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상 카지노 허용 논란의 핵심은?

  • 등록 2015.05.18 09: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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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크루즈 관계자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크루즈 선상 오픈카지노 허용'이 본격적인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5월 7일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이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크루즈 산업 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상 오픈 카지노 허용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논의의 뜻을 내비쳤다.

 이 발언은 곧바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월 '크루즈산업 육성법' 국회 의결 당시 '2만톤 이상의 크루즈선에 카지노를 허가함'과 함께 '내국인 이용을 엄격히 제한함'을 분명히 못 박은 해수부가 불과 4개월만에 '내국인 이용가능'으로 입장을 전격 선회한 탓이다.

 현재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일단 (사)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는 9일 성명을 내고 “폐특법과 관광진흥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독점적 지위에 반하는 그 어떤 정부계획도 수용할 수 없다"며 “향후 추진되는 복합리조트 조성과 크루즈 산업육성에 있어 내국인 카지노 허용에 관한 모든 사항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해수부는 "카지노는 이미 전 세계를 누비는 모든 크루즈선에서 허용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을 모항으로 운항되는 크루즈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적 크루즈선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카지노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크루즈 선상 오픈카지노를 둘러 싼 ‘국적 크루즈선사 출현의 현실화’과 ‘사행성 도박 키우기’ 논란은 모두 그 쟁점의 핵심을 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과연 ‘쟁점의 핵심’은 무엇일까?


카지노 허가해야,
국적 크루즈선사가 이익을 낸다?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유래는 196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륙 간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던 선박은 세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항공기의 영향으로 휴가를 위한 크루즈로 변모한다. 이 때 크루즈선사들이 홍보를 위해 착안해낸 아이디어들 중 하나가 바로 카지노다. ‘라스 베이거스(Las Vegas)’와 ‘아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를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카지노를 선상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수준급 공연장, 댄스홀, 수영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들을 구비하기 시작한 크루즈산업은 현재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크루즈산업이 비단 ‘선상카지노’로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크루즈선사의 수익 중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알려진 것보다 많이 낮다(10% 수준). 이쯤에서 우리는 한국국적 유일 크루즈선사 '하모니'호를 운영했던 한희승 회장(폴라리스쉬핑)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크루즈에서 카지노는 절대 이익을 내는 시설이 아닙니다. 육상 카지노처럼 로테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크루즈는 승객들도 제한되어 있고, 같은 사람들이 매일 카지노를 안 하죠. 그래서 해외 소형 크루즈선사들의 경우, 수지가 안 맞아서 시설이 있어도 카지노 운영을 안하는 곳이 많습니다. 솔직히 마켓팅 상, 중국 여행객들의 유치를 위해서는 카지노가 꼭 있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비를 하는 겁니다."(2014년 8월. 본지 인터뷰 中)

 한국 최초의 크루즈선사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년 간 부산을 모항으로 운항한 바 있는 ‘하모니’호는 운항 기간 동안 적자에 시달리다 현재는 완전히 정리된 상태다. 한희승 회장은 국적 크루즈선사 설립과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상카지노 불허가 아니라 수많은 규제들이라고 지적하며, 크루즈의 다양한 시설의 면허가 하나로 통합된 ‘크루즈 싱글 라이센스’의 법제화를 제안한 바 있다.

 또한 한국 크루즈업계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롯데관광의 백 현 사장도 지난 쉬퍼스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적 크루즈선사의 출현과 선상카지노의 관계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국적 크루즈선사의 출현은 불가능합니다. 항공사를 예로 들면, 비행기가 1대일 때와 3대일 때의 필요비용이 거의 같습니다. 인건비, 수리비, 선식비, 용품비 등 최소한의 일정비용이 든다는 거죠. 세계적인 크루즈선사들은 한 번에 100척 가까이 운영합니다. 국적선사 1,2척으로는 그들과 경쟁이 안됩니다. 크루즈육성법안의 선내 카지노를 허가 해준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 크루즈선사들도 카지노를 절대 수익창출의 수단이라 보지 않습니다. 서비스의 하나일 뿐입니다.”(2014년 10월. 본지 인터뷰 中)

 결국 국적 크루즈선사의 흥망성쇠는 선상카지노 규제 법률 하나로 좌지우지 되지 않으며, 국적 크루즈선사의 출현은 아직 비현실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도리어, 중국발 크루즈선의 입항증가추세에 발맞춘 크루즈항만 및 접안시설의 확충 그리고 기항지 관광의 이익구조 개선이 현재 한국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크루즈육성방안임을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크루즈 선상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가 타격을 받는다?
 해수부 유기준 장관의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 발언에 사)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가 반대성명을 낸데 이어, 지난 11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중독예방시민연대의 강신성 사무총장 역시 강한 어조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한탕주의와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사업을 국가가 장려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며 “정부에서 허가한 도박사업의 종류가 세계에서 제일 많다. 그런 사업을 금융지원을 하면서까지 저희가 해야 되느냐.”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백시와 중독예방시민연대의 발언은 모두 크루즈여행의 본질과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무지와 편견의 산물이다. 현재 동북아시아를 운항하고 있는 크루즈선의 규모는 최소 7만톤에서 최대 16만톤에 달한다. 실제 그 크기는 길이가 축구장 2-3개, 규모는 63빌딩 수준이다. 만약 이 크루즈 내부시설 전체가 카지노라면, 그것이 강원랜드일 것이며, 내부에 경마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다. 그러나 크루즈선에서 카지노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루즈 선사들조차 카지노가 큰 수입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 선내 작은 카지노시설도 슬롯머신 위주의 일부 위락공간의 개념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반 카지노와는 달리 크루즈는 탑승하기 위해 100만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하고 탑승해야하며,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는 시간에는 시설이용이 금지되어있다(국제크루즈법에 따라 지상으로부터 3마일 떨어진 이 후에 카지노 이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크루즈 선내 카지노의 실상은 한탕주의, 사행심과는 거리가 멀다.

 크루즈 선내 오픈카지노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모두 아직 크루즈에 대한 깊은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며, 토론의 수준 또한 한국의 크루즈산업이 아직도 많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크루즈 전문여행사 ‘클럽 토마스’의 대표이자, 크루즈육성법 공청회 토론 패널로 참석한 바 있는 염상훈 대표는 “한국에는 크루즈 전문가가 많이 부족하다”며, “중국의 크루즈붐에 경도되어 빠른 시일 안의 성과를 위한 플랜을 짜기보다는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크루즈산업을 육성해나갔으면 한다”라는 뜻을 비쳤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의결된 크루즈육성법이 현 한국의 크루즈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향후 그 실현방안과 결과도출에 유달리 크나큰 귀추가 주목된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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