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변화'로 일군 마샬 아일랜드의 신화

2015.06.12 15:59:43

마샬아일랜드 공화국 선박 및 법인 등록처 한국사무소 김영민 대표

- ‘현지화전략’과 ‘명품서비스’로 2014년 한국선사 총 213척 등록
- 창업 8년 만에 세계에서 4번째 ‘마샬 아일랜드’의 최다 편의치적
- 지식을 갈구하고 실천하는 지성만이 해운업계와 세상을 바꿀 수 있어


 해운선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의 편의치적국은 이제 단순히 선사의 원가절감을 도모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안전과 치안, 그리고 해양환경 보호까지 책임지는 전방위적 관리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업계에 뛰어든지 단 8년 만에 파나마(Panama)와 라이베리아(Liberia)를 위협하는 한국 3대 편의치적국으로 올라선 마샬 아일랜드 공화국은 그들만의 ‘현지화전략’과 ‘명품서비스’로 최근 업계에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쉬퍼스저널은 마샬 아일랜드 공화국 선박 및 법인 등록처 한국사무소의 김영민 대표를 만나 그만의 노하우와 철학 그리고 한국해운업계에 대한 이슈들을 짚어본다.


Q : 먼저 한국주재 마샬 아일랜드 공화국 선박 및 법인 등록처를 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73년에 해양대를 졸업하고 그간 해운업계에서 줄곧 일을 해왔습니다. 2007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죠. 사실 마샬 아일랜드는 2000년부터 홍콩에 아시아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에 몇 차례씩 손길을 뻗어왔었습니다. 그렇지만 7년 동안 일본은 물론 한국 선박을 한 척도 등록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상태까지 이르렀죠. 한국은 왜 안 될까 깊게 고민하던 차에 한국 친구로부터 “지역사회에 신뢰를 가지고 마켓에 잘 통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다”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마샬 아일랜드 기국의 강점인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 거죠. 그렇게 한국에서 사람을 물색하던 중에 저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만 51척, 2014년 집계로 총 213척의 선박이 마샬 아일랜드의 편의치적 되었습니다. 제로에서 시작해, 8년 만에 이룬 쾌거죠. 올해는 50척, 내년 말까지 총 300척이 목표입니다.


Q : 마샬 아일랜드가 한국과 전 세계에서 편의치적국으로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샬 아일랜드가 1990년에 편의치적을 시작했고 아시아 시장은 2000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니 역사는 참 짧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지도 않는 순위에서 현재 세계 3위로 올라섰죠. 세계 기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해운업은 해운업의 본질을 알아야합니다. 저희는 편의치적국 업무의 본질을 빨리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노력과 준비를 했죠. 그렇다면 이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선사가 일을 처리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다른 기국들은 세계 각지의 서류들을 국가의 공무원이 특정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처리합니다. 그렇다보면 시차와 언어 문제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샬 아일랜드는 전 세계에 26개의 오피스를 두고 언제든 언어의 불편함 없이 상담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샬 아일랜드가 택한 ‘로컬라이제이션’ 노선이자 이 업의 본질입니다.

 지금도 마샬 아일랜드는 깊고 넓게 분석하여 시장의 거점지역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 본질을 깨달아야합니다. 해운업도 해운업의 본질을 깨달아야합니다. 그것이 ‘마샬 아일랜드’가 편의치적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입니다.”


Q : 편의치적을 하면 마샬 아일랜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편의치적국에는 법인세, 등록세, 취득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애뉴얼 톤에이지 택스’가 있고, 그것이 국가수입의 일부가 됩니다. 편의치적국 대부분이 작은 섬나라들이다보니 이러한 아이디어 사업들로 재정수입원을 마련하는 것이죠.


Q : 마샬 아일랜드만의 ‘명품 서비스’가 유명합니다.

 현재 기국을 평가하는 공식적인 기준은 없습니다만, 바다에 가장 중요한 3가지 이슈 ‘안전(safety)’, ‘치안(security)’, ‘해양환경 보호(environment protection)’를 평가기준으로 PSC의 대표적인 3대 기구 ‘도쿄 MOU’, ‘파리 MOU’, ‘US 코스트 가드’가 매년 ‘항만국통제비율’을 발표합니다. 기국이 선단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자료죠. 이들 중 'US 코스트 가드‘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마샬 아일랜드는 현재 ’US 코스트 가드‘’의 항만국통제비율을 9년 연속 1%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편의치적국들 중에는 저희가 유일합니다. 이제 업계에서는 최고의 퀄리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Q : 말씀하신 해운업의 3가지 이슈 중에 ‘안전’은 한국 해운업계가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작년 ‘세월호’ 사고라는 큰 일을 겪고 나서도 국가와 국민의 학습효과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산업현장에서는 바뀐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세월호’ 사고는 한 행정분야나 업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국민 개개인)’의 인식 문제입니다. 입으로는 안전이라고 외치면서, 그만큼 돈을 추가부담하거나 수고를 더 해야 한다고 하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다못해,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아무도 안보니까 건넌다는 생각도 위험한 것이죠. 내가 그 행동을 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그 행동을 따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일상보다 분명 돈과 정성과 시간이 더 드는 일입니다. 불편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전이 확보가 안됩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마음가짐, 말 한마디 잘 하는 것이 국가사회에 이바지 하는 일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십니다.

 세상을 조금 깊고 넓게 보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다만, 지금까지 살면서 어려울 때 책에서 많은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결국 자기변화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발견했던 “익숙했던 삶의 방식에서 단 한 가지라도 ‘단호하게’ 바꾸면 내 삶 전체가 바뀐다.”라는 말이 아직도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마음까지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더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부터 다리까지입니다. 실천해 옮겨야합니다. 익숙했던 삶에서 불편했던 삶으로 ‘단호하게’ 바꾸고 나면, 삶이 바뀌고 행복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리짐을 몸소 체험하게 되실 겁니다.
 

Q : 최근 사단법인 에코포트포럼에서 주최한 에코포트국제컨퍼런스에도 참석하신걸로 아는데 어떠셨는지요.

 처음에는 항만의 환경보전이라는 개념이 좀 생소했었습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후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항만이라는 것이 공간적으로 해상물류의 중심인데,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해양환경과 지역사회에 피해를 준다면 의미가 없겠죠. 다음 컨퍼런스에는 보다 많은 실무자들이 참석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전환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던 모두가 ‘나’ 자신이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에 대입해서 말씀드리자면, 에코포트포럼이 참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겠죠. 준비할 때 어려움도 많으셨을텐데 이러한 선각자들의 작은 노력들 덕분에 업계와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밝아진다고 믿으니까요.


Q : 선박금융에 정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해운업계가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현 문제점과 그 개선안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말씀하신 대로, 현재 한국 해운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선사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일정한 룰을 통화해야 자금이 지원 됩니다. 아무나 무조건 대출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현재 은행들도 선주들을 지원해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기준을 못 맞추는 선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선사들이 입장 전달방식을 조금 더 세련되게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해운업계는 국가의 5대 외화획득업종이니 다 함께 모여서 해운업계가 해온 중요한 역할들을 잘 피력하고 의견을 전달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Q : 마지막으로 한국의 해운업계에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작년에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리스는 전통적으로 가족대대로 선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저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해운업의 전문가들과 채널을 가지고 저녁식사 중에 와인 한 잔 나누면서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리더군요. 한국의 해운업계는 물론 구조가 다르긴 하지만, 회장 및 몇몇 임원들이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으로 단독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결정자들과 토론하며 조금 더 업계 현황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최종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산다는 게 자연의 이치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운업계 현황 그래프를 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의 그래프와 비슷해요.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오고, 새싹이 트기 마련입니다. 함께 이 힘든 시기를 현명하게 잘 이겨 냈으면 합니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Copyright @2009 My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미디어케이앤 서울특별시 서초구 법원로3길 19, 2층 2639호 Tel: 02)3411-3850 등록번호 : 서울, 다 06448, 등록일자 : 1981년 3월 9일, 발행인/편집인 : 국원경(010-9083-8708)
Copyrightⓒ 2014 미디어K&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