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7 (화)

  • 구름조금동두천 0.5℃
  • 구름조금강릉 0.1℃
  • 구름조금서울 3.2℃
  • 맑음대전 4.2℃
  • 맑음대구 3.5℃
  • 구름많음울산 3.8℃
  • 구름조금광주 4.9℃
  • 구름조금부산 4.1℃
  • 구름조금고창 0.8℃
  • 구름많음제주 6.2℃
  • 구름많음강화 2.1℃
  • 맑음보은 2.4℃
  • 맑음금산 -0.1℃
  • 구름조금강진군 2.6℃
  • 맑음경주시 2.3℃
  • 구름많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CSR

위대한 바다와 지속가능한 항만

'위대한 바다(The Great Sea)’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아불라피아(사진) 교수가 쓴 이 방대한 노작은 2만년 해양문명사를 담고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작을 통해 기원전 1만년 전 이미 해상로를 통해 물건을 운반했음을 밝히고 있다. 태고부터 항만이 얼마나 전투뿐 아니라 교역에 중요한 장소였는지 지중해라는 공간을 통해 하나하나 기술해 나가고 있는 벅찬 저서이다.

지중해.  문명이 태동하고 기독교가 태동한 이 바다에 대한 이름은 민족마다 다르게 불리는데, 독일어는 이 바다를 ‘Mittelmeer’라고 칭한다. 문자 그대로 중간 바다이다. 마치 호수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둘러싸여 있는 그 중간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지도를 펴보면 호수 같은 바다, 카잔스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바다가 지중해이다. 그러나 오늘날 바다 풍경은 사뭇 달라졌고, 특히 선박의 대형화에 발맞춰 지중해는 그 의미나 역할이 이전 시대에 비해 쳐진 게 사실이다. 교역의 중심선이 이동한 것이다. 오늘날 아시아 특히,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아시아-유럽 간 바닷길이나, 미국-아시아 간 바닷길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 오래다. 여기에 덧붙여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선박의 에너지 효율이 중시되면서 선박에서 규모의 경제가 도입되고 이에 따라 선박크기도 초대형화 되는 게 현실이다. 18,000TEU라는 골리앗 같은 선박의 진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기에 항만의 기능이나 역할이 예전 같지 않다. 저 먼 옛날 포구에 드나들던 목선의 시대는 그야말로 목가적인 스케치이고 대형 선박을 접안시킬 대형 항만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나아가 항만의 클린문제 역시 중요한 흐름이다. 참으로 드넓은 대양을 많은 컨테이너 선박들이 밤낮없이 짐을 싣고 다니지만, 그게 공짜 항해는 아니다. 선박이 자동차나 비행기보다 오염 배출량이 적다 하더라도 오염물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고로 침몰한 선박을 보라. 바다 오염은 끔찍할 뿐 아니라 오래도록 그 여파는 크게 남는다. 망망대해에 그 정도의 배출량이 뭐가 대수냐 할 수 있지만, 히말라야에 쓰레기를 버리면 오염되듯이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청정바다를 유지해야 바다도 건강을 유지한다.

이러한 인식의 출발로 클린십(Clean ship)이 등장하고 있으며 바다환경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시대 흐름이다. 선박의 아늑한 거처이자 해운물류의 거점이 항만이니 항만 역시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역시 항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처이다. '위대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해운 인들이 이러한 청정 문제를 반드시 지켜야 할 규약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위대한 바다가 유지되어야 위대한 항만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등식이 지속 가능성의 옷을 더불어 입을 때 인류에게 참으로 소중한 자원의 보고이자 길목인 바다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바다가 있기에 지금 우리가 입는 옷이 물 건너올 수 있고 식탁도 마련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지어다. 그 짐이 선적되고 하역되는 항구는 그래서 우리와 더불어 하는 삶의 장소고 소중한 터전이다. 그 항구가 건강해야 한다는 정언적 명령이 다름 아닌 클린포트이다. 클린해야 지속 가능하다. 이제 위대한 바다는 단지 아불라 피아가 설파한 지중해만이 아니라 태평양이고 인도양이고 모든 선박의 어머니인 바다, 그 이름 자체이다. 위대한 바다, 아니 바다는 위대할 뿐이다.

 

글 신창섭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