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9 (목)

  • 흐림동두천 0.8℃
  • 흐림강릉 1.8℃
  • 흐림서울 3.0℃
  • 연무대전 4.6℃
  • 흐림대구 3.3℃
  • 흐림울산 5.1℃
  • 흐림광주 7.2℃
  • 부산 7.7℃
  • 흐림고창 5.6℃
  • 제주 8.3℃
  • 흐림강화 2.3℃
  • 흐림보은 2.7℃
  • 흐림금산 2.5℃
  • 흐림강진군 8.5℃
  • 흐림경주시 2.7℃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CSR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꼭 필요하다



 ‘고양이에 생선’이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겨 놓으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생선을 온전히 놔둘 리가 만무하다. 도둑에게 내 집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에 대한 어리석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정운호 법조로비 사건’의 주역인 홍만표 변호사, ‘넥슨 대박주식 뇌물 사건’의 주인공인 진경준 검사장, ‘의혹 투성이’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등, 이들은 전·현직 검사들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검찰의 고양이들이었다. ‘생선’을 맞긴 생선가게 주인이 뒤늦게 어리석음을 탓하고 후회하며 땅을 치듯 우리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도 이만저만 아니다.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다. 사회 질서와 정의 실현에 꼭 필요한 권력이다. 반면에 검찰의 권력은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한 기념으로 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맡겨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권력을 행사하는 검사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남달라야 하고 무엇보다도 엄격한 법적, 도덕적 잣대를 자신에게 스스로 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쓰거나 남용에 대한 경계이다. 법조 브로커와 결탁해 치부하고 직위를 앞세워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민원 해결에 앞장선 고위직 검사의 일탈 행위가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이유다.





 지금으로서는 국회나 검찰, 청와대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을 단죄할 장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데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비리가 터지더라도 ‘제식구 감싸기’가 먼저이고 국민적 반감을 사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로 은근 슬쩍 넘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실무에서 쌓은 법 지식을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는데 백분 활용하는 그들이다. 그래서 성역과 같은 검찰력을 견제할 독립적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특별검사제’나 진경준 검사장 비리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총장 직할 ‘특임검사’,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찰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과 같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견제할 장치가 있다. 문제는 있으나 마나한 유명무실하다는데 있다. 어떤 권력기관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 결과이다. 이 눈치 저눈치 보다 비리 수사가 늘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봐 왔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자신을 감찰관 자리에 앉게 한 우병우 수석의 의혹을 제대로 감찰할 배짱이 있을까.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사건을 총장의 특명을 받은 특임검사인들 마음 놓고 수사를 할 처지가 될까. 결과는 불을 보듯 분명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성역 같은 권력기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중 7명(69.1%)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경준, 홍만표, 우병우 등 검찰 고위직 출신의 일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속마음이다. 이들이 빌미를 줬다. 역대 정권에서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터질 때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물거품처럼 사라졌던 ‘공수처’의 신설을 더 이상 주저할 이유는 하등 없다고 본다. 이런 국민적 기대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도 ‘공수처’ 도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국회 야(野) 3당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권한 남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공수처’ 신설 카드를 내놓았다. 반면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검찰의 강도 높은 자체 개혁이 없으면 공수처 신설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식이 고작일 뿐 특별한 당론 없이 각각의 의원마다 찬반을 놓고 중구난방(衆口亂防)이다. 국회의원 또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만큼 결심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분골쇄신(粉骨碎身)의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공직자 부패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원이다. 국가의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위해서라도 부패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홍콩은 1974년에 독립 반부패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를 만들어 뿌리 깊은 부패를 홍콩에서 몰아냈다. 싱가포르 또한 막강한 권한의 부패방지기구인 탐관오리조사국(CPIB)를 통해 공직자 부패 척결에 성공했다. 이 덕택에 2011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180여개국의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홍콩은 12위로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2위를 차지했고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초강력 독립적 수사기구인 ‘공수처’의 신설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고위공직자는 아직도 ‘탐욕’ 그 자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