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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유커(遊客)’ 내쫓는 대한민국



 관광(觀光)은 ‘굴뚝 없는 공장’, ‘녹색 산업’이라 불릴 만큼 공해 없는 친환경 산업인데다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외화가득률 또한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 국가마다 적극 장려하고 육성하는 부문이다. 사람들에게 교통, 숙박, 음식, 오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수적 효과가 매우 크다. 더욱이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몰아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관광산업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자본 부족에 시달렸던 우리의 1970년대를 되짚어 보자.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가경제 재건을 위해 외국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대통령도 입만 열면 외자 유치를 외쳤었다. 제조업이 보잘 것 없다보니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은 엄두를 낼 수 없었고 그나마 베트남 전쟁 참전과 간호사와 광부 파독(派獨)으로 숨통을 트는 실정이었다. 말하자면 밑천이 짧아 큰돈을 벌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때 찾아낸 묘수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일본인을 상대로 한 ‘기생관광’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만 해도 외화벌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66년부터 8년간 5만 명을 파견해 5천명 이상이 사망한 베트남전에서 번 외화가 9억 달러였지만 70년대 10년 간 관광으로 걷어 들인 외화가 30억 달러였으니 관광의 위력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당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남성 비율이 80%였고 이들 중 상당수는 ‘술과 여자’를 찾아 한국에 온 일본인들이어서 여론의 지탄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요즈음 서울 한복판 명동을 나가보면 중국인 관광객(遊客, 유커)들로 넘쳐난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빈자리를 이들 ‘유커’가 채워 주고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침체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에는 또 하나의 비빌 언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해 해외를 찾은 ‘유커’는 1억2천만 명에 이른다. 또 이들이 해외에서 뿌린 돈은 1인 당 평균 1만 위안(180만 원)이었으니  모두 1조2천억 위안(220조 원)을 해외에서 사용했다는 계산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우리나라에서 썼다. 씀씀이가 큰 유커를 우리 관광업계가 꼭 붙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런 고마운 유커를 상대로 한 ‘저질관광’이 판을 친다니 참 걱정이다. 열악한 식사나 숙박은 물론 쇼핑까지 강요해 유커들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고 한다. 바가지 상혼도 마찬가지다. ‘1만원짜리 김밥’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춘제 연휴를 이용, 한국을 찾은 한 중국인은 동대문 노점에서 김밥 한 줄을 먹고 1만원을 냈다. 노점 주인이 중국인인 것을 알고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피해 중국인이 귀국 후 ‘한국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이런 사실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려 문제가 됐다. 스스로 찾아온 ‘유커’를 오히려 우리 스스로 내치는 꼴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작년에 한국을 찾은 유커는 598만명으로 전년대비 2.3%가 줄었지만 일본은 499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메르스 탓 때문이긴 하지만 우리 관광업계가 심각하게 되새겨 보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칫 고착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커들의 재방문율을 한번 보자. 한국을 다녀간 유커 가운데 다시 찾는 비율은 20% 정도다. 이에 반해 작년 4.4분기 일본을 찾은 유커의 60%가 두 번 이상 방문이었다고 한다.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지리적 잇점이  무색할 정도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끝이 아닌가 한다.


 유커들이 올해 해외에서 뿌릴 돈의 규모가 무려 1조5천400억 위안(약 27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유커 규모는 지난해보다 17% 가량 늘어난 1억4천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관광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경기 침체와 맞물려 국가간 유커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화장품 쇼핑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유커들의 불만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큰손’ 유커를 놓치면 우리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저가 관광상품’과 바가지 상혼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 시급하다. 의도하지 않게 유커를 쇼핑센터로 내 몬 관광 가이드들이 ‘한국관광 정상화 운동본부’를 만들고 잘못된 관광업계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는 진정서를 국가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서둘러야 한다. 유커의 원성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진자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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