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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꼭 필요한가

 참으로 가관이다. ‘가덕도 VS 밀양’. 신공항 입지를 놓고 영남권이 ‘부산’과 ‘대구·경북·울산·경남’으로 아예 두 쪽이 났다. 이들 지역이 ‘양보절대불가’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터라 지역 간 갈등이 최고조다. 지역의 거리를 가득 메운 현수막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연일 삭발, 시민 총궐기대회 같은 협박성 시위로 정부를 압박한다. 무슨 뒷배가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 의심까지 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입지선정 심사 결과 발표가 코앞이다 보니 더욱 혈안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불쏘시개가 되고 있으니 불길은 걷잡을 수 없어 보인다. 영·호남 간 지역구도 청산이 지상과제가 된 마당에 또다시 지역 갈등이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답답함뿐일 것이다. 선정 결과 발표 후폭풍이 걱정이다. 이런 판국이면 어느 쪽이 되던 한쪽은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가 될게 뻔하다.





 공항은 항공수요를 따져 만들어져야 한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무분별한 공항 신설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구 5천만명의 좁은 땅덩어리에 무려 19개의 크고 작은 공항을 갖고 있다. 국제공항만 해도 8개에 달한다.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영남권신공항 외에도 제주제2, 새만금, 서산 등 국제공항 3개를 더 건설할 할 예정이라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에는 교통수단이 항공 밖에 없다는 말인가. 왜 이리 공항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일까. 이는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과 지역이기주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지역발전 운운하며 공항유치라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고 지역 주민들은 공항 하나 정도 지역에 들어서면 구색을 갖출 수 있고 왠지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이 맞아 떨어져 지역마다 공항이 생겼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경북의 산간오지에 들어섰던 울진공항은 개항도 해보지 못한 채 비행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이 정도는 그나마 다행한 경우이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공항 대부분은 만성적자에 허덕인다. 날이 갈수록 공항이용객이 줄어들어 기존 항공노선이 없어지거나 그냥 문만 열어놓고 놀고 있는 공항이 부지기수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 중인 14개 공항중 김포와 제주, 김해공항만이 흑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2012년부터 3년간 누적적자가 1천800여억원에 이른다. 더군다나 앞으로도 그다지 희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고속열차 노선이 점차 확대되면서 항공기보다는 열차 이용이 편한 시대가 돼 가고 있는 것도 영향이 크다. 공항 수요를 외면한 비참한 결과다.





 이런데도 영남권은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허브공항을 요구하고 있다. 명분은 항공 수요에 맞는 공항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김해공항으로는 영남권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선심성과는 사뭇 다르다. 김해공항은 머지않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항공수요는 어떨까.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영남권 인구는 1천300여만명을 기점으로 이미 감소세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시점이면 김해공항의 포화상태도 자연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고속철도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국내 항공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영남권 신공항이 꼭 필요한가’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혈세를 투입해서 말이다.


 ‘신공항 논란’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됐다. 걷잡을 수 없는 지역갈등 때문이다. 사실 부산지역은 김해공항의 포화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무현 정부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뒤늦게 경남 밀양을 신공항 입지로 지지하면서 신공항 밥상에 숟가락을 놓는 바람에 정치적 선택이 어렵게 된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대구경북을 향한 부산지역의 원망은 이때부터 싹 트기 시작했다. 꺼진 줄 알았던 ‘신공항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재고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불붙었고  신공항 유치를 위한 지역 갈등 또한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삼한시대 신라와 가야가 생사를 건 전쟁을 벌였듯이 신공항 입지를 놓고 PK와 TK가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에 돌입 한 것이다. 승자 없이 상처뿐인 영광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누구든 경제적 실익은 차치하고 내 집 앞에 이것저것 다 가져다 놓고 싶은 심정은 똑같다. 영남권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국익은 아예 뒷전이다. 힘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정치권과 지역 언론까지 가세해 서로 자기 편만 든다. 전체 항공수요를 예측하고 여기에 맞는 플랜을 제시해야 할 정부는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아예 입을 닫았다. 공항만 만든다고 대수는 아니라는 사실을 지방공항의 실패 사례를 통해 학습했다. 아무리 큰 공항이라도 항공수요가 없으면 외국 항공사들이 몰려 올 이유가 하등 없다. 더군다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인천공항을 놔두고 영남권 신공항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을 개설할 외국 항공사가 있겠는가.


 계획대로라면 영남권 신공항은 연결 도로 건설 등 10조원 안팎의 국비가 들어가야 한다. 결코 만만히 볼 국책 사업은 아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은 정치논리에 함몰돼 억지만 부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게 국익 차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정부 또한 방관만 하지 말고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 입지인지만을 가릴 생각을 하지 말고 영남권 신공항이 꼭 필요한지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 필요치 않다는 결론이 나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야 마땅하다. 아니면 해당 지자체의 공항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시키거나 방폐장과 같은 혐오시설을 끼워 넣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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