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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막장 공천’, 교과서에 실릴 일이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며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이자 이른바 집단지성의 산물인 ‘위키백과(百科)’에 나오는 붕당(朋黨)의 뜻은 이렇다. 조선 중기인 16세기 이후 특정한 학문적,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양반들이 모여 구성한 정치 집단이다. 또한 붕당정치(朋黨政治)는 학문적 유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각 붕당들 사이의 공존을 특징으로 하는 조선의 정치 운영 형태로 ‘공론에 입각한 상호 비판과 견제’를 원리로 한다고 적혀 있다. 절대 권력에 대한 견제 세력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사리사욕을 위한 무지막지한 권력다툼으로 변질된 것이 붕당정치라 하겠다.  


 이런 붕당정치가 21세기에 다시 부활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4.13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작업을 벌이면서 완벽하게 재현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이름 아래서 멀고 가까움으로 패당을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문패까지 달았다. 진박, 친박, 비박으로 말이다. 그리고는 나와 같은 패거리가 아닌 상대를 헐뜯고 쳐내기 위한 온갖 명분을 찾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고 있다. 이번 총선 공천 작업에서 더욱 노골화 됐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정도의 끝장 혈투다. ‘막장 공천’이라는 불명예 타이틀까지 얻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벌이고 있는 비정상적 행태에 국민적 공분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이 보인 ‘막장 공천’의 화룡점정은 ‘유승민 공천 미루기’이다. 최고 권력자에게 미운 털이 박인 한 사람을 쳐내기 위해 온 당력을 집중시키는 모양새를 보였다.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대의명제(大義命題)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행태를 한번 보자. 유승민 의원 지역구 공천 신청자 면접을 한 뒤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공천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당 최고위와 공천위가 ‘핑퐁게임’만 벌였다. 전형적인 시간끌기다. 이한구 위원장은 오히려 유승민 의원에게 스스로 나가 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일삼기만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천 심사를 통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아 제 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엄연한 직무유기인데도 이 위원장은 잘못에 대한 반성조차 않는다.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 여당의 오만함과 뒤를 봐주는 권력 때문일까 오히려 기세등등하다. 이러니 ‘완장공천’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혹시라도 총선 후 무언가 언질을 받은 것은 아닌가 오해할 정도다. 결국은 유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공천 파동은 일단락 됐지만 승자 없이 회복불능의 상처만 남긴 꼴이다. 국회의원은 임명직이 아닌 국민이 선택한 공직자이다. 사감으로 그의 신분을 훼손할 수 없다.


       


 공천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유능하고 참신한 공직후보자를 선별해 추천하는 일이다. 그래서 치밀하고 광범위한 면접 등으로 인물을 고른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공천위는 ‘당 정체성’ 운운하며 유승민 솎아내기에만 열중했다. 그들이 말하는 친박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새누리에서 3선을 한 의원에게 이제 와서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당헌과 당규에 따른 원칙도 필요 없다. 오로지 충성심 하나만 앞세워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 정도는 얼마든지 맞겠다는 식이다. 공당으로서 무책임 그 자체이다. 그들에겐 청와대만 보인 것일까.


 정당과 정치인은 민심의 숨소리를 듣고 살아야 한다. ‘친박 학살’ 공천이 있었던 2008년 18대 때 공천 탈락 후 친박연대를 만들어 생환한 홍사덕 전 의원은 ‘국민은 귀신’이란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여당의 오만함이 민심 무서운 줄 모른다. 막장도 이런 막장은 없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사색당파를 만들어 붕당정치를 하면서도 원칙과 철학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공론에 입각한 상호 비판과 경제’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됐다. 한 공천위원은 ‘유승민 공천이 통치권의 문제라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났다고 한다. 이러니  총선 때마다 원칙과 철학이 없는 ‘보복 학살 공천’이 반복되는 것이다. 유례 없는 ‘막장 공천’이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릴 일이 아닌가 한다. 4월13일은 국민 심판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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