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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비리 수사, ‘패가망신 본보기’ 돼야

 검사장은 검찰의 꽃이라 불린다. 군인으로 치면 별을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같으면 사법고시를 합격해 검사가 되면 바로 ‘영감님’이라 불릴 정도로 위세가 등등해지는데 이런 검사들의 제일 윗자리인 검사장이 되면 아마도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검찰의 최고 수장인 총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자리이니 만큼 대내외의 부러움도 산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검사장이 검찰 전체의 얼굴에 먹칠하는 큰 사고를 쳤다. 68년 검찰 역사상 첫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진경준 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다. 법부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불러 왔으니 말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모과는 과일전 망신의 주역이다. 다른 생선이나 과일에 비해 유달리 모양이 별나고 못생긴 탓에 어물전과 과일전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놓는다 해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꼴뚜기와 모과로서는 참으로 원통해 할 일이다. 진경준이 딱 그 꼴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특정인의 특정 사안 만을 가지고 전체를 논해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경준 대박주식 뇌물 사건’ 또한 진경준이라는 한 개인의 비리인 만큼 법조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법조계 비리를 보면 진경준 만이 법조계의 꼴뚜기나 모과가 아닌 듯하다. 이른바 ‘정운호 법조 로비’의 중심에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 등 내로라는 법조인들이 서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은 의혹 단계이지만 검사 출신인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일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줄줄이 터져 나오는 법조계 비리를 두고 법조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낯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법조계 전체가 마치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도리어 진경준이 억울해 할 만하다.





 ‘진경준 대박 주식 뇌물 사건’의 내용을 보면 진 검사장은 김정주 넥슨 지주회사 NXC 대표로부터 주식 등의 뇌물을 받았다.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공짜로 받고 이를 팔아 또 다른 넥슨 관련 주식을 사들여 무려 126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진 검사장이 넥슨한테서 제공받은 제네시스 차량은 물론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130억원대의 한진그룹 일감을 몰아주게 해 얻은 수익만도 엄청 나다. 덕택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있던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 156억여원의 재산을 신고, 법조인 중 최고 재산의 영예를 누렸다. 아마도 검사장 까지 오르지 않고 옷을 벗었더라면 묻혀버리고 말 사안이었다. 명예까지 쫓다 오히려 돈까지 몽땅 잃을 신세가 됐다. 


 그렇다면 진 검사장은 미다스(midas)의 손을 가졌다는 말인가. 돈이 있어도 못산다는 인기주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그것도 1만주나 손에 넣었다. 주식 매입 비용 4억2천500만원은 넥슨 측의 무상 지원이다. 한 푼 안들이고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100억대의 주식 대박을 터트렸다. 한진그룹으로 부터는 오너의 가족처럼 청소 일감을 몰아 받았다. 미다스의 황금손을 가졌다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의 미다스 손은 그의 손에 쥐어준 검찰의 칼이었다. 넥슨은 보험용으로, 한진은 조세포탈 내사 무마의 댓가로 진 검사장과 연결의 끈을 만들었다. 칼의 위력 앞에서 넥슨과 한진그룹은 한없이 나약해졌고 탐욕에 눈이 먼 한 검사장은 이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법무장관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진 검사장의 신분 박탈과 범죄 수익의 환수를 공언했다. 진 검사장의 수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금로 특임검사팀도 진 검사장의 전 재산으로 확인된 140억원 상당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다. 과거 같으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을 검찰인데 의외다. 사실은 이것이 검찰의 본모습이다. 진 검사장에 대해서는 범죄 수익 추징은 물론 몇 배의 벌금까지 물려 ‘패가망신(敗家亡身)의 본보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고위 공직자에게 주어진 권한 만큼 책임이 엄중함을 보이기 위해서다. 정부 또한 이번 기회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진 검사장이 아무런 저항 없이 검사장의 자리까지 올라 간 것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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