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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국회의원 4·13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다. 과반 의석은 커녕 제1당 자리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정당별 의석수를 보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등이다. 한마디로 ‘더민주 승리, 새누리 참패, 국민의당 돌풍’으로 요약할 수 있다. 16년만에 전형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朴)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조선), ‘여당 참패, 박근혜 정부 확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다’(동아),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했다’(한겨레) 등 주요 조간들은 하나같이 집권 여당의 잘못을 꼬집었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인데도 이를 거스른 여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한마디로 그동안 여당이 보여 온 오만방자함에 대한 심판이다. 올 것이 결국 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이미 예고됐는데도 그들만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3년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면서 그들은 모든 세상을 얻은 듯 했다. 국민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지지를 얻어 만든 대통령인데도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은 듯 착각을 한 것이다. 나머지 49%의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지지를 하지 않은 나머지 49%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의기양양 해 권력 맛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필요할 때만 국민, 국민 했을 뿐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니면 3년이라는 긴 세월 탓에 잊어버린 것일까. 벌써부터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한마디로 막장 드라마다. 오로지 ‘청와대 바라기’에만 몰두했다. 처음엔 친박과 비박을 만들어 으르렁거리다가 총선에 임박해서는 친박 중 진박을 골라내고는 백일하에 내놓고 권력다툼을 벌였다. 결국은 공천파동으로 이어졌고 ‘대통령 마케팅’을 펼치며 자기 사람 심기 공천에 혈안이 됐다. 인물보단 충성심이 앞서 ‘공천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일 잘하는 멀쩡한 사람은 누구와 친하다는 이유로 솎아내고 어떤 사람은 누구와 가깝다며 이유불문 집안 텃밭에 꽂아 심었다. 민심을 외면한 채 말이다. 권력을 손에 쥔 자가 보인 무례함의 극치였다. ‘정신 차리자. 한방에 훅 간다’고 자성하더니 결국은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정신 줄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성난 민심의 심판은 당연하다.


 여당의 참패 외에도 이번 총선이 남긴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은 만한 일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국민의당의 돌풍이다. 더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창당할 당시만 해도 성공여부를 반신반의 했던 터라 국민의당의 선전은 큰 충격이다. 양당의 ‘철밥통 체제’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제3당의 필요성을 기치로 내건 안철수 대표의 고집스런 행보는 호남지역부터 ‘녹색바람’을 일으켰고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훌쩍 넘는 의석 확보로 제3당으로서 양당체제의 폐해를 깰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것이 국민적 여망이다. 거대 양당의 주고 받기식 야합 정치 즉, ‘적대적 공존관계’가 국민의당으로 인해 더 이상 어려운 구도가 된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국민의당 또한 기성 정치권에 휩쓸려 한 통속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익숙한 국민의당 내부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자칫 초심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벤처 창업으로 천억대의 부를 일궜으니 물질적 욕심은 없을 것이다. 입버릇처럼 얘기했듯 ‘새정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본다. 오로지 ‘국민 바라기’가 돼 국민의 희망에 부응해야 한다. 대권은 그 다음이다. 자칫 대권 욕심에 기존 정치권과 적당히 타협하다간 그야말로 새누리당 처럼 한방에 훅갈 수 있다. 지금은 오로지 더러워진 수족관 물을 갈아야 하듯 평소 주장해온 혼탁한 정치권의 물갈이에만 전념해야 한다.


 철옹성 같았던 지역구도가 허물어 진 것도 이번 총선의 성과다. 만년 여당지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큰 바람이 불었다. 여당의 공천 후폭풍으로 무소속 당선자가 나온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와 무소속의 홍의락 후보 등 2명의 야당계 인물이 여당의 텃밭에 깃발을 꽂는데 성공했다. 40여년만에 처음이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와 정운천 후보 또한 야당 텃밭에 깃발을 내걸었다. 강남권에도 더민주당 전현희 후보가 24년만에 당선됐다. 이것이 바로 지금부터의 민심이다. 정치권 앞에서 ‘갑’이면서도 ‘갑’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끌려 다녔던 국민의 반란이다. 정치권은 민심을 거슬려서는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음을 뼈져리게 느껴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혜를 내려놓고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는 선량을 국민은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가 없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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