 있는 분노나 미움, 원한을 저 바다에 수장시킬 수만 있다면

크루즈는 구원의 배일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한다.

그렇게 해달라고 밤 배에서 나는 소망한다.

새벽 바다

잠을 깨니 5시 반이다. 주섬주섬 걸치고 나선다.

미명의 바다. 저 아스라이 불빛이 보인다. 나가사키 항구의 불빛이다. 부산을 떠난 첫 기항지.

어둑한 바다의 저 멀리서 마치 작은 병정 같은 것들이 움직인다.

고기잡이 배들이다. 새벽 출항을 해서 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다.

사는 것은 저런 모습 이외에 또 무슨 모습이 있으랴. 고단한 인생들이 있기에 우리가 아침 식탁에 신선한 생선을 먹는 것 아닌가.

6시가 되니 어둠이 벗겨지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갑판으로 올라온다.

한쪽에선 걷는다.

새벽 운동시간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하모니크루즈 7층을 한 바퀴 돌면 200 미터다. 그러니 5바퀴 돌면 1천 미터 걷는 셈이고 아침운동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크루즈의 새로운 맛이다.

배 탄다고 다른 거 못 할거라는 생각을 지레 단정 지을 이유가 없다.

어딜 가도 내가 할 탓이지 이 너른 배 안에서 못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갑판 위는 이 미명의 아침 동네공원이다. 정말 바다가 내 품 안에서 산소를 한 탱크 공급하는 상쾌한 아침이다.

환경크루즈

크루즈의 선실, 캐빈은 다락방 모습이다. 은은한 조명에 분위기가 그런대로 좋다. 밀어를 나누기 적합한 공간구조이니 야한 상상을 해도 좋다.

콤펙트한 호텔방 구조니 불편할 게 없고 텔레비전으로 9시 뉴스 시청도 가능하다.

화장실에 환경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될 수 있으면 쓰레기를 줄이고 물 사용을 줄이는 게 바다 오염을 줄이는 일이다. 그 점은 더욱 공유, 확산해야 한다.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일회용 종이컵도 없다. 외부 음식물 반입도 금지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실천은 더욱 확대해도 좋다.

다만 선내 정보 책자, 긴급 공중전화 설치, 면세점의 활성화 등 다양성을 위한 배려에 하모니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크루즈는 더불어 만들어가는 공유의 공간이자 문화이다.

크루즈에서 단지 먹고 노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그 자체가 문화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국적인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는 부산을 닮았다.

산등성이를 끼고 있는 지세도 그렇지만 역사적 내력도 유사점이 많다.

그러고 보니 부산에서 나가사키 간 거리가 300 킬로미터 남짓, 서울-부산 간 거리보다 가깝다.

그래서 임란 당시 왜구들이 쉽게 바다 건너왔던가? 나가사키 기항지에 정박한 배를 두고

각자 알아서 흩어진다. 단체여행을 가든 자유여행을 하든 ....나도 나선다.

여행센터에서 구한 안내문을 들고 단숨에 간 곳은 일본 천주교 발상지 '오우라 천주교당'이다. 나가사키의 운명과도 같은 곳이다.

일찍이 포루투갈 인들이 가톨릭을 들고 나가사키를 노크했다. 16세기이다. 그러나 일본 영주들은 천주교를 금지했고 박해했다.

그렇게 300년 이상 탄압하다가 막부시대에 해금 되어 처음 세운 성당이 오우라 성당이다. 1870년대, 19세기이다.

그래서 나가사키는 일본 가톨릭의 성지이다.

돌계단을 걷는다. 성당은 관광객만 몇 조용히 묵상하고 있다.

더워서인지 선풍기 몇대가 돌아간다. 에어컨을 설치 안 한 것도 문화유적 보호 방법의 하나이리라.

교회당을 나와 우측으로 돌면 콜베신부의 신학교 유적이 기념관으로 조성되어 있고 다시 우측으로 나서면 클로버 정원이 나온다.

그 입구 벤치에 앉으면 나가사키 항이 내려다보인다. 잠시 머문다.

나가사키에는 이런 서구 문물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포루투갈 인들이 나가사키에 들어와 전파한 것이 카스텔라이다.

원래 스페인산인데 이게 일본에서 아주 독특한 맛으로 제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본은 서구 문물을 자기화하는 데 귀재 아니던가. 나가사키 곳곳에는 카스텔라 가게가 있고 문명당이라는 가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나가사키에 상륙한 외국인들 가운데 중국인들도 포함되어 있고 지금도 차이나타운이 조성되어 있을 정도다.

나가사끼짬뽕

유행 타던 이름 아닌가. 나가사키에 왔으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아들이 끓여 먹던 하얀 국물 한국판 나가사키와 원조는 무엇이 다른가?

중국인 거리 어느 중국집에 들러도 나가사끼 짬뽕을 만난다. 물론 슈퍼에 가도 있다.

차이나타운 신화루에서 800엔을 주고 한 그릇 시켰다.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우리가 그 옛적 중국집에서 시키듯이

짬뽕을 시킨다.

나도 면종류를 참으로 좋아하지만, 나의 시식 소감은 국물맛이 좀 느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치 없이 먹으려니 입안이 좀 깔깔했다. 역시 한국 사람은 김치 없인 못 살아이다.

중국인들이 나가사키에 와서  당시 주린 배를 채우려고 먹던 구황식품이었는데 이제는 나가사키의 대표브랜드가 되어 버렸으니 격세지감일 것이다.

원폭과 평화

전차를 탄다. 구식 전차 그대로이다. 나가사키는 해안을 따라 형성된 도시이기에 길이 일자이다. 하모니크루즈 터미널에서 나와 걸어서 5분 정도 가면 이시바시역이 나온다. 거기서 한 번 타고  주욱 가면 시내를거쳐 한 번 환승하여 나가사키 평화공원까지 갈 수 있다. 이국적 모습의 나가사키에서 맛보는 작은 정취이다.

왜 미국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했을까.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로 일본은 항복했고 한국에 해방이 온 것이다. 그 점에서 나가사키는 우리 운명과 연관된 장소이다.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평화공원의 거대한 어머니 동상에 적힌 글이다. 그날이 나가사키 아니 일본 죽음의 날이다.

당시 나가사키 인구 22만 가운데 15만 명이 사망 내지 부상이라니 끔찍하다.공원 곳곳에 참혹의 그림자가 여전하고 길목에는 성모상이 서 있다. 

지하식으로 지은 기념관과  평화공원 도처에서 나가사키는 평화를 간구하고 있다.

그 기념관 앞 거리이름이 사도 바울(Paul) 거리로 명명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벳부

나가사키에서 벳부 가는 길이 부산 길보다 멀다. 470 킬로미터. 벳부는 일본 동쪽 바다이다.

널리 알려진 온천마을,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온양 같다고 할까.

강원도 속초만 한 벳부는 아주 촌색시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시내의 골목을 들어가보면 항구 특유의 환락 내음이 진동한다.

낮이라 문을 닫았지만, 일부 유흥가는 호객한다. 항구 도시다운 모습이다.

하모니가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벳부역 앞에서 내려 시내를 빈둥거린다. 벳부는 빈둥거리기 제격이다.

소바로 점심을 하고 남는 시간에 택한 것이 온천이다.

9월이지만 벳부는 한여름 날씨다. 100엔 온천이라는 게 나를 유혹했다.

왜 100엔일까.

답은 시영온천이라는데 있다. 다케하라온천.

벳부시내 유흥가 골목 사이에 있는 오래된 온천이다. 탕 하나가 전부인 아주 심플한 구식 온천이고 별도 모래찜질 방이 있다.

그곳은 1천엔. 수건은 별도 300엔을 주고 사야 하니 미리 지참하는 게 좋을듯싶다.

벳부에는 역전 고등온천 등 100엔에서 200엔 주고 할 수 있는 동네 목욕탕 같은 온천이 여럿 있다.

돈을 비싸게 주고 한다고 고급 온천욕은 아닐 것이다. 우르르 물려 다니면 온천 관광도 즐겁지만 호젓하게 구식 대중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담백한 베스(Bath)이리라. 더위 속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니 만사 해방되는듯 아주 시원하게 좋았다. 아니 뜨끈뜨끈하게 좋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구식이 내 체질에 맞아서인가.......

일본인들

기항하던 배가 떠나는 순간은 울컥하다.

더욱이 하모니크루즈는 선상 갑판에 나와서 육지와 멀어지는 모습을 스스로 관찰이 가능하기에 더욱 그렇다.

나가사키에서 떠날 때는 나가사키여자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브라스밴드와 리듬 체조로 환송해 주었다.

노을의 해변에서 청아하게 율동적으로 들리는 밴드 소리가 이별의 슬픔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눈시울도 붉어진다.

나가사키 시청 공무원들은 작은 선물을 갖고 나와 앙케트 조사를 하면서 하모니크루즈로 인한 자체 시장조사를 했다.

벳부에서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저녁에도 시청 공무원들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한일 간에는 역사의 앙금이 있고 앙숙의 틈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독도부터 시작해 교과서 등 여전히 갈등이다. 그 대립은 정치인의 입으로 옮겨지면 더욱 험해진다.

배에서 나의 증보판 책을 위해 아데나워를 다시 읽으면서 독일과 프랑스 화해를 생각했다.

한.일간에도 그런 통 큰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닌가.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역사 갈등이 지속될 것인지 착잡하다.

나가사키, 벳부에서 양국인들이 서로 눈살 찌푸리지 않고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

하룻밤 자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에서 더 나은 차원의 교류를 생각해 본다.

한국의 첫 하모니크루즈가 새로운 차원의 여로를 열 것을 기대해본다. 배로 오고가는 다른 차원의 느리지만 너른 바다 같은 마음으로 한, 일간 문화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는 상념 속에 뒤척이니 뱃고동이 울렸고 클럽하모니는 원자리 부산에 육중한 선체를 정박시키며 도착했다.

부산에는 그날 아침 가을비치고는 세찬 비가 내렸다.

김은비 기자 press@mediak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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