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제안서

2013.02.12 13:40:20

브루킹스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페리스가 작성한 기후변화 관련 제안서

전세계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 해안선에 위치한 과밀 도심 지역들은 정치, 경제, 사회생활, 안전 등의 제반 문제에서 아주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오바마행정부 2기 대외정책자료로 브루킹스 연구소가 제안한 일련의 제안서(Big Bets and Black Swans) 가운데 동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자 조지타운대학교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페리스가 작성한 기후변화 관련 제안서를 소개한다.

제목 : 대규모 해빙

작성자 : 엘리자베스 페리스

현재 지구온난화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온도상승이 가속화돼 북극 얼음의 해빙이 더 빨라질 경우 지구의 대재앙이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그린란드의 빙상과 남극 서쪽 빙상이 녹아 무너진다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저지대 해안선 부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결과가 닥쳐올 수 있다.

물론 이 기후변화의 영향은 장기적이고,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아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최악의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대담한 조치를 취해야만 미래세대를 위한 유산을 남겨주게 될 뿐 아니라 현재 기후변화로 생기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1. 권고안

- 포스트 교토조약기간(2013~2017)동안 협상을 활성화함으로써 대외정책 아젠다중 기후변화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인다. 지난 12월의 도하협상은 실망수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배기가스 감축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美지도부가 이런 부적절한 흐름을 바꾸어놓아야 한다.

- 각 나라와 지역사회가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경우에 적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토록 지원한다. 이 사항은 국제적으로 자금문제와 관련한 까다로운 협의과정을 불러오게 되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각 정부차원의 계획수립을 미국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해 거주지를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하는데 자금지원을 하는 방법 등이다.

- 개발계획 수립 시 재난 위험 감소 조치에 여러 개발은행들이 많은 관심을 갖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라. 아울러 국경을 넘는 난민이 증가했을 때 이 문제를 다룰 국제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국제기구 및 법률전문가들과 공조해야 한다.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

- 갑작스런 자연재해에 대비, 대응하고 이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미국의 내부 역량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시키는 내부 노력을 강화한다.

2. 제안 배경

지난 90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첫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금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2도 가량 상승할 걸로 예측됐다가 지금은 그 두 배인 4도로 예측치가 바뀌었다. 바다는 IPCC 예상보다 60%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린란드 빙상은 두 배나 빠르게 녹고 있다.

그린란드가 완전히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7미터나 높아지는데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결과는 해수면 상승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예를 들어 美해양대기청은 2011년의 텍사스 가뭄 수준의 재해발생 확률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하여 지금은 1960년대보다 20배나 높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로 세계 여러 곳이 가뭄과 홍수, 곡물수확량 감소 등의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만 제일 위협적인 잠재 요인은 역시 해수면 상승이다. 세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약 6억 명이 저지대 해안을 따라 거주하고 있으며 그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5백만 이상의 대도시 중 65%가 이 해안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수면이 1미터만 상승해도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텐데 만약 몇 미터가 올라간다면 이건 재앙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해수면 상승은 반드시 국토의 손실을 야기 시켜, 2030년에 이르면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그린란드의 북극해 연안과 파키스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동남부, 아프리카 동부의 해안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걸로 예상된다.

바다 수위가 높아지면 식량 확보를 비롯해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겠지만 아마 제일 난제는 사람의 이동이 될 듯싶다. 인구 이동은 경제, 사회, 정치적 요소들이 얽혀있는 복잡한 과정으로 환경 문제로 이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홍수로 인한 인구의 도시이동은 이제 정부에게 평범한 대응전략이 돼버렸다. IPCC 연구자료에 따르면 해수면이 40센티 올라가면 그 영향권에 들어오는 인구는 1억명 정도. 2060년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수억 명의 인구가 홍수 위험권에 들어오는 가운데 다카나 라고스 등 해안 홍수발생지역, 즉 환경측면에서 더 취약한 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규모의 인구 이동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국가 내부적으로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면서 정치적 불안과 충돌이 야기될 소지가 크며 지도력이 약한 국가들의 경우 이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인데 환경 재해로 유발된 대규모 인구 이동과 관련해서는 국제적 법률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1951 난민 협정’이 있긴 하지만 기후변화로 악화된 정치적 혼란이 아닌 이상 일반 피난민은 협정의 관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들, 예를 들어 대양 산성화로 발생하는 어류자원 및 산호초의 변화나 동식물 서식지 변화, 삼림파과와 늘어나는 건조기후의 교차지역 등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운 점 때문에 대규모 인구이동이 어느 정도 될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미세한 생태 균형을 포함해 자연 그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북극 해빙 그 자체로 인해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중시켜 다시 역으로 북극 해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주장한다.

허리케인 샌디처럼 하나의 사건을 기후변화와 결부시키는 건 무리가 있지만 이런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점점 심해지고 빈도 또한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상이변의 증가와 해수면 상승, 사막화, 해양 산성화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 간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미래 대규모의 인구 이동은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

3. 결론

기후변화 문제를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핵심 주제로 정하는 데는 분명 여러 장애물들이 있다. 과학자들의 예견이 너무 비관적이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후원을 얻지 못하거나 다른 국가들이 행정부의 리더쉽에 동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행정부입장에서도 이렇게 장기적으로 다뤄질 문제보다는 당면한 경제문제에 더 치중하고 싶어 할 거라는 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기후재앙은 어쩌면 우리들 코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지구상 모든 생물에게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갈수록 심해진다. 기후변화는 국내문제부터 대외정책, 안보, 개발, 인권 그리고 세대간 공정성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얽혀있다. 국내외적으로 기후재난에 잘 대비하는 일이 단기적 예방법이 되겠으나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진지하게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미국의 리더쉽도 더 견고해 질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에 토대를 쌓는 일임과 동시에 미래에 있을 인도주의적 위기와 관련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미래 세대에 남겨줄 유산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한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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