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크루즈가 활성화 될 때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2014.08.06 15:49:49

 앞길이 어두울 때 우리는 선인의 지혜를 초롱불 삼아 숨겨진 삶의 길을 탐독해간다. 누구나 실패를 통해 지혜를 습득하기 마련. 숱한 현인들 또한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통해 뜻한 바를 얻는다. 어찌 보면 쉬퍼스저널이 연재해온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들> 인터뷰 또한, 한국 크루즈 현인들의 다사다난한 실패담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남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남과 조금은 다른 풍경을 본다는 것. 남들이 잘 닦아놓은 정해진 길을 걷는 것만이 인생의 미덕은 아닐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 또한, 인간이라면 온당히 누려야할 자아발견의 유희 속에서는 ‘가혹한 면류관’이 될 수 있는 법.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들>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주자, 전 하모니 크루즈의 한희승 회장이다. 누가 감히 그를 실패했다 모함할 것인가. 누가 그만치 자신의 꿈에 떳떳할 수 있을까. 크루즈 불모지 한국에서 자신만의 미지 항로를 개척해낸 그의 꿈과 의지의 가치는 훗날 대대로 필히 지켜보고 볼 일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그와의 인터뷰는 한국 크루즈산업의 미래에 던지는 한 현인의 소중한 한 줌의 씨앗이다.


Q.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한국 크루즈계의 선구자 인터뷰라고 하니 좀 계면쩍네요. 저희 하모니호는 사실 실패한 케이스인데. 그래도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뭐 말씀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것같습니다.


Q. 해양대학교 졸업 후 40년을 줄곧 해운업계에서 일해오셨는데, 크루즈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크루즈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해운업계의 꽃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밖에서 구경한 적은 많지만 직접 타본 것은 1999년 알래스카 크루즈가 처음이네요. 셀러브리티(Celebrity)사의 크루즈였는데 참 멋진 경험을 했죠. 그 후로 2004년 갈라파고스제도 크루즈, 2007년 남극 크루즈 등 해서 남들이 많이 안 가본 크루즈도 많이 타보았습니다.


Q. 크루즈선사를 직접 운영해보시겠다는 결심은 언제 서게 되셨는지요

 크루즈는 해운업의 종합산업적인 측면이 있어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2004년 폴라리스쉬핑을 창립하면서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추진을 하게 되었죠. 결정적으로는 2008년 코스타(Costa) 크루즈사에서 마리나호(현 클럽 하모니)를 판다는 소식이 있어서 용기를 내봤습니다. 그 전에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의 주주집안 사람들과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크루즈산업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구요. 때마침 당시 정부에서도 해양법에 크루즈 항목이 포함되어서 이제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Q. 아쉽게도 운행중단 되었지만, 최초의 한국국적 크루즈 선사 ‘클럽 하모니’를 출범하시고 운영하셨습니다.

 돌이켜 보자면, 처음이라 저희도 준비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남 탓을 한다기 보다는, 크루즈 선사를 운영할 만한 한국의 여건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중들도 아직 크루즈로 대규모의 해외여행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구요. 제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죠.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크루즈는 종합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을 영유하기 유리하도록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동이 되어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전혀 그렇지 못해요.


Q. 제도나 제반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제적인 대형 크루즈 선사는 ‘크루즈 싱글 라이선스’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크루즈 안에 있는 호텔, 식당, 영화관, 수영장, 미용실, 헬스장, 카지노, 병원, 공연장 등의 많은 시설의 면허가 크루즈 면허 하나에 통합되어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설 하나하나 허가를 따로 받아야합니다. 저희가 당시 하모니호 준비를 하면서 사업허가를 받은 것만 해도 30개가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예를 들면, 크루즈 안에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많기 때문에 병원기능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현행법에 따르면 크루즈의 병원개설을 위해서는 육상병원에 준하는 시설과 인원을 구비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크루즈에서 진찰비를 받고 약을 파는 것이 불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진찰과 약품을 모두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그게 다 비용이 되는 거죠. 면세점 같은 경우도 현행법상 항공기와 크루즈를 똑같이 취급해서 좁은 항공기 통로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면세품목만 크루즈에서 팔도록 제한이 되어 있어요. 이해하기 힘들죠.


Q. 심각한 상황인데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국의 크루즈에 대한 인식은 ‘사치’가 아닌, ‘가성비 좋은 안락한 여행’입니다. 데일리 100불, 200불 정도의 비용이면 가능한 실용적인 여행상품이죠.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그 정도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제공할 수 없습니다. 크루즈를 흔히들 ‘3無 산업’이라고 합니다. ‘無세금’, ‘無노조’, ‘無규제’. 이 3가지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력있는 크루즈 산업이 불가능해요.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아서, 노조를 존중하지 않아서, 법질서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 세계 크루즈 산업의 구조가 본래 그렇게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전세계가 단일시장이고 한국선사가 해외 대형선사와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한국의 현행법만 따른다면 경쟁력이 전혀 없죠. 물론 하모니 크루즈가 부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저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규정, 규제 혹은 제도적인 부분이 제일 큰 걸림돌이 된다고 봅니다.


Q. 크루즈 육성법의 주요 골자인 선내 카지노 시설은 어떤지요.

 크루즈에서 카지노는 절대 이익을 내는 시설이 아니에요. 육상 카지노처럼 로테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크루즈는 승객들도 제한되어 있고, 같은 사람들이 매일 카지노를 안 하죠. 그래서 해외 소형 크루즈선사들의 경우, 수지가 안 맞아서 시설이 있어도 카지노 운영을 안하는 곳이 많습니다. 솔직히 마켓팅 상, 같은 규모의 배면 이것저것 볼 것도 많고, 즐길 것이 많아야 하고, 중국 여행객들의 유치를 위해서는 카지노가 꼭 있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비를 하는 거죠.

 국회에서 열린 크루즈 육성법 법안통과 심포지엄에도 참가를 했었습니다만, 국가기관에서는 육상 카지노와의 형평성 때문에 크루즈 선내 카지노 허가를 못해준다고 말합니다. 본질을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는 거죠. 해외 크루즈 선사와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하면서 크루즈를 허가하고 하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예를 들자면 이런겁니다. 우리나라 차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백미러를 빼고, 에어컨을 빼고 만들라는 거거든요. 크루즈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이 조합되어서 크루즈산업으로 이루어지는 건데, 뭐가 빠지고 제약을 받으면 다 무너지는 겁니다. 제조업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잘 정비가 되어있는 것 같은데, 이런 서비스업은 특히 문제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죠.


Q. 현재 하모니호는 어떤 상황인지요.

 2012년에 출항하고, 작년 1월 말까지 딱 1년을 운항을 했습니다. 중간에 몇 번 포기를 하려고 했었지만, 적어도 한 사이클은 돌려보고 그만 두어야하지 않겠느냐해서 1년을 채웠습니다. 이제 크루즈쪽은 완전히 철수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선박은 현재 광양에 있고, 이제 곧 정리가 됩니다.


Q. 한국국적의 크루즈선사를 운영하신 유일한 분으로서 한국 크루즈 산업의 미래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젠가는 잘 되겠죠. 비록 하모니호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서 가슴이 아프지만, 한국의 크루즈 내부 인력을 양성하게 되었던 계기라고 생각하구요. 미래 언젠가 크루즈가 활성화가 될 때, 분명히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은 없습니다.

 현재 인천, 부산, 제주도 등에 크루즈 터미널도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것은 해외 크루즈선을 받는다는 입장이지, 한국의 크루즈 산업과는 크게 관련이 없거든요. 한국국적 크루즈선사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부분이 개선이 안 된다면 그 누구도 하기 힘들 겁니다. 만약 크루스선사에 뜻이 있다면, 현재 상황으로는 해외에 투자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법에 영향을 안 받는 방법 밖에 없죠. 홍콩만 해도 규제가 거의 없어서 현재 중국 크루즈선사 2곳이 출현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좋은 예가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이 세계 2-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해오면서, 70-80년대만 해도 일본의 크루즈 산업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0년 전이나 똑같습니다. 규제 때문에 못 큰 겁니다. 하모니호의 출범 준비 당시, 일본 크루즈업계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본 크루즈 산업은 실패의 역사였다. 한국이 그런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정리하는 입장에서는 그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아요. 사실 우리나라 법과 공무원들의 행정처리 방식이 일본을 롤모델로 발전해왔는데, 크루즈에 대한 규제도 일본을 닮아있어요. 규제 풀어달라면 일본 것부터 뒤져봅니다. 실패한 모델을 자꾸 카피 하려드는 거죠. 그만큼 시야가 좁다는 말입니다. 해수부는 국제화가 많이 되었는데 다른 부서는 이야기 자체가 아예 안돼요. 실무자들은 도와주려 노력하시는데 제도가 그러니 한계가 있죠.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한국 크루즈 산업의 미래는 요원하지 않을까……. 정 하고 싶으면 해외나가서.


Q. 앞으로 개인적인 포부나 계획 부탁드립니다.


 하모니 크루즈가 잘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얻은 경험도 있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거니까요. 폴라리스쉬핑으로만 보자면 현대중공업, 한국중부발전, 지멘스와 함께 최근 파워쉽 해상발전선 프로젝트로 MOU를 맺은 게 있죠. 잘 꾸려갈 생각이구요. LNG선 등 신규 사업 채비도 하고 있습니다.


교훈이 되는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취재,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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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한희승 전 클럽하모니 회장

서울 사대부고. 한국 해양대학교 항해사과 졸업. 해상그룹, 경인에너지(현 한화그룹), 삼미해운(현 STX 팬오션 합류) 근무 후 독립, 1984년 테크마린(주) 설립, 현 한원마리타임(주), 폴라리스쉬핑(주) 회장. 2012년-13년 한국 최초의 크루즈선사 클럽 하모니 회장.

쉬퍼스저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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