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항 크루즈로 동북아의 평화 연다"

2015.08.05 09:41:04

[인터뷰] 제주국제크루즈포럼 김의근 조직위원장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동북아시아 크루즈시장의 급성장을 잘 포착하고 제주라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한 성공적인 국제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 기저에는 기획부터 진행, 귀빈 의전까지 김의근 조직위원장의 극진한 손길 하나 닿지 않은 곳 없다. 그만큼 그는 전지적 감각과 탁월한 조직화 능력으로 행사 개최와 홍보에 발군의 기지를 발휘해왔다.

 언제나 새로운 꿈을 향해 돌진해온 그이기에 지금까지 그의 궤적은 물론 그가 새롭게 품고 있는 미래의 꿈을 쉬퍼스저널이 만나 들어보았다. 특별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번 포럼에서는 ‘북한 기항 크루즈’가 본격 논의 될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주’라는 작은 섬이 펼치는 기치와 현 아시아 최대 크루즈 기항지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잘 살펴본다면, 향후 한국 각 지역의 크루즈 기항지 발전과 범국가적인 수익창출 방안에 대한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Q 먼저 지난 ‘20주년 바다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의근(이하 김) : 감사합니다.



Q 크루즈업계에 어떻게 입문하게 되셨는지요.

김 : 2004년경에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HAL)의 6만 톤급 크루즈선 ‘볼랜담(Volendam)’호가 처음으로 제주도에 기항을 했습니다. 당시 HAL 한국지사가 100분정도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서 쉽투어 행사를 가졌었는데, 관여된 교수님의 제안으로 저도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크루즈가 기항하는 곳이 국제적인 관광지이고 많이 기항할수록 국제적인 관광지라고 공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당시 제주는 출입국 문제를 비롯한 크루즈 인프라가 전무했던 실정이었습니다. 한중일 크루즈도 전혀 활성화가 안 되어있던 때죠. 인프라만 구축이 된다면, 상해와 일본을 들르는 세계일주크루즈 중에 일 년에 몇 십 척은 유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스터디와 보고서 작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크루즈업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Q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의 창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 : 2006년부터 코스타가 중국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이 ‘국제회의’고, ‘마이스(MICE)’와 ‘이벤트’가 제 전공분야입니다. 마이애미 크루즈 박람회를 이미 6-7년 전에 참관을 하면서 그런 행사를 제주에서 개최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 사람들이 마이애미에 가면 주요선사 사장들을 못 만납니다. 현재 시트레이드(Seatrade)라는 업체가 전세계 크루즈 박람회를 장악하고 있고요.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중심의 크루즈산업이 모든 산업처럼 중국으로 옮겨 올텐데, 세계 주요 선사 사장과 간부들을 우리의 홈그라운드에 불러서 아시아가 중심이 된 크루즈 행사를 제주에서 개최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가 처음 주최했기 때문에 지금 한국어 명칭은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지만 영문으로는 ‘Asia Cruise Forum, Jeju’입니다. 앞으로는 ‘아시아크루즈포럼’을 브랜드화해서 북경. 후쿠오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수출하고 싶은 것이 저의 욕심입니다.


Q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올해로 3회를 맞이합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을 듯합니다.

김 : 무엇을 ‘조직화’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해외주요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구요. 그러나 제주는 최근 들어 입항을 원하는 크루즈에 비해 선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크루즈선사측에서 자주 방문하면서 크루즈선사와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2013년부터 제주는 아시아 최대 크루즈 기항지입니다. 향후 10년이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세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며, 실예로 내년 제주에는 560항차의 크루즈 기항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는 크루즈선석이 2개밖에 없어서 450항차 이상은 기항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루즈선사 임원들과 여행사 대표가 제주를 자주 방문합니다. 제발 배 좀 대게 해달라고요. 상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거의 대부분 제주에 들러야하고, 돌아갈 때라도 제주에 들러야 합니다. 지방정부가 선석배정권이 있기 때문에 제주가 선사와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제주도크루즈포럼’의 개최에 따른 구체적인 효과는 무엇일까요.

김 : 남들이 보기에는 일 년에 한번 포럼 하고, 비즈니스미팅을 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크루즈업계는 고질적인 병폐가 있습니다. 관광공사, 항만공사, 해수부까지 국가기관 크루즈 책임자가 2년마다 다 바뀌어요. 그렇다보면 해외 선사나 관련 업체와의 네트워킹이 잘 이루어질 수 없죠. 저희와 같은 민간업체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해수부가 상하이에서 ‘크루즈 마케팅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저희 협회의 주관으로 행사가 성사되었습니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정부가 하고 싶다 한들 할 수 없습니다. 3년간 노하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작년 저희 포럼을 통해 ‘아시아크루즈리더네트워크(Asia Cruise Leaders Network, ACLN)’가 가동되었고, 현재 8개국 50개 기관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정부와 선사, 한국지자체와 중국 여행사간의 소통의 장이자, 마케팅 창구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크루즈의 기항이 제주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 :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항공기를 이용한 중국관광객들은 초반에 모두 단체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서 한국을 방문했었죠. 그러나 작년 600만 명의 중국방문객 중에 반이 자유여행이었습니다. 면세점에만 집중되던 기항지 관광 수익도 이제는 다양한 패턴으로 흩어지고 있고요. 작년 한국내 중국 크루즈 인바운드여행업체들이 중국 아웃바운드여행사에 1인당 약10만 원 정도의 리베이트를 줬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6만원 정도로 떨어졌어요. 기항지 관광객들이 점점 면세점 쇼핑을 기대만큼 안한다는 이야기거든요. 동북아시아 크루즈산업이 이렇게 커진지가 이제 딱 4년입니다. 4년 만에 모두가 혜택을 받아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세계 최대 크루즈 기항지인 ‘바하마(Bahamas)’의 수도 낫소를 살펴보면, 연간 35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방문함에도 선사 기항지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항구 앞에서 라이센스를 가진 지역 관광가이드가 봉고차에 5명이 현장에서 모객 되면 출발하는 식입니다. 한국도 기항지 자유여행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Q 선사들이 기항지 여행상품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지요.

김 : 중국 여행사의 규정은 현재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선사들만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일종의 규제죠. 중국은 현재 2020년까지 10개 국적선사를 출범시키고자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한 달 전 중국 상해를 출발하는 크루즈 탑승객 5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벌써 28%가 크루즈 유경험자였습니다. 중국 국적크루즈선사들도 저가로 크루즈를 일단 경험하게 한 뒤 크루즈 재방문객을 늘리자는 전략이죠. 2030년께 중국의 크루즈 탑승객이 연간 1천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습니다. 그 즈음에는 중국 국적크루즈선사의 비중도 상당히 크겠죠. 현재의 우려가 많이 개선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Q 지난 13일에 열린 국적크루즈선사 투자설명회에도 참석하셨습니다. 한국 국적크루즈선사 출범 가능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최근까지 국적크루즈선사 출범에 대해서는 저도 비관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국적크루즈선사 ‘스카이씨(Skysea)'사의 ‘골든 에라(Golden Era)’호를 보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카이씨’사는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Ctrip)'이 35% 출자하고,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사가 35%, 나머지 30%는 벤처회사를 통해 투자 받아 설립된 회사입니다. 본래 ‘셀러브리티(Celebrity)’사의 센츄리(Century)호였던 것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카지노와 면세점은 더욱 크게 만들고 인테리어를 중국풍으로 꾸미는 등 중국인들에게 최적화했습니다.

한국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을 모항으로 선사를 운영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시장은 지금 진입을 못하면 앞으로는 진입이 힘듭니다. 현재 중국의 리버 크루즈를 운영하는 선사 사장들이 연안 크루즈에 진출하고 싶어합니다. 같이 조인 한다면 위험부담도 덜 수 있겠죠.



Q 국적크루즈선사는 중국의 호황사례보다, 일본의 실패사례에서 더욱 교훈을 얻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 일본 국적크루즈선사의 핵심은 연안 크루즈입니다. 일본의 연안 크루즈산업은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한해 2-30만 명의 탑승객을 꾸준히 유치해왔습니다. 국적선사 4개가 먹고 살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죠. 그렇지만 연안 크루즈선의 특성상 5만 톤급이 한계인데다, 한중일 크루즈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높습니다. 현재 ‘프린세스(Princess)'사와 ‘로얄 캐리비안’, '코스타(Costa)'사가 일본시장에도 계속 노크를 하고 있으니 이제는 더 이상 일본 국적선사간의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한 경쟁환경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조만간 연안 크루즈 중심에서 한중일 국제크루즈로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Q 이번 포럼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기항 크루즈’입니다.

김 : 작년 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환영사에서 원희룡 도지사께서 공식 제안했던 화두입니다.북한은 크루즈만 개항하면 현재 중국 크루즈관광객의 씀씀이를 고려할 때 한 해에 5,000억원에서 1조원을 벌수 있습니다. 숙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로 반나절 여행하는 것이니 북한도 부담이 없죠. 북한 기항 크루즈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는 중국선적의 크루즈를 타고 중국인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 2단계는 다국적선적의 크루즈를 타고 중국인을 포함한 한국인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 3단계 한국국적선사의 크루즈를 타고 한국인을 포함한 다국적관광객이 북한을 기항하는 것 입니다. 현재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는 배, 한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배는 통일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미국선사는 북항 기항이 당장은 어렵지만, 중국선사는 다국적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해야하니 관광객과 승무원의 안전만 보장되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인프라가 문제인데, 중국 중심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올 6월 결성되어 내년에 출범합니다. AIIB와 같은 국제개발은행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크루즈항만을 개발한다면 인프라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요.

김 : 당장은 안되더라도. 북한에게도 자극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다음 계획은 크루즈선사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가지고 북한 측과 크루즈 세미나를 여는 것인데, 이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남포와 인천을 잇는 새로운 크루즈라인이 개설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도 NLL의 긴장이 다소 해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크루즈접안 가능한 항만시설을 건설하는데 1-2천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동해안 쪽은 이미 나진선봉무역특구는 현재 입항이 가능하구요. 원산과 금강산에 시설만 확보되면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 등을 운항하는 황금 서클이 만들어집니다.



Q 포럼에서 ‘세계 크루즈선 건조 트랜드’에 대한 토론이 있습니다. 국적크루즈선사 출범과 더불어 세계 조선 1위 한국의 크루즈조선업계와의 연계는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김 : 이번 토론 관련해서 여러 조선업체들에게 문의를 했으나,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합니다. 삼성중공업이 800명 정원의 크루즈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죠. 크루즈선은 일반 선박과 엔진부터 다릅니다. 또한 핵심기술이 인테리어인데, 그 비용이 유럽과 너무 차이가 나서 경쟁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 영원히 하지 말아야하는가. 최근 크루즈도 LNG를 연료로 하는 친환경 크루즈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이 LNG선을 처음 조선할 때 나라에서 지원해준 것처럼 RnD 차원으로 2000억 원 중에 500억 원 정도 지원해주면 기술축척도 되고 앞으로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중국에서도 크루즈선이 건조됩니다. 한국에서도 만들어야합니다. 이번 세션에도 독일 최고 크루즈조선소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분을 비롯해, 해외 크루즈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한국 조선업체 관련임원들은 사업계획이 없으니 참여하기를 부담스러워하십니다.


Q 한국 크루즈업계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지금은 한국 크루즈산업 정착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민·관과 정부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인프라나 CIQ 문제는 정부가 준비하고 풀어줘야 하며, 민·관끼리도 국적선사출범에 대립하지 말고, 서로 믿고 협력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자리가 더욱 많아야 하구요. 그래야 동북아 크루즈 성장의 열매를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꿈과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김 : 원희룡 도지사께서 제안하신 북한연계 평화크루즈의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기항을 이끌어내어 동북아의 평화를 앞당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아시아 170개의 항구를 오가는 크루즈를 통해 아시아가 교류할 수 있고 지역 불균형도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경제라는 것입니다. 2017년 상해 크루즈항만시설이 2배로 늘어나고, 2020년 즈음에 1,000항차가 제주도에 들어오면, 크루즈는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산업이 됩니다. 제주도 감귤산업이 크다고 하지만, 조수입이 한 해 7-8천억원입니다. 지금 계산으로는 2020년경에는 크루즈산업이 추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루즈일만 하는 것이 아닌지라,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의 조직위원장으로,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교수로 다양한 계획이 있습니다. ‘제주와 한국이 필요한 산업을 만드는데 김의근이 기여를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족합니다. 더불어 아시아의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중심이 제주도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신승광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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