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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항구의 기부 바이러스 이야기

서스펜디드 커피로 이웃사랑을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에스프레소 커피잔은 작습니다. 원래 에스프레소가 진한 향이지만 유독 작아 보입니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인들의 마음 같은 커피고 무척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장거리 운전 중에 잠시 휴식을 하면서 그동안 달려온 인생길을 음미하듯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이탈리아 트럭 운전사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운동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이탈리아어로 Coffee Sospeso, 일종의 커피 자선 운동인데 간단합니다. 서스펜디드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고객이 두 잔을 주문합니다. 한 잔은 본인의 것, 다른 한 잔은 누군가의 것. 그 누군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에게 주라고 미리 값을 지급하는 것이죠. 일종의 익명 커피 기부입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모릅니다. 그리하여 나그네가 방문해서 여기 그 커피 있느냐고 물으면 ", 여기 지불한 커피가 있습니다. 한 잔 대접해 드릴까요?" 합니다.

원래 이 운동은 이탈리아 미항 나폴리에서 시작되었다죠. 100년 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나폴리가 항구이기에 가난한 노동자들이 많은 도시죠. 그런데 전후 경제 붐 상황에서 자취를 감추고 크리스마스 때 잠깐 하다 명맥을 이어온 게 2008년을 계기로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시기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 때이기도 하죠. 그때 작가 루치아노 데 그레산도라는 사람이 서스펜디드 커피에 관련된 많은 기고문을 쓰면서 다시 주목 받게 되었으며 급속하게 확산하여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커피숍이 운영되고 있죠. 커피 한 잔 속에 따스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대만에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벤치마킹해 국수를 대접하는 장면입니다. 극장관리인이 실천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방식은 커피점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살 때 하나 더 값을 치르고 어려운 누군가에게 건네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동네 채소가게에서도 물건을 살 때도 슈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자선 기부가 됩니다.

나폴리 방식의 1+1선의 기부가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따스한 커피 한 잔으로 얼마나 위로가 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어려운 궁지에 처하면 따스한 사랑이 크게 느껴집니다. 익명의 거리에서 익명의 사람이 맡긴 따스함을 익명의 나그네가 받아 몸과 마음을 데우는 소스페소는 이기심과 탐욕만 가득한 이 뒤틀린 시대에 작은 사랑실천입니다.

 

이미지: 서스펜디드 커피 페이스북

: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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