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첨단해운산업을 주도할 좋은 기회

2015.07.10 17:03:07

이마린(e-Marine) 김웅규 대표

 
 국제해사기구(IMO)의 전략사업이자, 해상 안전, 해양 환경에 획기적인 수단장비로 평가받고 있는 ‘이네비게이션’은 한국 및 중국 인도에 주도권을 빼앗긴 유럽의 조선업계가 내건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기술 속국이라는 멍에와 불이익의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한 사람의 의지와 열정으로 인해 이제 한국은 유럽과 견줄만한 이네비게이션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 혁신적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마린’의 김웅규 대표. 날로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는 해양산업관련 기자재 분야에서 ‘이마린’의 위치는 사뭇 독보적이다. 이네비게이션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엑디스(ECDIS, 전자해도표시시스템)’부터 관련 ‘머신 투 머신’ 디지털 기기까지 ‘이마린’은 임기택 사장의 IMO 사무총장 당선으로 각광받고 있는 선박평행수처리장치와 함께 세계 해양산업의 중추적인 전략기술로 집중적인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호랑이와 같은 투지와 곰과 같은 뚝심을 겸비한 한국 해양산업의 살아있는 보물 김웅규 대표. 쉬퍼스저널이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와 미래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Q.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 생소하신 분들에게 ‘이네비게이션’의 정확한 개념을 소개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김웅규 대표(이하 김) : 이제 이네비게이션은 거의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IMO에서는 이것을 국제적인 해사분야에 전략인 SIP(Strategy Implementation Plan)로 채택을 해서 2018년부터 새롭게 시행하겠다하는 정책을 이미 오래전에 결정하여 시행 중에 있습니다. IMO 정의에 따르면, ‘부두에서 부두까지 전자적인 수단으로 관계된 모든 정보를 해상에서의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담보하고, 물류의 효율화를 꽤하고. 해양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 이네비게이션의 운영 취지입니다. ‘전자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종전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일 텐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4S(Ship to Shore, Shore to Shore, Ship to Ship, Shore to Ship) 데이터의 자유로운 교환'입니다. 4가지 방향으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머신 투 머신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 받자는 일종의 전략이죠. 앞에 붙는 ‘e-’에 대해서는 ‘가치증대(enhanced)’, ‘효율성(efficiency)’ 등 많은 의미로 풀이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렉트로닉’이 정확한 해석입니다.

 현재 세계적인 관련 대기업들과 연구기관, 전문 학계에서 전문가들이 배출이 된 상태구요. 제가 다행히 빨리 관심을 가지고 빨리 발을 들였습니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이 임명되셨을 때 해운선사 대표분들과 해수부 산하 단체 기관장들 앞에서 이네비게이션 특강을 하면서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을 드렸고요. 이후 해수부에서 자문활동을 해왔습니다. 작년 세월호사고로 “첨단화된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게 중요하다.”는 의식이 번지면서 추진 동력을 많이 잃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임기택 BPA 사장이 IMO 사무총장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 있습니다.




Q. 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자도 이네비게이션에 큰 관심을 가지시고 전폭 지원의 뜻을 밝히셨습니다.

김 : IMO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300톤 이상의 배는 모두 이네비게이션의 '엑디스(ECDIS, 전자해도표시시스템)' 장치를 탑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신조되는 초고속 여객선, 2015년 7월부터는 기존의 선박들 중에도 여객선과 위험화물선은 반드시 장착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IMO의 상당한 제약이 따릅니다. IMO가 규제를 하는 수단은 SOLAS(Safety of Life at Sea) 규정에 관한 조약인데, 이를테면 부산에 상주하는 PSC 검사원이 불시에 선박을 검사합니다. SOLAS 규정대로 운영하고 있는가. 규정을 어겼을 경우, 선박 출항을 금지시키고 선사에 많은 제재를 가합니다. 여기에 대비하여야 하는 거죠.


Q. 한국은 국제적으로 이네비게이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지요.

김 : 아시아에서는 가장 독보적입니다. 작년 1월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크루즈에서 인터네셔널 이네비게이션 포럼이 개최되었는데, 당시 해수부 차관님께서 세계적으로 이네비게이션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들의 테스트베드와 협력 조인을 체결 했습니다. 그들이 한차례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해양대학과 목포해양대학에서 교류도 나누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네비게이션은 유럽 사람들의 음모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한국은 조선산업 세계 1위. 해운이 세계 5위입니다. 그러나 정말 1위냐. 현재 우리 조선업계의 자원자급충당률이 30%가 안되요. 여전히 해외로부터 기술과 재료를 사와서 껍데기만 짓고 있는 격이죠. 그 기저에는 이러한 흐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럽이 그 해운·조선 산업을 선점하고 있었죠. 이후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로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면서 유럽은 노동집약적산업은 해외로 넘겼지만 첨단기술 분야는 자기들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의도로 ‘이러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서 IMO 규정으로 편입시킨 뒤에 그 기술을 강제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술의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따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도 물론 잘하는 분야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항해 기자재는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죠.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네비게이션이 나타났습니다. 이네비게이션은 ‘전자적인 수단’이고 이것은 결국 IT를 의미하는 것인데, 세계적인 IT 강국인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고요.


Q. 현재 이마린의 가장 특화된 기술이 ‘엑디스(ECDIS, 전자해도표시시스템)’라고 들었습니다.

김 : 1996년에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전자해도(Electronic Nautical Chart, ENC)에 대한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조사원이 연안을 측량, 관측 하고 일본, 싱가포르 협력해서 97년 전자해도를 완성했죠. 당시 해양연구원(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 그 기술이 어디가면 안 된다 해서 2001년 설립된 것이 현재 저희 회사입니다. 이네비게이션의 핵심장비가 엑디스이며, 현재 저희 회사 제품은 한국에서 가장 앞서가고, 마켓쉐어가 높습니다.




Q. 올해 4월에 창립된 ‘이네비게이션 포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김 : 세월호로 중단되었던 이네비게이션 산업 육성의 기지를 다시 한 번 발휘하자는 취지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창립되었습니다. 저는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국가적인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김 : 내년 이네비게이션 분야에 약 2000억의 예산이 편성 확정되었습니다. 한국형 이네비게이션인 일명 ‘스마트 네비게이션’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셔서 참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또한 이네비게이션은 IMO의 전략산업이자 대표브랜드입니다. 그러한 고로, 임기택 사장의 IMO 사무총장에 당선이 한국의 관련산업에 큰 탄력을 부여한 것이 사실이구요.

 그렇지만, 아무리 IMO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고 해도 이네비게이션의 표준은 한 국가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곧 ‘머신 투 머신’에 대한 표준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그에 따른 각 장비들도 제작이 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여기에 대비해야합니다. 해양부가 저희와 같이 콤포넌트를 개발하는 회사에 이네비게이션의 새로운 표준에 대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이나 정책이나 표준 만드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한국이 세계 표준을 선도해야 합니다.


Q. 만약 세월호에 이네비게이션이 탑재 되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김 : 아닙니다. 세월호사고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은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화물을 잘못 탑재했고, 고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복원성을 잃어버린 상태였죠. 반드시 선장이 브리지를 지켜야했던 규정도 어겼고요. 사고가 난 후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좀 전에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이네비게이션의 운용은 IMO가 제정한 ‘솔라스’ 규정(국제항해에 종사하는 300톤 이상의 배)에 해당되는 배에 한합니다. 그러나 과거 저희가 추진해온 한국형 이네비게이션은 어선과 여객선에 초점을 맞춰온 바 있습니다. 어이없는 이유로 그렇게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니 참 마음이 아픕니다.


Q. 설명을 듣다보니 이네비게이션의 미래는 무인화물선, 무인여객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먼 시점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네비게이션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적인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 저희도 작은 목표로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엔진회사인 롤스로이스와 노르웨이 선급(DNV)이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지형에 한해서 시험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이네비게이션이 해양환경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 기본적으로 IMO는 ‘더욱 안전한 바다(Safer Sea)', '더욱 효율적인 바다(More Efficient Sea)', '더욱 깨끗한 바다(More Cleaner Sea)'라는 3대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면 해양사고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름유출이나 충돌, 침몰사고 등으로 유발되는 해양오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Q. 많은 역경을 이겨내시고 현재의 쾌거를 이루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해운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 :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해운기업의 총수나 선주분들의 ‘한국제품에 대한 불신’입니다. 현재 조선기자재는 유럽이 잡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국부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전자해도 및 디지털 장비는 그동안의 악순환을 끊고 한국이 기술적인 주체가 되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이마린은 현재 해외상품과 경쟁하고 있는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제품은 무조건 오케이, 한국제품은 자꾸 검증을 요구하십니다.

 과거 한국의 조선 기자재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데 재미를 붙여서 기술투자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술주도권을 놓치고, 시장주도권을 놓쳤죠. 저희 이마린은 초반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죽을힘을 다해서 현재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기업이 되었습니다. 이 분야만큼은 그동안의 불신을 걷고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신뢰를 가지고 써봐달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이네비게이션 사업에 대한 전략적 육성의 뜻을 가지신 임기택 IMO 사무총장 내정자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한국해운 및 이네비게이션업계에 새로운 기틀과 동기부여를 마련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는 임기택 사무총장님에 대해서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클 수 있거든요. IMO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IMO 일을 하시는 분이니까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현 일본인 IMO 사무총장처럼 세계 각국을 돕고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국가 브랜드도 홍보가 되고 한국에 대한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저희와 같은 사업가들이 손쉽게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보다는 ‘기여’를 부탁드립니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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