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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오명 제19대 국회



 제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역대 국회 가운데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적은 없다. 이렇다보니 ‘역대 최악’, ‘식물 국회’, ‘무능 국회’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말들이 줄줄이 따라 붙었다. 4년 전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큰 실망뿐이었다는 얘기다. 시쳇말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동안 속고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거의 만성이 되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아깝다. 그들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그야말로 본전만이라도 건져봤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그들에게 크나큰 업적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보통 수준으로만 해줘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수준에도 미달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4년이 허송세월이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대우는 어마어마하다. 장관급 예우에 겸직 허용은 기본이다. 불체포, 면책 특권을 갖는다. 의원회관 내 45평짜리 사무실에 앉아 최대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연봉과 활동비, 차량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2억원이 훌쩍 넘는 혈세를 받아 챙긴다. 공짜도 참 많다. KTX, 선박, 국적 항공기를 타면 모조리 공짜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미장원·헬스장·목욕탕·병원 이용도 무료다. 골프장에 가면 회원대우를 받는다. 심지어는 건강보험료도 면제다. 도대체 뭘 먹길래 간식비도 1인당 연간 600만원이나 책정돼 있다. 공짜 해외여행도 연간 2회 이상 보장 받는다. 그들만을 위한 특별대우가 200가지를 넘는다니 이것이야 말로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회의원 한명을 유지하기 위해 4년간 써야할 세금은 줄잡아 35억원. 19대 국회의원 300명이 1조원이 넘는 혈세를 먹어치운 셈이다.


 생산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생산성은 단위 노동에 대한 생산물의 양을 말한다. 그래서 들인 비용에 비해 생산된 양이 많으면 생산성이 높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 19대 국회의원들의 생산성은 어느 정도일까. 수치상은 차치하고라도 생각 컨데 국민 정서상으로는 ‘빵점’이다. 점수를 줄만한 치적이라곤 눈 닦고 봐도 찾을 수 없으니 바닥 점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미운 짓은 골라서 했다. 이 많은 연봉과 각종 지원도 부족했는지 일부 의원들은 바깥 활동에 더 관심을 두며 온갖 이권과 뇌물로 뱃속 채우기에 바빴다. 인사 청탁은 다반사였다. 어떤 의원은 대낮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가 하면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두거나 이들의 월급 일부를 받아 챙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국민을 떠받들겠다더니 국민을 상대로 갑 질도 했다. ‘금배지’를 완장쯤으로 생각하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다.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결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 사는 것’으로 어떤 대의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통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내적 균형과 자긍심을 함양하는 사람이다. 나머지 하나는 ‘정치에 의존해 사는 것’으로 정치를 지속적 소득원으로 삼고자 하는 부류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부름인 소명(召命)을 저버리고 단지 억대 연봉의 직업인으로 정치에 의존해 사는 사람에 불과했다. 베버가 말한 정치인의 세 가지 자질인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 판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열정은 오로지 친박, 비박, 친노, 비노 등 패거리를 만드는데 쏟아 부었다. 책임질 일에서는 발뺌하기 바빴다. 보신(保身)을 위해 줄서기 하느라 균형적 판단은 딴 나라 이야기였다.

 어찌됐던 4년이라는 시간은 흘렀고 ‘최악’ 오명의 19대 국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대에 몸 담았던 정치인들은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역사 앞에서 철저한 자기 성찰(省察)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20대 국회도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에게 바라는 덕목은 간단하다. 국민이 넘겨준 권한을 남용하거나 악용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제 할 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뻑하면 ‘청문회 열자’ 하지 말고 비록 공짜지만 해외에 나가면 관광일정의 절반이라도 선진국 정치인들의 정신 자세를 배우는데 할애하길 바란다. 그리 어려운 일도 결코 아니다. 모르면 배우는 것이 방법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국가적 큰 일이 터지면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얼굴도장 찍기에 바쁘고 방송 카메라나 취재기자가 없으면 하던 일도 멈추는 그런 행태는 이제 그만이다. 정치를 치부 수단으로 삼는 ‘직업인 국회의원’은 더 이상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서는 딴 짓 그만하고 제발 밥값이라도 좀 하길 바란다. ‘존경 받는 국회의원’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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