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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덕장을 지나면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생각한다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인제군 용대리 간의 구간은 한국 황태의 주산지입니다. 설악산의 계곡을 따라 설치된 덕장에 빼곡히 걸린 명태들이 계절의 풍경을 알립니다. 황태 건조는 독특하죠. 명태를 손질해서 추운 데서 바람에 말리는 과정을 거쳐 건조 상태에 따라 품질을 나누는데 그 기간만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웬만한 농사기간보다 긴 시간 동안 정성과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죠. 올해는 유난히 날이 춥고 기간도 길어 별미 황태제품이 출하될 수 있을지 기대도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진부령과 용대리 간 황태로드(Road)에 걸려 있는 명태는 연안 산이 아니라 대부분이 러시아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해 연안에서 명태가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죠. 그렇게도 흔하던 게 명태로 강원도 사투리 개락으로 나던 명태였는데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6.70년대 겨울은 명태의 계절이었고 명태로 한겨울 따스하게 지냈습니다. 얼마나 많이 잡혔으면 목수 일을 하시던 아버지도 겨울철에는 앞마당에 소나무 말뚝 두어 개 박아 명태 건조를 하여 부수입을 올렸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야진항구에는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풍어 때문에 풍요와 인심이 넘치던 시절이었고 훈훈한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였습니다. 그러던 명태는 점차 어획량이 줄기 시작해 제 기억으로는 2000년 이후 명태 주산지인 거진항 등에서 명태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실종된 것 같습니다.

명태가 안 나니 자연히 명태 새끼인 노가리도 보기 어렵죠. 거진항에서 매년 명태축제가 열리는데 행사용 명태를 연안에서 구할 수 없어 러시아에서 수입해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상전벽해가 되듯이 불과 30년 사이에 바다환경이 급격히 변한 것이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잘 알려졌다시피 해수 온도의 상승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더워지면서 바다 서식 어종도 변하고 있죠.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명태 역시 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간 것입니다.

결국,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죠. 이산화탄소 배출의 심각성을 명태의 재앙으로 설명하면 쉽겠죠.명태의 귀환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상재앙은 이렇게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연안어업의 황폐화로 공동체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작은 포구들은 적적합니다. 생기가 없습니다. 고기가 안 나면 항구의 관광 자원화도 어렵습니다항구는 기본적으로 연안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풍성해야 제 맛이 나고 나그네들도 즐거운 것이죠. 로컬 피쉬(Local Fish) 맛보기가 어렵게 되는 현실은 미식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아쉬운 일입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그 많던 명태는 언제 돌아올까요?

 

: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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