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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院外) 검사·판사짓’ 두고만 볼 것인가



 ‘정운호 법조 로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300억대의 상습 해외 원정 도박으로 처벌을 받게 된 일개 사업자 한명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뿌리면서 벌어진 일에 달콤한 돈 맛에 빠져든 내로라하는 법조인들이 조연을 맡으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탐욕을 쫒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온갖 구린내를 풍기며 얽혀 있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형평성을 잃지 않아야 할 법조인들이 펼치고 있는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은 없을 듯하다.


 드라마의 시작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 부터다. 항소심 재판에서 정 대표를 보석으로 풀려날 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조건으로 최 변호사가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폭행의 단초다. 정 대표는 보석은 커녕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자 약속을 어겼으니 수임료 전액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고 최 변호사는 30억원만 돌려주고 20억원은 착수금이어서 돌려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이유이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폭행혐의로 고소한 것이 자칫 개봉도 못한 채 묻힐 뻔 한 ‘막장 드라마’가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이들 둘 간의 진실공방은 차지하고라도 형사사건의 수임료가 50억원이라니 정말 ‘억’소리가 난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기에 이런 거액의 수임료가 오간 것일까. 우리 국민의 상식으로 이해가 될 일인가. ‘유전무죄’라는 말이 실감난다. 최 변호사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판사생활을 오랫동안 한 변호사인지라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판사들 간에도 전관이 통한다거나 아니면 수임료로 받은 거액을 뿌릴 곳이 있다는 뜻이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줄 안 우리들이 어리석었다.





 ‘막장 드라마’에는 또 한명의 전관 변호사가 등장한다. 베테랑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고문인 홍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이 내사한 정 대표의 마카오 원정 도박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3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일등공신이다. 또 작년 10월 검찰이 정 대표를 구속 기소 할 때도 비교적 죄질이 무거운 횡령·배임은 빼고 오로지 도박혐의로만 기소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사고 있다. 홍 변호사는 그야말로 미다스(midas)의 손을 가졌다. 검찰이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가리기 위해 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전관예우를 제대로 받다가 큰 코 다치게 생겼다.


 홍 변호사는 누구인가. 현직에 있을 때 그야말로 잘나가는 검사였다. 고관대작들의 비리만 다루는 특수부 출신으로 ‘특수통’으로 불린다. 대검 중수과장, 수사기획관을 거쳤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 전직 대통령만 3명이나 상대했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그에 대한 신임도 각별했다. 검찰 상층부의 신임이 이러한데 아랫사람의 존경과 부러움은 당연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검찰 측 총책을 맡았다가 최종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사표를 낼 정도의 소신도 있었다.


 공든 탑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홍 변호사는  검사복을 입고 있는 동안 공들여 쌓은 검찰 내부의 신망을 스스로 송두리째 저버리게 됐다. 오히려 이런 신망을 돈벌이에 활용했다는 의심까지 받을 처지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사 개업 후 2013년에만 국세청 신고액 기준으로 91억원을 버는 등 개인 변호사로 활동한 2년 반 동안 주위에서 ‘무리한 변론, 과도한 수임’ 비판을 들으면서 까지 무려 250억원을 수임료로 챙겼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검찰 내부 신망은 옷 벗은 뒤를 위한 투자였다는 말이다. 앞으로 국가는 힘든 제조업 육성보다 단시간 내 돈 잘 버는 홍 변호사 같은 인재(?)를 키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다. 국익 차원에서 말이다.    

 정운호 법조 로비 사건은 우리 법조계의 ‘악의 축’인 전관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의 합작품이다. 이들 악의 축은 법조 비리가 터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필수 인물이다. ‘정운호 구명로비 사건’이라는 잔치에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 이들과 갖가지 연고로 얽힌 브로커가 잔칫상 진수성찬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이들 브로커는 네이처리퍼블릭 점포 확장을 위해 서울 지하철과 군부대내 마트, 심지어는 롯데면세점 까지 로비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군 관계자, 정치인, 공무원, 재벌가 인물 등이 등장한다. ‘게이트’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법조 브로커는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다. 검찰도 전담팀을 구성해 근절에 나설 정도다. 그러나 숙주인 그들에게 기생하고 있는데 근절은 언감생심이다. 법조 브로커의 건재함 만 또다시 입증했다. 수요가 있으니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것이다.   


 최 변호사와 홍 변호사는 옷은 벗었지만 여전히 법원과 검찰의 선후배 위치에 있었다. ‘전관예우’를 제대로 받았다. 이들 전관 변호사는 아직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 등을 앞두고 있어 어떤 법적 판단에 도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정 대표 도박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오히려 1심보다 낮은 구형을 한 점이나 변호인과 담당 재판장의 접촉이 있었던 점 등의 정황을 보면 구린 구석이 무척 많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국민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20대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오만에 젖어 있다가 한방에 훅 가지 않았던가. 전관과의 동료의식이 발동해 습관처럼 봐주기나  꼬리 자르기 수사로 얼렁뚱땅 넘어가다간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검찰과 법원의 신뢰가 회복불능 상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하게 법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그 만큼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의 처리가 엄중하다는 뜻이다. 또다시 국회에서 특검 운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관예우는 전관이라는 원외(院外) 인사의 검사짓, 판사짓이다. 언제까지 이를 두고만 볼 것인가. 법조인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양심에 손을 얹고 성찰하기 바란다. 언제까지 명예보다 돈을 쫒는 탐욕을 보일 것인가. 정운호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예사롭지 않음을 통감해야 한다. 전례로 보면 기대난망이긴 하나 검찰과 법원은 법조 브로커와의 연결고리를 육참골단의 심정으로 끊어야 한다. 법조인의 명예가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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