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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유감(有感)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김영란법(法)’이라 불리는 이 법의 시행령안이 오는 9월 발효를 앞두고 입법예고 되면서 말들이 참 많다. 선량한 일반인들이야 많고 많은 법률 가운데 또 하나가 생기는 모양이다 할 수 있을 만큼 아무 상관이 없는 법이다. 법은 필요가 있으니 만들어진다. 무엇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말로 해서 안 되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 처벌을 하겠다는 경고이다. 무엇이든 못하게 하면 꼭 불편한 사람이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공직자에 준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 법이다. 부정한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법인데 무엇 때문에 시행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이권을 얻을 목적으로 어떤 직위나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기 위해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품이 뇌물(賂物)이다. 받는 사람은 재물이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고 주는 사람은 몇 배의 이익을 더 챙길 것이라는 기대감에 죽어라 그 대상을 찾는 것이 뇌물이다. 들통 나면 패가망신할 줄 뻔히 알면서도 부정한 뇌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원채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뇌물을 주거나 받는 사람 모두 본인들 외에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사실 뇌물수수 사건의 대부분은 당사자 가운데 꼭 한사람이 까발리는 바람에 세상에 드러난다.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세상에 묻히고 만다. 뇌물은 관직과 함께 맥을 같이 하다 보니 역사 또한 매우 깊다. 조선시대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사회도 예외 없이 ‘뇌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이다.





 ‘김영란법’은 우리나라 첫 여성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前)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법안이다.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 직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까지 포함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적용 대상은 줄잡아 300만명이 넘는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무력화 시킨 점이다. 100만원 이상 수수면 이유 불문 처벌이다. 식사접대, 선물, 경조사까지 포함됐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뇌물 관련 법이다. 그래서 국민적 관심 또한 높다. 잘 지켜지면 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겠지만 깨끗한 공직사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어려운 걸음인 만큼 제대로 걸었으면 하는 희망을 해본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다. 부정부패를 척결하자고 만든 법인데 도대체 경제와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간담회서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한우협회는 ‘수입 쇠고기 장려법’이라 했고 어민들은 국민 생선 굴비를 어떻게 파느냐고 울상이다. 국민 생선인데 왜 울상인지 모르겠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침체된 내수경기에 직격탄’, 소상공인연합회는 ‘명절 매출 하락’, 여성경제인협회는 ‘경제개혁에 타격’ 등등의 말을 쏟아 내며 대통령을 거들었다. 작금의 우리 경제 사정이 엄중하니 공직자들의 뇌물 정도는 그냥 눈감아 주자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공직자들은 서민들에겐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그 비싼 한우와 굴비를 선물로 받아 호의호식했다는 뜻이다. 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가의 선물을 받고 있길래 명절 매출에 지장을 주고 경제개혁까지 타격을 받는다는 얘기인가. 집단 이기주의이고 하나만 아는 발상이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보다 더 엄한 부정부패방지법을 가동하고 있는 경제대국 싱가포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수 핑계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공직사회의 고가 선물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면 차제에 ‘고가 선물 활성화’ 정책이라도 내놓는 것이 어떨까. 공직자용 선물 소비를 마치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비빌 언덕으로 여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경제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한다. 늘 접대를 해야 할 입장에 있는 기업으로서는 접대비 같은 비용이 줄면 오히려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들 뇌물은 망국병(亡國病)이라 한다. 청탁을 하고 금품을 받는 당사자들이야 어떻게든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 경제에는 원칙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 근원이다. 전 국민을 비통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를 되새겨 보자. 눈앞 이익에 눈이 먼 한 기업인이 빚은 인재였다. 이런 인재 이면에는 관리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세월호 또한 선박안전 운항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관리감독 해야 할 해당 관청이 부정한 뒷거래로 대충 넘어가는 바람에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다.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인가.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선다. ‘김영란법’이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는 이유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면 예외 없이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수많은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들은 사실상 대상에서 쏙 빠졌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민원 전달’일 때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공익을 팔아 딴 짓 하는 집단이 이들이 아닌가. 이 법을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 받아야 할 대상들이 빠져 있는데 농어민, 중소기업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 나리들은 더 이상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특권을 누릴 생각만 하지 말고 솔선수범해 적용대상에 들어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니면 국민을 ‘갑’으로 떠받들겠다는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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