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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대중적 게임으로 자리 잡은 바둑은 잘 알다시피 두 사람이 흑과 백의 돌을 가지고 사각형 판위에 번갈아 놓으면서 집을 차지하는 아주 간편한 놀이이다. 가로, 세로로 그어진  19줄로 생긴 361개의 교차점에 돌을 두면서 교차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펼치는 싸움이 곧 바둑이다. 상대의 집을 부수고 내 집은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전략을 읽어야 하고 상대가 범접할 수 없는 묘수를 내놓아야 이길 수 있어 매판마다 긴장감과 기대감이 넘친다.


 바둑을 잘 두고 못 두는 것은 상대가 펼치는 전략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지를 빨리 감지하고 선수를 치는 것에 달려있다. 그래서 앞을 내다보는 수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고수와 하수를 판가름한다. 대국을 하면서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간파하고 재빨리 대응하는 능력이 곧 실력이다. 상대의 의중 파악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돌을 놓는 위치에 따라 그 수가 무궁무진하다보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로 간주돼 왔다. 수학 공식처럼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때론 상대적이고 때론 정수가 아닌 ‘꼼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바둑에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펼쳐져 전세계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AI)의 대국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는 1승4패, 인간의 패배였다. 대국 전만 해도 과연 인간의 직감을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 따라올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이었다. 아무리 1천200여대의 컴퓨터 뭉치로 연결, 방대한 데이터를 집적한 AI이라고는 하나 바둑의 특성상 인간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충격 그 자체였다.


 인간과 AI의 세기적 대결을 본 우리 인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인간이 만든 기계 앞에서 인간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그런 모습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의 창조물 ‘알파고’에 결코 찬사만 보냈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공상과학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간이 지배를 당하는 그런 상상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착잡한 마음이 더 많았을 것이다. 핵 물리학을 발전시킨 결과가 원자폭탄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든 것과 같은 이치 때문이다. AI 또한 악용이 있을 때  인간사회는 비참해 질 수 있다는 가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려움을 결코 떨칠 수 없다.




 그러나 더디긴 하지만 인간 또한 환경에 맞는 진화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당장 이세돌 9단의 경우를 보자. 3국까지 대결에서 무참히 참패하고도 4국에서 상대인 ‘알파고’의 약점을 간파하고 통쾌한 승리를 따냈다. 그 새 진화했다고 봐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다. 이걸 보면 과학의 발전 앞에서 두려워 할 이유가 하등 없다.




 베스터셀러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작품 ‘제3인류’에서 인간의 위대한 환경 적응력을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먼 옛날 인간은 평균키가 17m에 달했지만 현생 인류는 그의 10분의 1인 170cm로 진화했고 미래는 또다시 10분의 1 크기인 17cm로 진화할 것으로 그렸다. 비록 소설 속 상상이지만 공룡은 큰 덩치로 인해 많은 에너지원이 필요했고 추위와 같은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해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인간은 큰 덩치를 줄이는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의 인간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베르베르의 주장이 아닐까 한다. 미래의 인류 또한 혹독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더욱 축소 지향적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인간은 의외로 영악하다는 생각이다. 제 발등 찍는 그런 짓은 어찌 하겠는가. 기계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간이 점점 편리함을 빌미로 기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과학은 급진적 발전을 거듭할 것이 뻔하다. 자칫 기계에 인간이 무시당할까 걱정이다. 인간성 회복 교육이 과학 발전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 의존형으로 인간이 진화할지 모른다. 베르베르의 상상처럼 맞춤형 17cm 짜리 인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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