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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자업자득(自業自得)’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유통과 식품, 레저, 건설, 석유화학, 금융 등의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자산이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재계 순위 5위의 재벌기업이다. 소비재 중심인지라 우리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롯데’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과자와 껌, 햄버거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마트, 백화점, 홈쇼핑, 여행, 놀이시설, 영화관과 같은 즐길거리를 총 망라하고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롯데의 고객이다. ‘롯데’라는 이름 또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등장 인물인 샤롯데(charlotte)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비자로부터 영원히 매력적이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런 숭고한 뜻을 과연 제대로 따르고 있는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정도로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이런 롯데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예사롭지 않다. 롯데 내부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 및 배임여부를 뒤져 보겠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30개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롯데 비자금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수사 초기부터 신격호,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일가 전부를 출국금지한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심지어는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 10여곳은 추가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완전히 바닥까지 훑는 저인망식 전방위 수사이다. 신동빈 회장 등 그룹 핵심관계자들의 줄소환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기업수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240명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한 것을 보면 타협 없는 ‘끝장 수사’처럼 느껴진다. 기업을 으르고 달래기 위해 적당히 건드리다 물러섰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매우 이례적이다. 순수 검찰의 의지에 의한 수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아직은 롯데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초기단계여서 칼끝이 향한 곳을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롯데 비자금 수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가 단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등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받은 의혹이 검찰 수사의 빌미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격호 회장이 가장 애지중지 하는 자식이다. 검찰의 칼끝이 총수 일가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음을 추측케 하는 부분이다. 롯데 또한 검사장급 출신 등으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그룹내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로 대규모 ‘전관방패’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의 일전을 치를 태세다. 수세에 몰리면 살기 위한 방편을 찾는 것이 본능일지 모르나 소나기는 일단 피하라 했는데 그대로 맞고도 옷을 젖지 않을 방도가 있을지 의문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사실상 롯데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번 검찰의 롯데 수사를 두고 재계는 최종 타깃이 이명박(MB) 정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경유착을 검찰이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롯데의 비자금이 신격호 회장의 평생 소원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깔고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왔던 제2롯데월드 신축이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안전 문제를 앞세운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가 MB 정부 때 서울공항 활주로를 틀면서까지 신축 허가를 받아냈으니 의심을 사고도 남을 만하다. MB정권 때 이뤄진 부산 롯데호텔 부지 용도 변경과 맥주 사업 진출 특혜 등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롯데의 성장도 가속화 돼  MB 임기 5년간 자산총액이 100%이상 껑충 뛰었다. 롯데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었다가 검찰수사를 부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경 유착은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회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끊어야 할 고리이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시도조차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과 기업은 필요에 의해 늘 공생관계에 있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토양이 바로 정경유착이다. 국민적 지탄이 되는 이유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박근혜 정부 들어 친MB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에는 CJ그룹과 MB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을 단죄했다. 포스코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포스코 본사와 해외법인은 물론 계열사,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1년이 넘도록 수사가 진행됐고 소환된 사람만 100명이 넘을 정도다. 일단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수 받을 일이고 누구도 못했던 일인 만큼 현 정권의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 길들이기’, ‘한 통속’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비자금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검은 돈이다. 대부분 정치권 로비와 같은 부정한 곳에 쓰기 위해 암암리에 조성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경 유착의 영양분이 된다. 사회로서는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롯데 총수 일가가 만든 비자금의 용처도 뻔하다. 총수 일가의 배를 불렸거나 관·정계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비자금 만드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항변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현 정권이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다스리고 집권 후반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사정정국의 칼을 빼들어 휘둘러야 할 시기에 롯데가 운 없게 걸려든 것일 수도 있다. 롯데도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그룹의 정체성 논란, 국부유출 의혹 등으로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 빌미를 줬다고 보면 된다. 롯데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5대 재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 큰 화가 돼 되돌아 온 셈이다. 재계는 이번 롯데 비자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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