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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츠해의 대구에 대한 추억

노르웨이-러시아간 올해 100만톤 쿼터 협정

북극에 바렌츠 해(Barents Sea)라고 있죠. 노르웨이와 러시아를 포괄하고 있는 북극과 인접한 바다죠. 북극항로의 청정바다이자 각종 자원의 보고인데 전세계에서 대구가 가장 많이 잡히는 해역입니다. 러시아 접경에 키르켄스라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이곳이 북극 관련 정보가 꽤 나오는 곳입니다. 바렌츠옵저버 (Barentsobserver)라는 인터넷 신문도 나오고 북극연구센터도 운영되고 있죠. 바렌츠옵저버는 북극 관련 정보가 유익해 종종 검색으로 들어가 보는데, 이국적인 북극 사진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 올해 대구잡이 쿼터물량 합의에 관한 게 실렸습니다. 역대 최고 물량인 1백만 톤을 잡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하는데 올해 북극에서 잡힌 대구가 더 많이 한국 식탁에 오르는 게 아닌가 기대도 됩니다.

한류 어종인 대구는 유난히 한국의 술꾼들이 즐기는 속풀이용 재료로 쓰인 물고기입니다. 담백하고 맛이 시원한 게 일품인데, 저는 바렌츠해와 인접한 노르웨이 로포텐 군도의 스볼바에서 대구를 먹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로포톤제도는 북극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풍광이 뛰어난 노르웨이 극지방 섬 지역입니다. 우리나라의 다도해처럼 여러 섬이 모여 있는데 북위 60도 지역이라 날씨도 무척 춥습니다. 산지가 험해 선착장 인근 공터에 미니 활주로를 만들어 소형 비행기를 띄우는 스볼바는 관광객도 많고 지역협동조합도 잘 되어있는 곳입니다. 당시 취재에서 통역과 안내를 해주었던 할머니가 유난히 기억납니다. 이름은 잊었는데 남편이 어부여서 우리 취재진을 집으로 초대해 고래고기도 해주고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해주었는데, 특히 대구 샤브샤브가 일품이었습니다. 맹물을 끓인 뒤에 생대구를 넣어 익힌 뒤 건져서 살점을 소스에 찍어 먹는 방법인데 대구의 신선도가 높기에 가능한 것이죠. 강원도 거진항에서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의 명태 샤브샤브 요리와 유사한 요리입니다.

스볼바는 대구 주산지이죠. 포구에는 수많은 대구잡이 어선이 정박해있고, 항만 입구에는 어부 아내의 동상도 서 있습니다. 대구를 축항에서 말리는 모습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징어나 과메기를 건조하듯이 찬 바닷바람에 말리는 대구(사진)는 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 러시아 간의 대구 쿼터협정은 대구 남획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조치죠. 지구 온난화로 어종의 서식 지역이 변화를 겪는 현실에서 노르웨이산 대구가 언제까지 무한정 잡힐지 아무도 모릅니다.

바렌츠해 대구 쿼터를 생각하면서 스볼바를 다시 한 번 잠시 추억에 잠깁니다. 짧은 단상을 적으려니 아득하게 그려지고 먼 길인 그곳이 가고 싶어 집니다. 북극의 색다른 정취, 추위, 길고 깊은 밤, 포구에 있는 호텔방에서 밤새 세차게 불던 바람 소리, 배려와 따스함이 넘치고 너그러운 노르웨이인의 온화함이 떠오릅니다. 요즘 한국에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많이 반입되고 있죠. 연안에서 고기들이 사라지니 노르웨이에서 수입하게 된 우리 어업에 지속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오늘은 시원한 대구탕이나 한 그릇 하면서 노르웨이 추억을 그려볼까 합니다.

 

/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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