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요트건조술의 자존심. 푸른중공업

  • 등록 2015.08.24 18: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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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한국에서 왜 만드나? 그것도 전라도 귀퉁이에서”


 편견의 편견과 싸워온 나날들이었다. 2000년 초 푸른중공업이 요트건조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요트란 먼 나라 재벌가의 신선놀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과 15년 만에 한국시장은 급변했다. 이제는 요트를 계류할 선석이 부족하다는 원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 전국 방방곳곳에 마리나를 증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해양부가 공모한 210억 원 규모의 ‘메가요트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된 ‘푸른 중공업’은 목포 대불산단에 위치한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한국 최고의 요트건조술을 보유한 작은 거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요트건조술의 자존심. 푸른중공업을 만나본다.


세계경기에 요동치는
조선에서 찾은 틈새시장
 2007~2008년 세계 조선시장은 대호황을 맞았다. 세계인구 1위의 중국이 새로운 경제 강자로 떠오르며 세계물동량이 폭발한 것. 그러나 그런 조선업계의 대목에도 푸른중공업의 김봉철 대표(61)는 요트건조에 매진했다. 자칫 미련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30년을 조선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그의 안목이 빗나갈리 없다. 조선업은 주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 당연지사일진데, 2008년 이후 현재 조선업계의 지독한 불황도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세계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사업을 찾아보자. 그래서 찾은 것이 요트입니다.”


 시작은 선박구성품을 만들던 회사였다. 1981년 해양대학 졸업 후 일본 삼광(三光)기업에 취업한 뒤 1992년 부산에 정착하면서 선박블록과 배관을 만들어 조선사에 납품했다. 그러나 매일 뉴스에 매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회사의 존립을 걱정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반면, 요트는 흔히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해안도시에서는 세컨드 카의 개념이다. 개인요트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여 및 레져시장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 수요층이 얼마냐가 문제지만 요트는 세계경제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김대표는 2001년 목포 대불산단에 본거지를 옮기고 2003년 요트건조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불모지던 한국 실정에 잘나간다는 유럽 요트회사들의 100년 이상의 노하우와 맞서 싸워야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선진 기술을 익히기 위해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기술을 습득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4년 후, 2007년 첫 요트 수주를 따냈다. 꿈만 같았던 요트건조업에 정식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알루미늄 건조와 인테리어 기술이
푸른중공업의 핵심기술

 요트건조의 재질은 크게 FRP(강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FRP요트는 선체구조가 가볍다보니 기름이 절약되어 운영비가 절감된다. 알루미늄 요트는 운영비가 많이 드는 대신 수명이 길다. 그러나 FRP재질의 요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0~15년이 지나면 크랙과 부식이 급속도로 발생한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풍랑에 요트가 파손된 사고가 발생한 것도 그러한 연유다. 문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 최종시점에서는 폐기처분해야하며, 소재의 특성상 환경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알루미늄 요트는 문제 부위만 수리하면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중고시장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금액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알루미늄 요트의 건조술은 한국에서 푸른중공업이 제일 앞서있는 상태다.

 또한 인테리어 기술도 독보적이다. 언뜻 생각하면 세계 조선업 1위에, 대형조선사를 다량 보유한 한국이 그 작은 요트 하나 못 만들까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패의 관건은 ‘인테리어’다. 일반 상선처럼 라인업을 구축해서 자동화생산하는 것이 아닌 일일이 손이 가는 핸드메이드 작업이다.

 선박의 최종 목표도 다르다. 화물수송이 목적인 상선은 일정한 스탠더드에 부합하기만 하면 그 이후부터는 가격경쟁력 싸움이지만, 요트는 주문제작을 의뢰한 선주의 취향을 100% 만족시키는 것이 품질이다. 푸른중공업은 선박 기술력은 물론, 럭셔리산업에 기반을 둔 13년의 요트 인테리어 노하우를 쌓아왔다.




메가요트 시장으로의 도약


 “메가요트 건조술이 관건입니다. 일반요트를 제작하는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2만~2만5000개가 난립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요트는 일반 40피트급과 슈퍼요트인 75~85피트급, 100피트 이상의 메가요트로 분리된다. 앞서 언급했던 FRP 소재 일반요트는 현재 한국에도 업체들이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는 2만~2만5000개 이상이다. 김대표는 이 시점에서 메가요트 시장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최근 해양부가 추진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의 평가로 이뤄진 ‘메가요트 설계. 건조 기술개발 및 시제선 건조 사업’에서 목포해양대, 한국해양대, 한국해사기술, (주)남양노비텍과 함께 푸른중공업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최종 광동 FRP, 현대 요트, 푸른중공업의 3파전이 예상되었지만, 푸른중공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풍부한 건조경험으로 실제 메가요트 시제선 건조를 완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 평가된 것이다.


 “세계 레저선박 시장이 대형요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가요트는 세계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 조선사의 기술개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해수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 해양부 -


 5년간 210억 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은 연구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술력 보유가 목적이며 다른 기관들과 공동연구를 맡고, 건조는 푸른중공업이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종협약까지는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지만, 이 지원을 통한다면 현재 한 해 3~4척(55피트급) 수준인 푸른중공업의 수주량이 늘어나게 될 것임은 물론, 푸른중공업의 세계 메가요트 시장 진출도 충분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푸른중공업의 밝은 미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김봉철 대표는 ‘그림자 찾기’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표한 경험도 있다. 그러니 요트의 낭만과 아름다운 시상이 공존하는 그의 마음 속에서 푸른중공업이 추구하는 사업철학을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60이 넘은 나이에 내가 떼돈 벌어서 뭐하냐.”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최종목표는 역시나 열심히 일 해온 푸른중공업 직원들에게 모든 수익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다. 상주직원 60명에 하청업체까지 총 1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그가 그간 금전 마련에 겪었던 많은 어려움을 반증하는 일종의 성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지난 2012년 싱가포르로부터 첫 해외수주를 받으며 푸른중공업은 점점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로부터 수주를 받았다. 올 말까지 시공하여 인도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미국, 대만,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요트건조업계에서 한국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이제는 조금 더 확고해지는 시점이다.

 발표하는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향후 한국의 요트시장의 규모는 1000억에서 많게는 100조로 예상된다. 시작은 무모해 보였지만 한국 중소 조선사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른 푸른중공업의 행보를 통해 현 조선/해운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 신개발 투자 및 미래 유망시장 공략 소식이 업계에서 들려오기를 더욱더 간절히 기원하게 되는 요즘이다.






신승광 기자 mediak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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