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금)

  • 맑음동두천 3.2℃
  • 맑음강릉 5.2℃
  • 연무서울 4.1℃
  • 연무대전 0.5℃
  • 맑음대구 -0.9℃
  • 맑음울산 0.8℃
  • 박무광주 2.3℃
  • 맑음부산 5.3℃
  • 맑음고창 3.8℃
  • 맑음제주 6.4℃
  • 구름많음강화 4.0℃
  • 구름조금보은 -1.4℃
  • 맑음금산 -2.8℃
  • 맑음강진군 -1.1℃
  • 맑음경주시 -3.2℃
  • 맑음거제 6.0℃
기상청 제공

CSR

해운·조선 구조조정, 속도가 관건이다



 부실로 침체의 늪에 빠진 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큰 수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Restructuring, 構造調整)은 기술혁신, 경쟁격화 등의 외부 환경과 기업의 기존 사업이나 제품의 성장성, 수익성이 둔화되는 내부 환경 등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인원 감축과 신규 사업 진출, 주력사업 교체, 중복사업의 통폐합 및 축소, 자산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벼랑 끝에서 그냥 주저 않기보다는 일단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고 다음 기회를 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살기 위한 방편이다. 부실기업 및 부실징후기업은 물론 정상 기업에서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반드시 나쁜 뜻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해운, 조선업이 구조조정이라는 수술대에 올랐다. 수익성 악화가 그 원인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해운, 조선이 맞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 마당에 특정 산업 만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급격히 줄고 제조업들은 물건을 만들어 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출입 물량을 실어 나르는 해운사들은 빈 배로 바닷길을 다녀야 할 판이다. 해운업 사정이 이러하니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할 선박은 남아 돌 수 밖에 없다. 선박의 신규 발주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세계 수주량 1, 2위를 다투던 우리 조선사들도 덩달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급기야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의 올해 4월 수주량은 ‘제로’였다. 월별로 단 한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 것은 창사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기업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여력은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양대 선사의 부실은 이미 예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참 활황기였던 5년 전 해운업체들이 선주사들과 고가의 장기 용선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해운업체들은 유가와 용선료, 운임에 따라 흥망이 좌우된다. 배로 실어 날라야 할 물건이 넘쳐날 때야 높은 용선료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금 같이 침체기에는 독배나 진배없다. 실어 나를 물건이 없다보니 운임마저 바닥상태다. 10년 장기 계약이니 지금의 어려움을 선주들에게 호소 한들 먹혀들 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 판단 착오에 따른 후폭풍이다. 예측을 잘못한 경영 책임이 크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한진해운의 오너는 세월호 선장처럼 난파하는 배를 스스로 버릴 생각을 서슴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 30억원 상당의 자신과 가족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최 회장은 1조원대의 적자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던 한진해운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기면서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겼다고 한다.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챙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챙기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신이 경영했던 회사에 일말의 애착도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정신 상태로 한때나마 기업 경영을 했다니 기업이 부실해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다. 어떤 형태로든 단죄해야 마땅하다.





 국내 조선업계 ‘빅3’는 경쟁적으로 뛰어든 해양플랜트 사업이 결국 ‘발목’이 돼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선 발주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 국제유가가 크게 치솟자 ‘황금알 낳는 거위’를 잡아보겠다며 앞뒤 안 가리고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가 출혈 수주경쟁까지 벌이면서 말이다. 그것도 설계능력과 원천기술도 갖추지 않은 채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저유가 폭풍까지 몰아치면서 발주 취소와 인도 연기사태까지 빚어져 작년 3개사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낸 영업 손실만 6조8천7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손실의 80% 규모다. 애물단지이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해운,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지금이야 발등의 고통 정도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지 모르나 더 이상 나뒀다가는 온 발등을 태울지도 모른다.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를 한시 바삐 떼 내야 한다. 업체마다 자구 노력을 기울이곤 있으나 역부족 같아 보인다.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 등으로는 언발에 오줌 누기다. 해운, 조선업이 국가 기간산업임을 인지하고 정부차원의 치밀하고 영양가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의 성패는 시기와 속도에 달려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도 속도가 중요하다. 부실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우선 살려 놓고 봐야한다는 뜻이다. 책임소재는 나중 일이다.


 구조조정은 위기를 넘기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라도 인적, 물적 구조개선을 하되 기업의 노하우나 유능한 기술 인력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이웃 일본과 중국이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고 있지 않는가. 완전히 주저앉은 뒤 재기는 수십 배의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일이 잘못되면 이래저래 시끄럽기 마련이다. 해법을 놓고도 사공이 더 많을 수 있다. 정치권은 어설픈 훈수를 말아야 한다. 노조는 비판보다는 위기를 넘기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을 해야 한다. 기업주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로지 기업 살릴 방도만 찾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