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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각 갑질’ 빙산의 일각이다



 서울 삼청공원에서 터널을 지나 성북동으로 가다보면 왼쪽 편 북악산 중턱에  6채의 한옥으로 된 삼청각(三淸閣)이라는 곳이 나온다. 지금은 고급 한정식 집이지만 1972년 건립 당시부터 정치인들이 즐겨 찾고 여야 고위 정치인의 회동과 남북적십자회담, 한일회담의 막후 협상장소 등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또한 제4공화국 유신시절 요정정치의 산실로 여겨질 정도로 한때 정치현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종로일대의 오진암 등과 함께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관광요정으로 이름을 날렸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관광요정이 룸살롱 등에 밀려 쇠퇴하면서 삼청각 또한 1990년대 중반에 일반음식점 ‘예향’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을 했으나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2000년 서울시가 인수,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삼청각 하면 관광요정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 이런 삼청각이 지금은 리모델링 공사 후 공연장, 최고급 한식당, 찻집, 객실 등으로 새 단장해 거의 연중 전통 공연이 열리고 혼례나 약혼식 장소로도 사용되는 문화공간으로 대변신을 했다. 과거 화려했던 밤 문화의 이미지는 지난 세월 속으로 완전히 묻힌 상태다.


 그런데 삼청각이 최근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청각을 운영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임원의 ‘공짜 식사’ 때문이다. 이 임원은 가족 등 일행 10명을 데려와 바닷가재, 전복 등이 포함된 1인당 20만원대 최고급 코스요리를 시켜 먹고도 식사비 230만원 가운데 ‘난 책 잡힐 일을 하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33만원만 결제했다고 한다. 그냥 가도 되지만 마치 큰 선심 쓴다는 투로 말이다. 식사 후에는 카페 이용도 공짜로 했고 이전에도 이런 횡포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이 임원에게는 삼청각이 구내식당에 불과했던 것이다. ‘갑질’의 정수를 보여준 사례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삼청각을 놓고 보면 서로 ‘갑’과 ‘을’의 관계이다. ‘갑’의 임원이면 계약직이 대부분인 삼청각 직원들은 감히 쳐다 볼 수 없는 그런 위치이다. 이 임원의 ‘무전취식’ 행태에도 그야말로 ‘찍 소리’ 한번 낼 수 없었던 이유이다. 삼청각을 구내식당처럼 이용한 세종문화회관 간부들이 여럿 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번에 말썽이 된 이 임원은 재수 없어 걸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자신과 똑같은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간 사례가 많은데 왜 하필 나인가 억울해 할만하다.


 서울시는 이 임원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와 함께 감사위원회에 곧 회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무관련성 없이 단 1천원의 돈을 받아도 징계하겠다’는 이른바 박원순법이라는 '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의 취지를 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지켜 볼 일이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사죄의 말과 함께 전체 직원에 대한 쇄신방안을 강구해 자질과 도덕성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전형적인 사후 약방문이다. 예측 가능한 비리인데도 그냥 방치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고경영자의 관리 잘못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번 ‘삼청각 갑질’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집행되는 곳에서는 아직도 온갖 ‘갑질’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고보조금이 그렇다. 국고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관계로 집행자와 수혜자간 갑·을 관계가 얼마든지 형성될 수 있다. 집행 권한을 앞세운 ‘갑질’이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결재라인에 연대 책임을 물어야 ‘삼청각 무전취식’과 같은 ‘갑질’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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