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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평택항을 위하여

평택항만공사가 입주해있는 마린센터 15층의 환상적인 오션뷰(Ocean View)는 이곳의 명소입니다.

나그네의 귓불을 시리게 하는 서해의 찬바람이 매서운 혹한의 날씨지만 전망대 식당에서 보는 평택항만의 전망은 장관입니다. 갯벌에서 동양 굴지의 국제항으로 변신한 상전벽해를 실감합니다. 광야처럼 드넓은 주차장에 대기중인 수출입 자동차의 도열행렬은 자동차 허브항만으로 비상하는 평택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택항만공사 김정훈 팀장은 저 넘어 보이는 곳이 기아차 화성공장인데 평택항을 통해 수출되니 얼마나 가까운 곳에 평택항이 위치하고 있습니까"라면서 평택항 입지의 최적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평택항은 수도권과 근접성이 좋고 중국과 지근거리라는 이점 속에 중국의 부상을 등에 업고 단시간 내에 성장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자동차 허브항만으로서 그 입지와 전망이 밝습니다. 국제 페리를 통한 입국관광객도 연간 52만명에 달합니다. 평택시의 주민들보다도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평택항이 직면한 고민은 외부적인 것보다 내부적인 요인이 큽니다. 평택항은 국가가 국책항으로 지정한 항구죠. 그런데 태생은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최대주주인 형태로 설립되었습니다. 지방정부의 관할이죠. 이 같은 가버넌스의 문제로 샌드위치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국가지정항구지만 중앙정부는 평택항이 사실상 지방정부관할이라는 이유로 예산지원에 소극적이고, 해당지자체인 평택시는 항구를 마치 표계산 방식으로 인식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발전계획에 아주 비협조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까닭 때문에 평택항만공사는 자체적으로 비전을 가지고 뭔가를 도모하기가 참으로 애매하고 어려운 구조 속에 갇혔습니다. 김정훈 팀장은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역부족입니다.”라고 하소연합니다.

전망대 아래 내려다보이는 국제여객터미널은 52만명이 드나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골 버스터미널 수준입니다. 궁금해서 들어가보니 그날도 중국에서 페리가 들어오는 날인데도 인적이 드물고 매표소의 희미한 불빛만 비치는 침침한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여객들이 오가면서 쇼핑할 공간도, 시설도 없습니다. 나아가 평택항에서 평택시내까지 가려면 이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노선버스가 있지만 골목마다 들르는 노선이기에 1시간이 넘게 소요됩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평택 시내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기가 어렵겠죠. 항구와 시내를 연결하는 셔틀버스의 운행도 현재로서는 운행계획이 없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식을 지자체와 공유하기가 어렵다는데 평택항만공사의 애로가 있습니다.

평택항은 국가지정항으로서 수출의 전진기지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지역사회의 중요한 핵심공간이자 시설입니다. 허나 평택항이 평택시의 핵심시설이라는 점이 간과되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항만은 도시와 별개가 아니라 더불어 공존하는 공동체의 부분집합입니다. 독일 브레멘항구와 브레멘시의 공동 협력발전 모델을 유심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만을 통해 화물수송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상호협조 하에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 브레멘 모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항구는 지역주민들에게 돈이 되게 해 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죠. 항구가 표 안 나오는 곳이니 관심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서해대교의 장대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일자형 항만접안시설의 무궁한 발전 잠재력을 가진 평택항에 대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좋은 시설과 여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손해입니다. 평택주민들에게도 손해입니다. 평택항을 평택의 핵심센터로 정의 및 설계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미래의 답입니다중앙정부도 지자체도 서로 핑퐁식 미루기의 무책임한 태도를 접고 평택항의 가치를 새롭게 봐야 합니다. 국가의 중요한 허브항만기능을 넘어 지역과 더불어 하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혜와 결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글.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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