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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폭스바겐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기업도 거대한 사회 조직의 일원이다. 이 때문에 합법적인 이윤 추구 못지않게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이해 관계자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다.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 활동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사회 구성원을 무시한 기업의 무분별한 활동은 지속 가능 경영을 불가능 하게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은 고용창출이나 재화공급 등의 고유 개념을 넘어서 사회공헌 활동, 상생경영, 사회적 약자배려, 환경 경영, 문화 활동 지원 등을 경영의 주요 항목으로 삼는다. 또 하나의 사회 구성원인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경영 개념인 셈이다. 기업의 이미지와도 결부되는 문제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의 화려한 포장만큼이나 이 제품을 만든 기업의 이미지가 제품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기업 경영의 필수사항이 돼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지대한 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럽 최대의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이다. 한국 내에서 자사의 차량이 인기리에 팔리다 보니 자만과 오만에 빠졌는지 검찰 수사까지 받고 급기야는 우리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법규를 아예 무시하거나 안전성 검사도 안 된 부품을 장착한 차를 팔았고 정부 당국과 소비자들을 속이려 눈속임, 위조 행위까지 대놓고 저지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오죽하면 폭스바겐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까지 ‘글로벌 기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싶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7년부터 시판된 폭스바겐 디젤·휘발유 차량 가운데 32개 차종 79개 모델이 자동차 판매 전에 받아야 하는 ‘제작차 인증 시험’에서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 또는 위조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며 환경부에 인증 취소와 판매 금지 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가스와 소음 조작 등이 확인된 인기차종인 골프, 티구안, 아우디 A6 등 아우디폭스바겐의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폭스바겐 측에 공식 통보했다. 이것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거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본모습이다.





 이번에 내려질 폭스바겐의 인증취소 대상 차량은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된 7만9천여대이고 작년 11월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인증 취소된 12만5천여대를 합치면 지난 10년간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판매한 30만대의 차량 중 약 70%가 시장에서 퇴출된다. 폭스바겐 측은 인증취소, 판매금지가 결정될 경우 법원에 행정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경부는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더군다나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차량 판매와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한 정황을 잡고 80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이 돌이킬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  


 폭스바겐의 한국시장 퇴출 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5년 9월에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즉, ‘디젤게이트’가 터진 뒤 미국 소비자 47만5천명에게 18조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했지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인 문제는 좀 더 검토해 봐야할 사안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와 행정조치를 스스로 부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도 인증 취소와 관련한 소비자 배상 대신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고 재고차량 ‘땡처리’에 급급하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배짱이다. 뿌리 없는 외국계 기업의 전형적인 ‘먹튀’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폭스바겐의 무책임한 태도와 함께 한국시장을 ‘봉’으로 알게 한 우리 소비자들의 의식도 문제다. ‘디젤게이트’ 후유증으로 미국내 폭스바겐 차량의 판매가 급감한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동요는 커녕 오히려 할인 등의 행사에 현혹돼 더 많은 차량을 구입했다고 하니 폭스바겐이 만만하게 볼 만하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 눈속임으로 속수무책 뿜어져 나온 자동차 매연을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마셔야 하는데도 인기 외제차를 싸게 살 기회로 여긴 셈이다. 사익 앞에 공익은 완전 뒷전이었다. 늦으나마 뿔난 폭스바겐 차주들이 환불과 정신적 피해 보상을 위한 집단소송에 들어가는 등 반격에 나섰다고 한다. 당연한 권리 찾기이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만약 자동차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면 이런 차량을 만든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폭스바겐은 이익만 쫒으며 다른 일에는 모르쇠로만 일관하지 말고 한국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외제차 시장에서 취한 이득만큼이나 한국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뭔가를 얻었으면 얻은 것의 일부라도 되돌려 주는 것이 맞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80년에 가까운 전통을 가진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뜨내기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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